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 KBS가 수백만을 학살한 김정일 다큐를 제작.방영하기로 알려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물론 KBS측이 ‘최대한 객관적 관점’으로 만들어질 것이란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북한 김정일 체제의 직접적 피해자인 남한의 공영방송이 가해자인 김정일에 대해 객관적으로 조명하겠다고 나선 것은 웃지 못 할 황당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단독 보도한 조선일보에 따르면 KBS는 김정일의 인생을 심층 조명하는 3부작 전기(傳記) 다큐멘터리를 제작, 이르면 연말에 방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KBS 관계자는 "올 초 계획했던 '글로벌 대기획' 중 하나"라며 "'김정일'(가제) 다큐는 그의 출생과 성장 과정, 권력 장악 과정 등을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1년 넘게 국내는 물론 중국·러시아 등 해외 14개국 취재를 끝내고 현재 마무리 작업 중"이라며 "구체적인 방영 시기는 최근 이승만 다큐멘터리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 등을 감안해 안팎의 조율을 거쳐 결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제작진은 "이번 다큐멘터리는 남한의 시각이나 이념적 시각이 아닌, 최대한 객관적 관점에서 김정일을 다룬다는 기획 의도로 제작됐다"면서 "완성분을 보면 절대 이념적 논란은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 김정일을 오랜 기간 지켜봐 온 국내외 인사 수십 명을 만나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증언을 확보했으며, 김정일의 생애와 관련된 미공개 영상도 입수했다"면서 "김정일이라는 한 인물의 일생을 통해 북한의 사회·권력구조를 본격적으로 해부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정일의 어린 시절 등을 조명하는 데 드라마 다큐멘터리 기법(과거 사실을 재연해 드라마 형식으로 보여주는 것) 등을 활용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조선일보는 지금까지 김정일의 일생을 단독 조명한 다큐멘터리는 모두 외국에서 만들어졌으며, 중국에서는 김정일의 방중(訪中)에 맞춰 그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한 바 있고, 미국 히스토리·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등이 김정일 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좌파진영 공세에 해명 급급했던 KBS, 의도치 않게 김정일 미화 우려 높아
김정일 다큐를 제작하겠다고 나선 KBS는 건국 대통령 이승만 다큐도 좌파세력의 압력을 못 이기고 당초 예정일보다 늦게, 축소된 내용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좌파진영은 KBS측이 밝힌 대로 이승만 대통령의 명암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밝힌 이 다큐에 대해서도 방영 후, 일방적으로 미화했다며 선동하고 있다.
만일 KBS가 이런 좌파진영의 공세에 또 다시 밀릴 경우, 김정일 다큐는 당초 기획처럼 객관적 조명보다는 ‘대화가 통하는 상대’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카리스마 지도자’ 등의 일부 좌파인사들의 주장처럼 ‘김정일 미화’로 흐를 우려가 높다.
이렇게 되면 KBS의 기획의도와 달리 김정일에 대해 잘 모르는 대한민국 전후 젊은 세대들은 김정일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남북통일과 이념문제에 대해 왜곡된 관점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김정일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 문제는 한반도의 가장 큰 현안인 통일문제 뿐만 아니라 국내정치에도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KBS의 김정일 다큐는 향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는 민감한 부분이다. 따라서 김정일 다큐를 제작하는 KBS가 좌파진영의 압력과 눈치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 대한민국 헌법적 관점에서 정말 객관적으로 조명될 수 있을지 관심과 우려가 제기된다.
네티즌 “‘식견 있는 지도자’ 다큐 될 것” 우려, 친북매체 미디어오늘 등 좌파매체는 침묵
네티즌들도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조선닷컴 박모씨는 “남한, 이념적 시각이 아니면 누구 말처럼 ‘식견 있는 지도자’ 다큐가 될 게 뻔하다”고 제작진의 설명에 대해 우려를 표했고, 배모씨는 “적대관계 우두머리를 객관적으로 방송한다? 방송 그 자체가 홍보라는 것을 아는 방송이 김정일을 대놓고 보여준다니 과연 무엇을 의도하려는가?”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김모씨도 “아무리 객관적이라고 해도 우리의 적이며 무도한 독재자를 다큐로 제작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국민세금 들여 이따위 프로를 제작하는 공영방송의 의도가 뭔가?”라고 비판했다.
폴리뷰 박한명 편집장은 “역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KBS가 김정일 다큐멘터리를 객관적으로 다루겠다는 말 자체는 맞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을 보면 민감한 인물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겠다는 건 기계적 중립을 지키겠다는 것 이었다. 김정일처럼 찬반 입장을 들을 필요가 없는 세계적으로, 역사적으로 판단이 끝난 인물을 객관적으로 조명하겠다는 말은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있는 말”이라면서 “좌파진영으로부터 끊임없이 공격을 받아온 KBS가 이들은 의식해서 한 말일수도 있지만, 김정일을 객관적으로 다루겠다는 해명 자체가 불필요한 부분이다. 왜 KBS가 굳이 김정일 다큐를 만들겠다고 나섰는지도 의문이지만, 굳이 만들겠다면 대한민국 헌법과 가치에 의해 만들겠다고 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방적 친북성향의 매체 미디어오늘 등 좌파매체들은 KBS의 김정일 다큐 제작 소식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 건국 대통령 이승만 다큐, 6.25 전쟁 영웅 백선엽 다큐 등에 맹공을 퍼붓던 것과는 확연한 대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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