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학자 슈마허는 자신의 저서에서 "나는 '제화업자'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슈마허는 'shoemaker'의 독일식 이름)
이런 집안 배경 덕분에 솜씨 좋은 제화업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빼어난 구두수선공이 되려면 구두를 잘 만드는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보다 먼저 발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두'에 '경제'를, '발'에 '인간'을 대입하면 경제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인식 아래 탄생한 학문이 '행동경제학'이다.
아담 스미스 이래 주류경제학자들은 인간을 합리적으로 선택, 판단하고 효용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존재로 규정해왔다. 하지만 현실 속 인간은 점심값보다 비싼 커피를 하루에도 몇 잔씩 소비한다.
메이지 대학 정보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인 도모노 노리오가 지은 '행동경제학'(지형 펴냄ㆍ이명희 옮김)은 다양한 사례와 실험 결과, 도표 등을 제시하면서 행동경제학의 전반을 설명하고 있다.
100명을 대상으로 1부터 100까지 각자 좋아하는 수를 하나씩 선택하게 하고, 선택된 수의 평균의 ⅔배에 가장 가까운 수를 선택한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게임이 있다. 만약 당신은 이기기 위해 어떤 숫자를 선택할 것인가.
참가자 전원이 무작위로 선택했을 때 평균치는 50이다. 50의 ⅔는 33이므로, 33의 ⅔, 즉 22가 첫 번째 후보가 된다. 하지만 참가자 전원이 동일한 추론을 한다고 가정하면 다시 22의 ⅔에 가장 가까운 수인 15를 선택해야만 승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식의 사고과정을 거듭하면 10, 7, 5, 3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1이 아니면 승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모든 사람이 합리적이라면 이처럼 8단계의 사고를 뛰어넘어 똑같이 1이라는 수를 제시해 공동 승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와 다르다. 한 학자가 고교생, 대학생, 대학의 이사, 경영자 등을 상대로 이 실험을 실시한 결과 평균치는 25과 40 사이였다. 그나마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학생들의 평균치는 15-20였다.
행동경제학은 고전경제학과 달리 인간의 '비합리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한 실험에 따르면 1천 원의 손실이 주는 불만족은 1천 원의 이익이 주는 만족보다 2배에서 2.5배나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용ㆍ안서원 감수. 원제 Behavioral Economics. 340쪽. 1만8천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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