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성민 전 국회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한미 관세협상이 유예기간 종료 하루 전에 타결됐다. 최악은 피했다고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쉰다. 총론은 구렁이 담 넘듯 대충 넘어갔다고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듯이 각론엔 문제투성이다. 앞으로 한국경제에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거시적 외형을 넘어 미시적 각론에서 보면 협상 결과가 허점투성이다. 한마디로 털리고 털리고 또 털린 빈털터리 협상이다. 이것은 관세전쟁 중에 펼치는 통상외교의 관세 협상이 아니라 관세 항복, 관세 굴복이다.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동맹국이 아닌 적국 수준의 항복 협상을 이끌어냈다. 이재명 정권은 미국과의 관세전쟁에서 백기 투항했다.
그 비교의 준거 틀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한국과 미국은 무관세 FTA 동맹국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약 세 배 정도 큰 일본의 협상 결과와의 비교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에 대부분의 품목에 대해 무관세(관세율 0%) 수출국가였다. 그런데 이번 협상 결과로 15%의 관세율 시대를 활짝 열었다. 이재명 정권의 국익 실종 외교의 결과이다. 이는 우리의 대미 수출품에 15%의 경쟁력 약화를 부과한 것이다. 이런 결과는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 정권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오판했고,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놓쳤으며, 대미 관세 전략이 부재했다. 늦장만 부리다가 8월 1일 관세 유예기간을 넘기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과 15% 선에서 관세율을 타결하면 된다는 숫자에만 빠진 나머지, 관세 협상을 통해 국부를 증진시킬 이렇다 할 전략 자체가 없었다. 한마디로 각론의 차원에서 협상 결과를 보면, 전략 부재의 졸속 협상, 빈털터리 국익 실종 외교의 전형이다.
이런 지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번 협상에서 일본과 달리 한미는 FTA 동맹국으로서 상호 무관세 국가였다는 이 호재의 레버리지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상호 관세라는 무역의 평등성도 활용하지 못했다. 한국의 미국 수출품은 15% 관세 적용, 미국의 한국 수출품은 무관세라는 극히 비상호적인 불평등 조약을 맺고 돌아왔다. 이것은 한마디로 대미 퍼주기 굴종 외교다.
여기에 우리보다 세 배나 경제 규모가 큰 일본(5,500억 불)에 비해 더 많은 천문학적 대미 투자액수(3,500억 불, 에너지 1,000억 불)를 건네주고 돌아왔다는 점은, 관세 협상이 아닌 대미 자선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온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와 관련해 “(프로젝트가) 나에 의해 선택이 될 것”이라 말했으며, LNG 외 추가 투자 액수를 곧 있을 이재명 대통령과의 양자(兩者) 회담에서 확정 짓겠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한국의 대미(對美) 투자 액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클 것이다.
특히 민감 품목인 농산물 개방을 놓고도 트럼프는 ‘완전 개방’을 발표한 반면, 우리 정부 측은 “추가 시장 개방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지금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과연 우리 정부 측 말대로 쌀·쇠고기 시장은 지켰을까. 낙농 국가인 호주의 쇠고기 시장, 쌀이 주식인 일본의 쌀시장까지 개방시킨 트럼프가 한국에 쌀과 쇠고기 개방을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
한국 측은 쌀과 쇠고기 두 가지 모두에서 양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트럼프는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농산물을 구매한다고 약속했다고 발표했고, 베센트 재무장관은 한국의 협상단이 “우리는 미국 제품을 좋아합니다”라고 밝혔다는 말까지 공개했다.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월령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 철회를 약속받았는지 여부도 핵심 사항이다. 하지만 이것도 아직 불분명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관세 협상에서 우리 팀은 어떤 이익을 가져왔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경제에 이익이 되는 어떤 협상안을 들고 왔는지 국민에게 공개하기 바란다. 미국에 일방적으로 퍼주고 돌아온 빈손 외교 말고, 한국경제에 이익이 되는 국부 창출의 협상 결과는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특히 한국의 철강, 자동차, 반도체라는 세 개의 우선적인 분야와 관련해 왜 더 낮은 관세율을 얻지 못했는지에 대한 입장과, 이번 협정은 한미가 상호 관세를 거의 모두 철폐한 양자 간 한미무역협정(FTA)을 무효화하는 것인데도, 왜 한국은 특별한 대우를 받지 못했는지 국민 앞에 밝히길 바란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재명 정권의 외교적 실책으로 경제주권마저 흔들리고 있다.
끝으로, 대미 관세협상의 핵심 키는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는 분명한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그것은 동맹국들을 관세 협상의 우선협상국으로 지정해 빨리 협상에 임하도록 독려한 것이었다. 그 대상국으로는 한국, 일본을 비롯해 영국, 호주, 이스라엘이 포함됐다. 일본은 총선 때문에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었고, 영국, 호주, 이스라엘은 조기 협상에 착수했다. 그 결과 모두가 순조롭게 협상을 마쳤다. 심지어 영국은 가장 먼저 합의하면서 상호관세를 10%로 인하했다. 이는 15%를 부과받은 EU와는 큰 차별성이다.
한국이 조기에 협상에 임했더라면 가장 성공적인 협상 타결국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미 한미 정상회담도 몇 차례 더 이뤄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조기 협상을 제안했던 트럼프의 요구를 비껴갔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최고 정책결정권자의 치명적인 오판이자 실수다.
그 결과 지금의 빈털터리 협상, 퍼주기 외교 상황을 맞았다. 이 대통령의 오판이 아니었으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지금 가장 성공적인 관세 협상의 모델국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