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풀 소녀에게/ 정재학
향란이라 했던가, 그 처녀는
토끼풀을 뜯어 먹어야 했던 23살의 처녀는 소녀였다.
자라지 않은 키, 자라지 않은 발, 자라지 못한 얼굴에서
우리는 소녀를 읽었다.
그 소녀를 지배하는 것은 배고픔
결국 토끼가 되어야 했던 소녀는 먹이에 대한 갈증을
풀지 않았다.
지도자 동지의 캐비어 놓인 식탁으로부터
그 기름진 폭악과 배신으로부터
보다 먼 거리에 살던 소녀는 날마다 토끼풀을 뜯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앞서간 어머니를 따라 소녀는 8월 조국의 식탁을
떠났다.
토끼가 되어 두 귀 쫑긋거리며
먹지 못한 풀꽃반지는 머리에 이고 청산을 넘어 조국을 떠났다.
죽음, 그녀는 그것으로
배고픔보다도 풀꽃보다도 더 푸르고 간절한 자유를 얻었다.
기억하는가 우리는, 향란이라는 처녀아이의 죽음과 자유에 대해서…
2011년 12월 20일 / 정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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