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시민단체 후보 박원순 변호사의 지지율을 오차 범위내로 따라잡았다.
안개 속을 헤매던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서 ‘안철수 후광’을 누리던 박 변호사의 지지율에서 차츰 ‘거품’이 걷히는 형국이다.
동아일보가 25, 26일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서울시민 700명 대상, 직접전화조사 방식) 결과, 여야 후보 간 양자 대결에서 나 후보(44.0%)는 박 변호사(45.6%)를 오차범위 내인 1.6%포인트 차로 따라붙었다. 특히 단순 지지율에선 나 최고위원(34.1%)이 오히려 박 변호사(32.2%)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동아일보가 지난 6,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두 사람의 양자 대결일 경우 나 후보가(33.5%) 박 변호사(49.8%)에게 16.3%포인트 뒤졌던 점을 보면 나 후보의 약진이 눈에 띤다.
범여권 단일후보 선호도 조사에선 나 최고위원(59.8%)이 이석연 변호사(26.4%)를, 범야권 단일후보로는 박 변호사(55.5%)가 박영선 의원(29.7%)을 각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나 후보와 박 변호사의 지역별 지지율 추세를 보면 나 후보는 한나라당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강남 지역과 강북 중 마포, 서대문, 용산, 중구, 은평, 종로 등 한나라당 현역 의원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곳에서 우위를 보였고, 박 변호사는 광진, 노원, 도봉, 동대문 등의 지역과 관악, 강서, 금천 등 전통적 야당 지지세가 높은 곳에서 나 후보를 앞섰다.
직업별로는 나 후보가 주부층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었고, 박 변호사는 사무직 종사자 등 화이트칼라, 학생들에게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중도보수시민사회 후보로 나선 이석연 변호사는 야권 후보로 누가 나서든 서울 전 지역에서 크게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한 달 가량 앞둔 상황에서 이 같은 나 후보의 전세 역전조짐은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서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같은 지지층 결집에는 친박계 등 당 주류층이 ‘나경원 비토론’을 거둬들이면서, 모처럼 한 목소리로 여권이 일치된 모습을 보인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출발선상에서부터 50%대의 안철수 교수 지지율을 등에 업고 시작했던 박 변호사가 본격적인 검증 무대에 서자 그간 ‘낡은 구두’로 대변되는 서민적 이미지와 달리 ‘강남 초호화 아파트 250만원 월세’ 논란, 대기업 사외이사, 부인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의혹 등이 불거져 나오는 과정에 실망한 지지층이 돌아서면서 지지율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폴리뷰 박한명 편집장은 “안철수 지지율 50%를 얻고 시작했다는 것은 득도 되지만 역으로 단점도 될 수 있다. 안 교수로부터 거저 받은 박 변호사 지지율에는 대중의 환상심리가 반영돼 있기 때문에 검증작업이 거듭될수록 거품이 빠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박 변호사 입장에서는 무조건 의혹을 피하고 정부로부터 탄압받았다, 한나라당을 반대한다는 단순논리의 전략으로 일관할 게 아니라, 정치권보다 자신이 더 서울시정을 잘 할 수 있다는 실질적 실력과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지지층 이탈을 막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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