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상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선은 한결같다. "1만원 짜리 표를 10배나 높은 가격에 팔다니…" 라며 벌레 쳐다보듯 한다.
고리대금업자는 또 어떤가. 채무자에게 납치, 협박 등을 일삼고 심지어 신체포기각서까지 요구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곤 한다.
화폐위조범, 매춘부, 포주, 마약밀매상, 공갈협박꾼,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지상사 펴냄ㆍ이선희 옮김)은 '공공의 적'으로 치부되는 이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현재 미국 뉴올리언스 로욜라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월터 블록이 이들 사회악적 존재에 대한 변호에 용감하게 나섰다.
포주의 경우를 한 번 살펴보자. 옛날부터 포주는 매춘부들에게 기생하는 존재로 취급받아 왔다. 또 매춘부를 강제로 모집해 직원 명부에 올리려고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행동을 일삼는 포주도 있지만 이 사실 자체만으로 포주라는 직업 전체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벽돌공, 배관공, 음악가, 성직자, 의사 등 할 것 없이 동료의 권리를 절대 침해하지않는 직업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갈협박은 어떨까. 저자에 따르면 공갈협박은 한마디로 '거래 제안'이다. 합의가 이뤄지면 공갈협박자는 비밀을 지켜주고, 피협박자는 합의된 돈을 지불한다. 반대면 협박자는 비밀을 폭로한다.
공갈협박에는 긍정적인 면도 많다. 공갈협박자에 걸려드는 사람들은 순진무구한 희생자를 빼면 범죄자와 관습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사람들(동성애자, 성도착자 등) 두 부류로 나뉜다.
저자는 공갈협박이 범죄자 부류에게는 방해물로 비춰진다는 점에서, 관습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동성애 등을 대중에 좀더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순기능도 한다고 본다.
공갈협박보다는 어찌보면 험담이 더 나쁘다. 공갈협박자는 피협박자에게 비밀을 지킬 수 있는 기회라도 주지만 험담은 사전 경고 없이 비밀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는다며 채무자에게 못된 짓을 하는 채권자들에 대한 비난 여론도 높은데, 채권자 입장에서 보면 돈을 갚지 않는 것은 사무실에 침입해 돈을 훔친 도둑과 다를 바 없다.
또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높은 이자율을 요구하는 것도 대부업자들 입장에서 보면 채무 불이행의 위험이 더 큰 사람들에게 더 높은 이자율을 요구하는 것 뿐이다.
원제 Defending the Undefendable. 310쪽. 1만7천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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