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라틴어에서 파생된 '로만시'(Romansch) 언어는 독어, 프랑스어, 이탈리어어와 더불어 스위스 4대 공용어다. 로만시어는 4세기경부터 스위스에서 사용됐을 정도로 유서깊은 언어다.
하지만 로만시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전체 인구 750만명의 0.5%에도 못미치는 3만5000명에 불과할 정도로 위상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로만시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로만시어는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협에 처해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8일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첨단기술을 통해 로만시어 보존을 위해 적극 나섰다고 보도했다.
MS는 로만시어로 된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최근 출시했으며, 구글도 로만시 언어 버전의 검색 엔진을 선보였다.
특히 MS의 오피스 소프트웨어는 5개 방언으로 구성된 로만시어의 표준어를 정립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만시 언어로 된 잡지 펀츠(Punts)의 편집장인 우르신 루츠는 "MS가 이번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은 언어 보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나는 로만시어로 생각하고 꿈을 꾼다. 로만시어는 나의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스위스에서는 1980년부터 2000년까지 20년간 로만시어 사용자가 3분의 1 가량 줄어들었다. 이는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로만시어를 공식 사용하고 있는 그라우부엔덴주를 떠났기 때문이다. 스위스 정부는 로만시어의 이용을 증진시키기 위해 한해 2500만달러를 투입하고 있지만, 이 같은 인구 감소로 별다른 효과는 없는 실정이다.
MS가 로만시어판 오피스를 발매한 데는 주요 직원들이 스위스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MS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발머의 아버지가 스위스 태생일 뿐만 아니라 MS 교육 프로그램 책임자 죠르지오 반지니도 스위스 국적이다.
반지니는 지난 2004년 회의에서 MS 소프트웨어가 모든 스위스 언어, 특히 로만시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반지니의 적극적인 호소는 경영진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MS는 결국 로만시어 버전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후 MS는 언어학자를 초빙해 로만시어 문법 맞춤법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언어학자들은 이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로만시어 표준어를 정립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반색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웨어 공식 사용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오피스를 로만시어 버전으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을 다운받을 수 있다.
구글 역시 스위스 태생의 엔지니어인 사샤 브로워를 통해 로만시어 버전의 검색엔진을 개발했다. 로만시어를 사용하는 학생들의 인터넷 검색을 돕기 위한 시도였다.
루츠는 "로만시어로 젊은 학생들이 인터넷을 검색하고 작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더 많은 스위스 젊은이들이 로만시어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kennyb@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