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밥그릇 문제까지 건드리나’며 한나라당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선별적.단계적 무상급식 방침을 맹비난하던 자칭 진보진영이 서울시의 노인 점심 지원 문제를 트집 잡고 나섰다. 단지 정치적. 이념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은 서울시가 ‘노인복지신장’의 사업명으로 어버이연합에 지원한 ‘밥값’을 문제 삼았다.
27일 조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10년 서울시 민간시정참여사업'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0년 비영리민간단체 지원 사업으로 어버이연합에 총 1100만원을 지원했다. 사업대상은 ‘300명의 도시 빈곤층 무의탁 독거노인 점심 라면 및 도시락 제공’이었다. 어버이연합은 이 사업의 예산안으로 자부담 4,000만원과 서울시 지원 1,100만원을 제출했다.
어버이연합은 서울시로부터 지원받은 1100만원 중 310만원을 라면비용으로, 390만원을 도시락 배달 비용으로, 91만원은 회식비, 300만원을 여름야유회 및 위문공연 비용으로 사용했다. 대부분 라면, 도시락 등 값싼 식사비용으로 지출한 것이다.
하지만 조 의원은 사용 금액 중 6월 25일과 7월 27일 각각 지출한 170만원, 116만원의 도시락 배달 비용에 대해 “사실 이 날은 어버이연합이 6.25 전쟁과 정전협정 기념 57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다른 보수 단체들과 함께 파주 임진각에서 대북 풍선과 전단을 띄운 날로 확인됐다. 결국 어버이연합의 대북전단 날리기 사업에 서울시가 도시락 비용을 대준 셈”이라고 비난했다.
조 의원은 또 “지난해 어버이연합은 ‘독거노인 급식’이라는 명목으로 매일 100~2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을 포함한 노인들에게 점심을 제공해왔는데, 이 비용도 서울시 사업비로 지원됐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힐난했다.
주로 70대 이상 고령층 회원으로 구성된 아스팔트 우파단체인 어버이연합은 최근 한진중공업 파업관련 ‘희망버스 저지’로 좌파진영의 표적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상황에서 좌파진영으로부터 급기야 서울시로부터 지원받은 라면, 도시락 비 등 값싼 식비까지 공격받는 상황이 된 것.
회원 대부분이 가난한 서민층으로 알려진 어버이연합은 6.25전쟁을 통해 공산주의와 북한체제를 경험한 탓에 반공의식이 투철해 좌파진영의 이념.정치투쟁에 앞장서 반대해왔다.
하지만 ‘아이들 밥그릇까지 빼앗는다’ ‘부자아이 가난한 아이 전부 무상급식’ 등을 주장하던 자칭 진보진영이 다른 것도 아니고 어버이연합 회원들의 식비까지 트집잡는 것은 심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북한 주민을 김정일 압제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대북전단지 날리는 날 도시락 먹었다고 트집 잡는 것도 황당하지만, 거한 점심도 아니고 서울시가 노인들 라면, 도시락 먹였다고 지원하지 말아야한다는 주장을 보면 기가 막힐 뿐”이라며 “아이들 밥값 운운하던 사람들이 노인들 밥값 가지고 문제삼는 걸 보면 ‘노인은 투표하지 말아야 한다’, ‘노인은 뇌가 썩었다’고 노인폄하를 예사로 하는 그쪽 사람들의 패륜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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