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거짓말이 들통나자 소송을 취하한 부자(父子) 피고인에게 법원이 소송비용을 전액 부담토록 했다.
법원이 민사재판과 달리 형사재판 소송비용을 피고인에게 부담토록 결정하기는 매우 이례적으로 기존 형사재판 관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청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어수용 부장판사)는 노래방 영업정지기간 중 몰래 영업을 한 혐의(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소송을 취하한 A(56)씨와 A씨 아들(26)에 대해 소송비용 전액을 부담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며 현장검증까지 나간 국가기관을 농락했다"며 "피고인들은 원심과 당심(항소심)의 소송비용을 부담하라"고 밝혔다.
A씨 부자는 2005년 8월 25일 영업정지 기간 중 노래방 영업을 재개했다 경찰에 단속돼 약식기소되자 "현장에 손님이 있는 증거사진 한장 없다"고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 부자가 계속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하자 현장 검증을 나갔고 '카'라는 글자가 기재돼있는 영업장부를 토대로 카드사에 사실조회를 의뢰해 단속 당일 7만원의 카드승인내역이 있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절대 영업을 하지 않았다"며 초지일관 거짓말을 둘러댔던 A씨 부자는 상황이 불리해지자 곧장 항소심을 취하했지만 재판부는 소송종료와는 별도로 직권으로 소송비용부담재판을 열어 A씨 부자에게 소송비용 전액을 내라는 결정을 내렸다.
형사소송법 186조는 피고인의 경제사정이 어려운 때를 제외하고는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간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피고인이 무리하게 정식재판을 청구하거나 무분별하게 항소를 하는 경우에도 소송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메워져 온 셈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항소심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해 현장검증까지 나가며 많은 노력을 소비했다"며 "이번 결정이 향후 형사재판에서 항소남용을 억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주=연합뉴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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