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젊은 과학도들의 탁월한 분석, 그리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벌인 집요한 노력은 한국에 활발하고 건강한 과학자 사회가 존재한다는 징후이다"
황우석 사태 기간 이를 앞장서 보도해 한국 과학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미국 뉴욕타임스의 과학 전문기자 니콜라스 웨이드가 동료 기자 윌리엄 브로드와 함께 황우석 사건을 과학 기만행위의 관점에서 분석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새로 번역돼 국내 출간된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미래M&B.김동광 옮김)이란 책에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인사말을 통해 황우석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들에 따르면 황우석 사건은 일반적인 과학 기만행위의 유형에 속한다.
동료평가(peer-review)와 재연(replication) 등 과학의 두 가지 중요한 공식 검증기구는 생각보다 허술해 과학 기만행위를 밝혀내지 못하고 실험실 내부의 이른바 공익 제보자, 내부 고발자에 의해 적발됐다는 점에서 황우석 사건은 다른 과학 기만행위 사례와 비슷하다.
실제로 황 박사가 인간 세포의 핵 이식을 다룬 논문 두 편을 사이언스에 제출했을 때 심사자와 편집자들은 어떠한 기만행위의 징후도 찾아내지 못했다. 동료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나아가 황 박사가 주장한 업적을 아무도 재연할 수 없었는데도 전 세계 어떤 연구자도 황 박사의 연구결과에 의구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들은 "과거의 숱한 과학 기만행위와 마찬가지로 황 박사의 날조는 과학철학자들이 강조한 검증장치인 동료평가와 재연, 그 어느 것에 의해서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과학 기만행위의 많은 사례들처럼 황 박사 실험실 내부의 공익 제보자가 TV프로그램인 `PD수첩'에 황 박사 연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들은 "황 박사의 주장이 완벽하게 그럴듯해 만약 내부 고발자가 제보하지 않았다면 결코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대부분의 행정당국이 제보에 대해 보이는 일차적 반응은 정작 제보자가 비판했던 과학자가 아니라 제보자를 비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따라서 공익 제보자는 매우 용감해야 할 뿐더러 철저한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당부했다.
이들은 그러나 황우석 사건에는 다른 과학 기만행위와는 구별되는 두드러진 특징이 몇 가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국내외에서 보여준 한국 젊은 과학자들의 활발한 역할"이라며 "PD수첩이 의문을 제기하자 한국의 젊은 생물학자들은 황 박사의 여러 논문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했고, 사이언스의 심사자들이 밝혀내지 못했던 `똑같은 DNA지문'을 찾아냈다"며 한국의 젊은 과학도들을 주목했다.
니콜라스 웨이드는 영국 케임브리지 킹스 칼리지를 나온 뒤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 부편집장을 거쳐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서 과학 전문 기자로 활동했으며, 1981년부터 뉴욕타임스에서 과학ㆍ기술ㆍ의학 부문 논설위원, 과학 부분 에디터로 일했다.
윌리엄 브로드는 미국 위스콘신 대학에서 과학사를 공부했고, 1983년부터 과학 관련 기사를 쓰면서 두 차례 퓰리처상을 받았다. 지금은 두 사람 모두 뉴욕타임스 과학전문기자로 현장을 뛰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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