이란에 불시착한 여객기에 탑승했던 이스라엘의 한 과학자가 환대를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이스라엘 지구과학연구소 연구원인 베니 메드베데프는 지난 4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인도 뭄바이로 가는 터키항공 여객기에 올랐다.
그러나 이 여객기는 기체 이상으로 테헤란공항에 불시착했고, 123명의 승객 중 유일한 이스라엘인이었던 메드베데프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스라엘을 적국으로 보는 이란 당국이 억류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메드베데프는 테헤란공항에 내린다는 기내 방송을 듣고 깜짝 놀라 조종실에 숨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조종사는 이를 거절했다.
메드베데프는 영국인 승객 2명 사이에 웅크리고 앉아 이란 기관원들의 눈에 띄지 않기만을 기도했다.
하지만 기내로 들어온 이란 기관원들은 곧바로 메드베데프 앞으로 걸어왔고, 그는 자신의 인생이 거기서 끝났다고 생각했다.
메드베데프는 "처음에 두려워 죽는 줄 알았다. 비행기에서 내리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란 기관원들은 메드베데프의 예상과는 전혀 딴판으로 행동했다.
메드베데프는 "그들은 내가 이스라엘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며 매우 친절하게 대해줬다고 밝혔다.
이란 기관원들은 심지어 메드베데프가 갖고 있던 노트북 컴퓨터를 이용해 직장 상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안부를 전하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메드베데프의 이메일을 받은 상사는 이스라엘 외무부에 즉각 이 사실을 알렸다.
외무부 당국자는 이 사안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해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에게까지 보고했고, 이스라엘 외무부는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메드베데프는 하룻밤을 테헤란 공항의 라운지에서 보낸 뒤 문제가 생겼던 항공기 편으로 테헤란을 무사히 떠났지만 기체에 또 이상이 생겨 40분 만에 테헤란공항에 다시 내렸다.
이틀 사이에 2차례나 테헤란을 찾은 메드베데프는 뭄바이에 도착 후 이스라엘 언론과 가진 회견에서 "이란 기관원들이 잘 대해줬다"며 "나무로 만든 뮤직박스까지 선물로 받았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는 "그들은 평화가 찾아오면 다시 한번 이란에 오라고 나를 초청했고, 나도 그들에게 이스라엘을 방문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6일 메드베데프의 예기치 못했던 이란 방문기를 크게 보도했다.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지워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스라엘은 핵무기 개발 의혹을 내세워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등 두 나라는 원수처럼 지내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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