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뒤 투신자살한 여고생과 가족에게 가해학생과 부모가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법원은 집단폭행과 자살은 인과관계가 없다며 사망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한 피해학생 가족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주지법 충주지원 민사부는 27일 딸이 동급생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한 뒤 자살을 했다며 이모(63)씨 부부와 언니(29) 등 가족 3명이 폭행 가해학생과 부모 등 20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 부부에게 위자료로 500만원을, 언니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불법행위로 충격을 받아 자살한 경우라도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삶을 비관할 정도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행위와 자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 학생들의 폭행으로 피해학생이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입고 자살한 것은 맞지만 피해학생이 유난히 자존심이 강했고, 폭행사고에 대해 친구가 신고를 권유했음에도 "그것보다는 죽어서 괴롭히고 싶다"고 말한 뒤 자살한 점 등으로 미뤄 폭행과 피해학생 자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키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피고 학생들은 폭행사고로 피해학생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피해학생과 가족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피고 학생 부모들도 자녀들에 대한 보호, 감독의무를 게을리한 만큼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정신적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 등 피해학생 가족은 2005년 10월 1일 충북 충주시 성서동 차 없는 거리에서 딸 이모(17)양이 동급생 임모(18)양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가출해 투신자살하자 임양 등 가해학생 8명과 부모 12명을 상대로 손배소송을 냈다.
당시 임양 등 폭행을 주도한 여학생 4명은 검찰에 불구속기소돼 1심에서 장기 8월에 단기 6월을 선고받은 뒤 항소해 2심에서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청주=연합뉴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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