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예정된 정봉주 전 의원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나꼼수 제작진이 방송과 행사 등을 통해 정 전 의원의 무죄판결을 요구하며 담당 판사의 실명을 거론하는 방법 등으로 사법부 압박에 나서 물의를 빚고 있다.
19일 ‘정봉주 BBK 사건 대법원 판결 기념 특별 호외’라는 부제가 붙은 ‘나꼼수 호외 2’편에서 공동진행자 김어준씨는 “상식적으로 무리한 부분이 있는 정치적 재판이라 판결이 계속 미뤄질 것이라 추정했는데 갑자기 선고일이 잡혔다”며 또 다시 음모론을 꺼내들었다. 재판일정이 정치적 외압으로 급히 잡혔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나꼼수 제작진은 앞서 1,2심 유죄판결이 내려진 데 대해서도 “(이 대통령 집권) 1년차 가장 서슬 퍼럴 때 내려진 판결이기 때문에, 유죄로 난 거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고 싶지 않다”며 사실상의 ‘정치적 판결’로 규정했다.
시사인 주진우 기자는 “(주심 대법관인) 이 대법관은 훌륭한 분이라 (외압에)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고, 김용민 나꼼수 PD는 “이상훈 대법관”이라고 주심판사인 이상훈 대법관의 실명을 거론했다. 이들은 또 “대법관의 양심을 믿는다” “재판부에서 현명한 판결을 내려줄 것을 믿는다”는 발언도 하는 등 재판 개입에 나섰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의 무죄를 요구하는 여론을 조성해 어떻게든 사법부 판결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나꼼수의 이 같은 행동은 명백히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민호 교수는 “판결을 앞두고 사법부의 판단을 겸허히 기다리는 자세가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결이 나야 법적 정의가 실현되는 것처럼 여론을 선동하고 호도하는 그 자체가 실로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나꼼수측이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는 나라에서 나꼼수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대안언론의 모델’ 주장에 대해서도 “나꼼수 스스로가 방송인지 언론인지 여부를 학문적으로 판단하기 이전에 나꼼수 스스로 바른 소리를 전하는 언론을 운운하지만, 수사나 재판에 영향력을 끼쳐선 안 된다는 기본 원칙도 안 지키면서 무슨 언론인가”라고 일갈했다.
법무법인 케이씨엘 고영주 대표변호사는 “최근 법원의 판결이 지나치게 좌편향 경향을 보이며 신뢰를 잃고 있는 것도 나꼼수의 사법부 외압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법부의 갈짓자 판결이 사법부를 향한 나꼼수식의 외압이 통할 수도 있다는 오판을 이끈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고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그 사람들은 대한민국 법질서를 존중하겠다는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아닌가”라며 “저런 식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것이 사법부 독립의 원칙이지만, 판사도 사람인 이상 압력을 받지 않는다고 보장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법에 의한 원칙을 지키기보다 판사 개인 성향이나 여론에 흔들리다 보니 좌우 모두가 믿지 않는 불신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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