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3일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주변 중동국가와 미국, 유럽 등 서방이 300억 달러 상당의 부채 탕감 등 이라크 지원책을 논의했다.
미국은 이날 자신이 이라크 내 테러의 배후로 지목해 온 시리아와 2005년 2월 이후 2년여 만에 고위급 회담을 열어 이라크 문제 해결방안을 놓고 양자회담을 가졌다.
이날 국제회의에서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부채를 탕감해 이라크의 재건과 화합에 협조해 달라고 참가국에 호소했다.
개막연설에서 알-말리키 총리는 "우리는 모든 회의 참가국에 이라크가 진 부채를 탕감해 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라크는 이번 회의 기간 일부 채권국과 협상을 갖고 자국에 대한 채권을 포기하도록 종용하는 한편 이를 포기하지 않으면 이라크에 대한 투자를 봉쇄할 것이라고 간접적으로 경고했고 미국도 회의 개최 전 참가국에 이라크에 대한 차관 포기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라크 재무장관 바얀 자보르도 "유럽연합(EU)은 부채 2억 달러를, 일부 아시아 국가도 부채탕감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슬로베니아, 불가리아, 폴란드가 이미 각국의 부채 80%를 탕감하겠다고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회의를 주재한 반기문(潘基文) 유엔 사무총장은 참가국이 이라크에 대해 300억 달러 정도의 부채를 탕감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특정국들이 약속한 부채 탕감 규모가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면서 이 중에는 파리클럽 방식에 의한 불가리아와 중국, 사우디 아라비아 및 그리스 등이 한 약속이 포함되며 한국과 영국, 스페인, 중국, 덴마크 등의 신규 재정지원 공약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19개 서방 선진 채권국으로 구성된 파리클럽은 2004년 이라크에 대한 400억 달러 상당의 채권 가운데 80%인 320억 달러를 포기한 바 있다.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 향후 4년간 이라크에 2억 달러를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라크에 170억 달러의 차관을 내 준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런 부채 탕감에 즉시 동참하지 않고 "이라크와 논의중"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미국ㆍ이라크와 긴장관계를 표출했다.
이는 시아파 주도의 이라크 정부를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의 다수파인 이웃 중동국가가 견제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주변 중동국은 무장세력 침투 방지, 부채 탕감, 재건 계획 지원 등 이라크 정세 안정에 기여하는 대신 이라크 정부가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이라크 주류에서 축출된 수니파 인사를 재기용하는 개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번 회의에 앞서 초미의 관심사였던 미국과 시리아의 고위급 회담이 3일 성사됐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시리아 왈리드 모알렘 외무장관을 30분간 만나 시리아에서 이라크로 유입되는 무장요원 문제를 거론했다.
라이스 장관은 "외국 무장요원의 이라크 유입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시리아 외무장관에게도 이 문제와 관련해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국영 통신사 SANA는 "두 장관이 이라크의 상황과 안보 확보, 안정의 필요성을 논의했으며 미국과 시리아의 관계 증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보도했다.
이 회의에 앞서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 윌리엄 칼드웰 소장은 바그다드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시리아라 무장요원 유입에 모종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외국 무장요원의 유입이 한 달 새 줄고 있다"고 말해 미국과 시리아의 간극이 좁아 들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기대됐던 이란과 미국의 양자 회담은 가능성이 낮다는 게 현지의 분위기다.
라이스 장관과 마뉴셰르 모타키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오찬장에서 만나 가벼운 인사만 나누고 헤어졌다고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이 전했다.
마뉴셰르 장관은 이라크 문제에 대해 "현 상황하에선 우리가 이라크 정부와 국민을 돕는 최선책은 종파간 폭력과 내부 불화를 막기 위해 (이라크의) 안보와 안정, 국가적 통합을 되찾는 일"이라며 원칙론만을 재확인했다.
(샤름 엘-셰이크<이집트>=연합뉴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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