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석 수석무역 부회장과 손을 잡고 동아제약 경영권 확보에 힘쓰고 있는 유충식 동아제약 전 부회장이 한미약품과의 합병도 장기 과제로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낳고 있다.
제약업계와 증권가에서는 한미약품이 동아제약 주식을 대량 확보하면서 장기적으로 동아제약을 인수합병(M&A)하려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유씨는 강씨와 함께 21일 서울 논현동 수석무역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 세계적으로 제약사의 규모와 덩치는 커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유씨는 "국내 제약업계의 경영환경상 `자기 회사'라는 오너십이 너무 강해서 지금 당장 같이 합치는 게 힘들고 시간이 걸리겠지
만, 꼭 한미약품이 아니더라도 다른 제약사와의 합병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씨는 "주식 맞교환을 통해 두 회사가 주식을 서로 섞고 하는 방식을 통해 합병의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은 지난 9일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을 만나 두 회사의 주식을 300억 원 어치씩 맞교환하자고 제안해 한미약품에 의한 동아제약 M&A설이 떠돌았었다.
동아제약 지분은 강 회장 측 6.94%, 오츠카제약 4.7%, 수석무역 측 14.71%, 미래에셋자산운용 8.42%, 한미약품 6.27%(주총 의결권 행사가능 지분 4.95%), 한양정밀 4.14%, KB자산운용 1.66% 등이며, 나머지 58.88%는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유씨는 "지금은 제약사끼리 지나치게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굳이 합병이 아니더라도 연구개발을 같이 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제휴를 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동아제약 주식을 많이 취득한 경위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지만, 강 회장께서 중역들에게 보너스로 주식을 준 데다가, 우호지분으로 지분구조가 취약한 회사를 지키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퇴직금 등 돈이 생길 때마다 회사주식을 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동아제약 지분을 3.7% 보유하고 있다.
유씨는 나아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조하면서 "창업자의 가족이나 후손들이 회사 주식을 독점적으로 많이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씨는 강씨에게도 동아제약 경영에 참여하게 되더라도 "오너십을 버려라, 전문경영인으로 자긍심을 갖고 활동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지금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강 회장이 둘째 아들 강씨가 등기이사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받아들이면 개인적으로 자신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오는 29일 열리는 동아제약 주주총회에서 표대결까지 가지 않고 양측이 화해할 수 있다고 막판 극적 타협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유씨는 회사발전에 기여할 유능한 인재인 강씨를 왜 내쫓느냐며 강씨를 사도세자로 만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하지만 자신은 혼자 몸이 아니고 한국알콜산업 등과 함께 주주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기로 계약을 맺는 등 묶여 있기 때문에 단독으로 결정할 수는 없는 만큼, 신축성 있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특히 "강씨의 이복동생인 강정석 동아제약 전무가 영업본부장과 핵심계열사인 동아오츠카 대표이사 자리를 겸직하는 것은 상식이하의 일"이라며 강 전무의 겸직포기를 요구조건으로 내세웠다.
유씨는 "아무튼 표대결까지 가는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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