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 바이올린은 모든 것입니다. 바이올린이 없다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요. 한편으론 극복의 대상이기도 해요. 매일 바이올린과 싸우고, 그러면서 정(情)도 드는 것 같아요."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22). 그는 전형적인 신세대 연주자다. 스트레스는 록그룹 '메탈리카'의 음악으로 풀고, 컴퓨터 게임과 운동도 좋아한다. 싸이월드에서 일촌 맺은 사람 수는 1천 명에 달한다.
얼마 전에는 오른쪽 눈썹 위에 피어싱도 했다. 그는 "그냥 재밌어서 해봤다"면서 "살을 뚫을 때 다른 부위보다 많이 아팠다"며 웃었다.
23일 금호아트홀에서 권혁주를 만났다.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을 5월에 졸업하는 그는 다음달 9-11일 정동극장에서 열리는 독주회에 앞서 22일 귀국했다.
그는 "한국 오기 전 거의 폐인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졸업 시즌인 탓에 총 400쪽에 달하는 12개의 리포트를 쓰느라 밤새워 책과 씨름했다는 얘기다.
"지난 3년 동안 학업과 연주를 병행하느라 무척 바빴어요. 1년에 무대에 선 것이 평균 50번 정도였거든요. 이번에 졸업하면 대학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좀 쉬고 싶어요. 요즘 어느 대학원으로 갈지 고민 중이거든요."
1995년 러시아로 유학을 떠난 그는 2004년 덴마크 칼 닐센 바이올린 콩쿠르와 러시아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잇달아 우승하고, 2005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콩쿠르 중 하나인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6위에 오르는 등 숨가쁘게 달려왔다.
이런 활약으로 그는 지난해 제2회 금호음악인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현재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으로부터 1774년산 '과다니니' 바이올린을 대여받아 사용 중이다.
이번 독주회는 정동극장이 촉망받는 젊은 예술가들을 선정해 무대에 올리는 '아트 프런티어 시리즈'의 하나로 마련됐다. 사흘 동안 자신이 가진 역량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같은 레퍼토리로 사흘 동안 무대에 선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모두 다른 프로그램으로 독주회를 가지는 것은 처음입니다.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문제 없습니다."
그는 '슬픔', '고난', '기쁨'이라는 다른 주제로 모두 10곡을 선보인다. '슬픔'을 주제로 하는 날은 단조의 곡을, '기쁨' 때에는 밝은 분위기의 장조곡을 연주한다.
그는 "'고난'의 날에는 바로토크 등 현대음악을 연주하는데, 아마 청중이 고난을 받게 될 것"이라며 웃었다.
권혁주는 생애 절반 이상을 러시아에서 보냈다. "한국이 낯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에 오면 친구들이 놀자면서 1분에 한 번씩 문자 보낸다"며 "그것 빼곤 러시아 생활과 별반 다른 건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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