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계열이 채권단이 제시한 채무조정안에 대해 채권자들로부터 99% 이상의 동의를 얻고도 막판 금융기관들의 자기 몫 챙기기로 인해 워크아웃을 통한 회생의 길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10일 채권단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농협의 신탁상품을 통해 팬택계열 기업어음(CP)에 투자한 개인채권자들이 마감 시한인 이날까지 채무조정안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아 워크아웃이 불투명하게 됐다.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개인 채권에 대해 `우리은행과 농협이 알아서 책임지고 해결한다'는 확약서를 쓰고 워크아웃에 착수하자는 방안을 제시했고 농협은 6일 열린 채권단회의에서 동의했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책임을 은행이 떠맡으면 추후 배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거부하기로 최종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도 워크아웃 실시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을 보이다가 우리은행이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나서자 "워크아웃을 신청한 팬택계열 입장과 채권단 입장을 각각 들어본 뒤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한발짝 물러섰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채권은행들은 채권행사유예 마지막 날까지 채무조정안에 대한 동의를 하지 않으면서 핑퐁식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는 바람에 팬택계열의 워크아웃은 좌초 위기에 몰렸다.
팬택계열의 동의율은 현재 미해결상태인 우리은행, 농협, 한국투자증권이 보유한 신탁계정의 CP를 제외하고는 사상 전례가 없는 99%를 넘어서 팬택계열의 회생에 대한 채권단 전체의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된 상태다.
결국 채권은행들간의 면피 주의에 따라 팬택계열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납품업체 등 IT 산업 전반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또한 2천억원과 1천억원대의 채권을 보유한 새마을금고 및 신용협동조합 등 풀뿌리 서민 금융기관들의 동반 부실도 우려된다.
한편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은 상황이 악화되자 11일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앞에서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장외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이번 사태는 금융권간의 갈등으로까지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신협 관계자는 "전국 87개 단위 신협 및 288개 새마을금고가 공멸을 막자는 취지에서 손실을 감수하고 채무조정안에 대해 동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1금융권이 규정을 들먹이며 사태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워크아웃 좌초 위기까지 몰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팬택계열의 워크아웃이 무산된다면 모든 책임은 국가 경제를 생각하지 않고 자사 이기주의로 일관한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에 있다"고 경고했다.
팬택계열 관계자는 "채권은행들이 보신주의적 관점에서 사태를 볼 것이 아니라 IT산업과 금융 산업에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범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판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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