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에게 `가나다라' 정도만 가르쳐 학교에 보내던 것과는 달리 요즘에는 취학 전 아이에게 한글ㆍ수학ㆍ영어, 심지어 한자까지 가르치고 있어 시대의 변화를 실감케하고 있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뒤처지지 않을까'하는 부모의 걱정으로 실시되는 조기 교육은 취학 전 아이에게 초등학교 1∼2학년 과정을 미리 학습시켜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자칫 아이가 취학 후 학교수업에 흥미를 잃게 할 수도 있
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9일 서울시교육청과 서울 시내 유치원 등에 따르면 대부분의 유치원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7∼8세 아이에게 한글과 구구단ㆍ덧셈ㆍ뺄셈은 기본이고 영어와 한문까지 가르치고 있다. 부모들이 가정에서 5∼6세때부터 사설기관의 방문학습 등을 통해 아이가 한글을 터득하도록 지도하는 것은 물론 유치원에서도 부모들의 요구로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을 뛰어넘는 학습지도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영어열풍 속에 상당수 유치원은 원어민 영어강사를 두고 있으며 각종 한문능력인증시험이 생기면서 일부 유치원은 교양 과정으로 한문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초등학교 1학년 과정은 국어, 수학,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등 5개 교과목으로 국어는 `ㄱㄴㄷㄹ'부터 시작해 받침이 있는 단어를 가르치고 수학은1234' 숫자 개념부터 덧셈ㆍ뺄셈을 가르치는데 요즘 5∼6살이면 이 정도는 깨우친다는 게 학부모와 교사의 전언이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36ㆍ여)씨는 "주변에서 봐도 대부분 취학 전에 한글, 수학, 영어는 기본으로 가르치고 6∼7살이면 초등학교 1학년 과정은 대부분 마치기 때문에 정말 학교 과정은 그냥 `과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울 북성초등학교 김애숙 교사도 "학교에 아이들이 오면 `ㄱㄴㄷㄹ'를 가르치다가 `가나다라'에 이어 곧바로 받침있는 단어를 가르치는데 모두 잘 따라온다"며 " 재작년 1학년 담임을 맡을 때는 글을 떠듬떠듬 읽는 아이가 있었는데 작년에는 그런 아이도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취학 전 선행학습으로 인해 자칫 아이들이 입학 후 학교수업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학교는 선행학습을 마친 아이가 아니라 아직 한글과 덧셈ㆍ뺄셈 등의 교육이 필요한 아이를 위해 수업을 진행해야 하고 이런 경우 자칫 수업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의 학습태도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 소재 유치원의 이모(여) 교사는 "아이 중에는 5∼6살에 초등학교 1∼2학년 과정을 마치는 경우도 있지만 너무 이른 선행학습으로 학교에 가서 재미 없어 할까봐 구구단을 다 가르쳐주지 않고 7단까지만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스페인에서는 지나친 선행학습으로 아이들이 수업에 흥미를 잃을까봐 교과서를 학교에 놓고 가도록 한다"며 "부모들의 걱정도 이해하지만 이것저것 너무 많은 것을 미리 가르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충고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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