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언론이 당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는 ‘당해체=제2의 열린당’ 위기감에 휩싸인 민주당을 달래고 나섰다.
이는 최근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하고 소위 시민사회후보라는 박원순 변호사에게 또 다시 자리를 뺏기자 큰 충격에 휩싸이면서 과거의 ‘악몽’이 10.26 서울시장 선거의 악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들은 작년 경기도지사에 이어, 4.27재보선 경남 김해 선거와 이번 서울시장 선거까지 야당과 좌파시민사회에 후보 자리를 내주며 휘청대는 민주당의 모습이, 지난 2003년 새천년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분당됐을 당시와 유사하다는 지적과, 동시에 민주당의 무능력을 질타하고 있다.
하지만 정동영 최고위원 등은 새로운 틀에서 야권진영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며 야권통합정당 건설을 주장하며 ‘민주당 해체설’에 앞장서는 모양새고, 당 밖에서는 이해찬 전 총리,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 등이 야권단일정당을 추진하는 ‘통합과 혁신’을 주도하며 민주당 해체론에 기름을 붓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 열린우리당 창당을 반대하며 탄생과 몰락의 과정까지 지켜봐야 했던 구 민주계와 골수 민주당 지지층 입장에서는 열린당 창당 주역들이 주도하고 있는 현 정국을 바라보며 과거의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 실제로 4선의 이석현 의원은 “민주당은 우리가 지난 60년동안 지켜온 전통야당으로 뿌리도 있고 자부심도 있다”며 “그러나 이번 (경선결과는) 솔직히 충격”이라며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한 민주당원은 당 게시판에 ‘민주당 정말 이럴겁니까’라는 제목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조차 못내는 민주당을 바라보는 심정은 참담하다”고 적었다.
이 때문에 박 변호사에 대한 반감마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좌파 언론들은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총력을 모으기 위해선 일단 민주당을 달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같은 필요 때문에 민주당의 무능을 비판하기 보다는 이를 비판하는 보수언론 탓을 하며 민주당의 ‘열린우리당 시즌2’ 위기설을 애써 잠재우는 모양새다.
한겨레 “‘민주당 굴욕’ 비판은 보수언론의 음모, 박원순 당선시켜야” 민주당 분열위기 외면
6일자 한겨레신문의 사설은 이런 노림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신문은 ‘‘후보도 못 내는 민주당’이라는 비판의 함정’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서울시장 후보도 못 내는 제1야당’이니 ‘민주당의 굴욕’이니 하는 비아냥 비판의 선두에는 보수언론들이 자리잡고 있다”며 “이런 지적은 언뜻 그럴싸해 보이지만 결코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이어 “민주당이 야권후보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은 가장 경쟁력 있는 범야권 후보를 뽑아 한나라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에서였다. 따라서 ‘서울시장 후보도 못 내는 제1야당’은 결코 수치가 아니”라며 “오히려 ‘야권 통합후보를 당선시킨 민주당’ ‘야권의 맏형다운 모습을 보인 민주당’이 더 큰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앞으로 야권 연대와 통합의 길목에서 민주당을 위한 든든한 자산이 될 게 분명하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대한 조롱과 질책 속에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 통합후보의 승리를 막으려는 교묘한 정치적 노림수가 있음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면서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을 자극해 야권 통합후보한테서 등을 돌리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언론노조 기관지 미디어오늘도 5일 ‘민주당 패배’ 부각한 보수언론 꼼수’란 제목의 비평기사를 통해 “민주당 패배에 이번 선거의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근시안적 시각”이라며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비공개 회의 발언 “이번 경선은 모두의 승리이지 누구의 패배도 아니다. 어제 단일화 경선은 야당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적인 경선이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후보를 당이 총력을 기울여서 반드시 당선시키는 것”이란 발언을 전하며 민주당 일각의 박 변호사에 대한 반감을 무마시키고 표 단속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좌파언론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민주당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양심과 진보를 추구하는 민주당 내의 정치세력들은 이번 서울시장 재보선 결과를 지켜보면서 신당창당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세울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는 바이다”라며 아예 친노세력과 결별하자는 주장, 민주당 패배에 대해 “민심이 답이라면 민주당과 후보단일화, 통합 운운하지도 않는다. 민심이 그들에게 있는데 그런 거추장스런 짓을 왜 하는가? 그 민심, 매스컴의 선동으로 만든 민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물이 없는 매스컴민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스컴으로 민심을 만들어내고 민주당에서 실물을 가져가고져 하는 것”이라며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는 ‘제2의 열린우리당 시나리오’로 인한 분열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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