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패배한 다음날인 4일, 오전부터 국회 기자실은 분주하게 돌아갔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전격적으로 사퇴를 한다는 소식에, 기자들은 사실 확인을 하느라 이러 저리 전화를 돌려댔다. 경향신문의 인터넷판 첫 보도 이후, 민주당 측에서는 “결정된 바 없다”며 사태를 수습하고 나섰다. 그러나 손대표는 결국 11시 30분부터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사퇴를 선언했다.
손 대표는 "어제 경선 결과 60년 전통의 제1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이런 사안에 대해 당 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당원에 대한 도리"라고 사의표명 배경을 설명했다고 이용섭 대변인이 전했다.
손 대표는 "다만 대표직을 사퇴하더라도 손 대표는 10.26 재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뛸 것이다. 대표직 사퇴가 박원순 통합 후보를 더 떳떳하게 지원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가 사퇴하는 책임을 져야 민주당이 더 단단하고 건강하게 발전하고 변화하고 혁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손대표의 전격 당대표직 사퇴는 하루만에 번복되었다. 민주당은 5일 의총에서 손대표의 사퇴를 번복하도록 하는 안에 참석 의원 65명 전원이 동의하였다. 이러한 당내 의견을 김진표 원내대표와 정장선 사무총장이 손대표에 전달, 손대표는 당내 여론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사퇴를 번복하였다.
손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어떤 경우에도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한 무거운 책임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당 대표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당의 고문, 중진, 선배당원, 의원들이 사임을 극구 만류했다”면서 “이는 서울시장 선거를 끝까지 승리로 이끌어야 하고 남은 임기 동안 야권통합과 당의 혁신에 매진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제가 과연 막중한 소임을 계속 맡을 수 있는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책임지는 정치인으로서 뜻을 뒤집는 것이 제가 가진 신념과 어긋난다는 점에서 고심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손대표의 사퇴 선언과 번복으로, 경선 패배 이후 조짐이 일었던 내분은 일단락되었다. 손대표는 당내 후보 선출보다는 박원순 후보 등 외부인사에 눈독만 들였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게 되었다. 표면 상 민주당은 박원순 후보 당선을 위해 힘을 모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좌파운동권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자리를 내준데 이어, 민주당의 대표가 사퇴하고, 박원순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당 자체의 위상은 크게 추락되었다. 서울시장 선거 이후 야권통합을 위한 정계개편에서 민주당이라는 브랜드는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당 내외에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손대표 개인 역시 한나라당 탈당 전력에 2007년 대선 당시 경쟁자였던 정동영 후보를 비판하며 경선 일정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다시 한번 돌출행동을 하여 "불리하면 튀어나간다"는 이미지가 더 굳어져 버렸다.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