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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바이올린 장인 진창현씨

"스트라디바리우스 못지않은 바이올린 만들고 싶어"
일본 고교 영어 교과서에 인생 역정 소개



"바이올린 제작에서 중요한 것은 과학이 아니라 감성입니다. 직감, 영감 등이 발달해야만 좋은 바이올린을 만들 수 있죠."

재일 바이올린 장인 진창현(78) 씨가 그의 자서전 '천상의 바이올린'(에이지21ㆍ이정환 옮김) 출간에 맞춰 아내 이남이(67) 씨와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일본에서는 '동양의 스트라디바리'라 불릴 정도로 유명하지만 정작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이력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그의 명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경북 김천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1976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국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제작자 콩쿠르'에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세공과 음향 6개 부문 가운데 바이올린 음향을 뺀 5개 부문을 휩쓸었다.

8년 뒤에는 미국 바이올린 제작자협회로부터 세계에서 5명 밖에 없는 무감사(無監査) 제작자로 인정받았다. '감사'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실력을 인정받았으니 후학들을 위해서라도 콩쿠르에는 출전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21일 서울 파이낸스센터 지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그는 자신의 새로운 소식 하나를 전했다. 54년에 걸친 그의 바이올린 제작 인생이 미츠토모(三友) 출판사가 펴낸 일본의 고등학교 2학년 영어 교과서에 약 5쪽에 걸쳐 소개된다는 것.

"내 얘기를 담은 교과서가 일본 문부성의 심의를 통과했다는 말을 한국에 오기 직전 들었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일본 공교육 교재에 한국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그는 어린 시절 두꺼비 기름을 팔러 온 약장수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바이올린에 처음 관심을 가졌다.

1943년 일본으로 건너가 메이지(明治)대학 영문과 재학 시절 '바이올린의 신비'라는 제목의 강연회를 통해 접한 한 마디 말은 그의 바이올린 제작을 향한 열정에 불을 지폈다. "'바이올린의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소리를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그는 현재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비밀에 80% 정도는 다가섰다고 자신한다. 나머지 20%의 숙제를 풀기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세계여행. 악기의 음질은 사용하는 목재나 사용한 햇수에 의해서가 아니라 제작자의 감성으로 좌우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최근까지 전 세계 119개국을 여행했습니다. 바이올린은 아시다시피 서양악기잖아요.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그곳의 문화와 전통을 접하면 많은 것을 얻게됩니다. 2년 전에는 남극대륙에 갔었는데, 밤이 깊어도 머리가 맑아져 잠이 오지 않는 신비한 체험을 했습니다. 그때 배 안에서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신비를 벗길 수 있는 몇 가지 힌트를 얻었죠. 올해 이 힌트에 착안해 만들 악기가 어떤 소리를 낼 지 벌써부터 흥분됩니다."

그는 평생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합쳐 약 600대의 악기를 제작했으며, 일본 NHK교향악단의 악장이 현재 그의 악기를 사용하고 있다.

"스트라디바리우스에 버금가는 악기를 만들겠다"며 팔순을 앞둔 나이에도 바이올린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22일 오후 7시30분 여의도 전경련회관 3층 국제회의실에서 자서전 출간 기념 강연회도 가진다.





(서울=연합뉴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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