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한미FTA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분노를 지면을 통해 드러냈다.
‘한미FTA 비준안 찬성한 국회의원 151명’이란 제목으로 24일자 지면 1면에 3분의 2정도의 큼직한 크기로 국회의원 151명의 사진을 깔았다.
경향신문 이대근 편집국장은 “(1면 사진이)그날 벌어진 역사적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기사보다 가장 중요한 팩트가 그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통과시켰는가’”라며 “(국회의원 각자의) 의사에 의해 결정된 사건인데,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고 무겁게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독자들은 중요한 결정을 누가 했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가장 중요한 사실을 분명히 각인시키는 것, 그것이 제작의 목표였다”고 경향닷컴을 통해 밝혔다.
경향신문은 또 페이스북 공식계정을 통해서도 이 사진을 “다운로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며 온라인 유포에 나섰다.
미디어스 등 일부 좌파매체들도 경향신문의 이날 1면 사진에 대해 “트위터 반응이 뜨겁다”면서 “오늘자 경향일보는 사줘야겠기에 신림역내 가판대에서 샀는데 판매하시는 50대의 아주머니께서 나라 판 FTA 찬성한 의원들 누군지 다 알게 신문 버리지 말고 주위 사람들과 돌려보라며 100원 할인해 주셨다” 등의 트위터리안 반응들을 모아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김유경 교수는 “역으로 보면, 소위 보수언론은 그와 같은 편집은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일관되게 반FTA 논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편집 자체는 이상할 것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언론은 감정적 접근보다는 논리적 이유를 분명히 하고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긍정적으로 보자면, 공적 인물과 행위에 대해 감시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기 때문에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마치 ‘을사5적’의 이미지로 고발하는 듯한 편집은 언론으로서의 균형적 측면, 절제감이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FTA 찬성 국회의원들이) 신문의 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공적으로 매도한다는 느낌이 강한 편집은 좀 심하게 보인다”고 했다.
한 시사주간지 편집장은 “만일 같은 사진이 조선일보에 실렸다면 영웅들의 사진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경향신문에 실렸기 때문에 정 반대의 의미를 주는 사진이 됐다. 편집자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매력적인 편집이었다”면서도 “한미FTA 찬성 국회의원들을 을사5적과 같은 악당으로 몰아가는 사진이었는데,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범죄자의 포스터를 연상케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대 윤리교육과 박효종 교수는 “언론이 자신들의 주장대로 국회의원들의 사진을 전면에 실을 수 있겠지만, 그 의도가 너무 적나라하다는 점에서 언론으로서의 절제미가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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