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 이틀간 이집트에서 열린 이라크지원 국제회의(ICI)에서 기대됐던 미국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이란 마뉴셰르 모타키 외무장관 회담이 결국 무산됐다.
이라크 호시야르 지바리 외무장관은 양국간 장관급 회담 대신 대사급 회담만 열렸다고 4일 밝혔다.
지바리 장관은 이날 이번 회담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이란 간 대사급 회담은 건설적이었다면서도 "두 나라 간에는 의심이 아직 많고 신뢰가 부족하지만 이라크를 위하는 길은 갈등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주 이라크 미 대사 라이언 크로커와 미 국무부 이라크 조정관 데이비드 새터필드가 이란 외무 부장관 압바스 아라그치와 잠시 만나는 데 그쳤다.
라이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단지 이란 외무장관과 내가 만날 기회가 오지 않았을 뿐이며 그 기회를 가질 수도 있었다"고 나름대로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우리 측 관리가 이라크의 안보 상황을 돕는 이번 회의의 본질에 대한 관점을 교환하는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모타키 장관은 양자 회담이 무산된 이유에 대해 "시간도 없었고 만날 약속이나 계획도 없었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이라크를 점령함으로써 생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이라크 문제에 대해) 어느 누구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크로커 대사는 이날 이란과 회담이 이라크에 대한 것이었다면서도 "말 그대로 스치는 만남이었다. 이란 측을 3분만 만날 수 있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회의 마지막 날인 4일 참가국들은 이라크 정부가 이라크의 모든 구성원을 포함할 수 있도록 정치참여의 폭을 더 넓혀야 한다는 내용의 공식 성명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성명은 또 아랍연맹(AL)이 1년여 간 답보상태인 이라크 재건과 화해를 위한 회의를 다시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이라크 주둔 미군은 이라크 정부의 요구가 있으면 철수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앞서 회의 첫날인 3일 참가국은 이라크의 부채 300억 달러를 탕감키로 협의했으며 라이스 장관은 시리아의 왈리드 모알렘 외무장관과 30분간 만나 시리아에서 이라크 국경을 통해 무장단체 요원이 월경하는 문제를 거론했다.
미국과 시리아의 장관급 회담은 2005년 2월 친미적 인사였던 라피크 알-하리리 당시 레바논 총리가 암살 당하자 미국이 시리아를 배후로 지목하면서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양자 회담을 연 지 2년여 만에 성사됐다.
한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차기 이라크지원 국제회의가 올 가을 터키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샤름 엘-셰이크<이집트>=연합뉴스) parksj@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