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희망버스 관련 비판글로 보수우파 진영으로부터 주목을 받게 된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대호 소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 82학번으로 1989년부터 ‘박영진열사추모사업회’의 간사를 역임하고 1991년부터 1993년까지는 ‘노동정책’ 잡지 <단결의 길>에서 편집장을 지낸바 있다. 그뒤 대우자동차에 입사하여 기업생활을 하다 2006년 퇴사, 사회디자인여구소를 창립한다. 사회디자인연구소는 현재 참여정부 시절 정책기획실장을 역임한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고 백만민란 집행위원이자, 김두관 경남지사의 친 동생 김두수씨가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사회디자인연구소는 홈페이지에 “21세기가 요구하는 철학, 가치 비전, 정책, 대담한 정치적 상상력이 가미된 공공디자인을 생산하고 구현하는 인적 네트워크와 허브가 되고자 합니다”라고 사명을 적어놓았다. 사회디자인연구소는 이러한 창립 목표에 맞게 각종 다양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중 사회디자인연구소와 김대호 소장이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다. 물론 민노당 역시 비정규직 문제를 이슈로 다루나 그 해결방법은 판이하게 다르다. 김대호 소장은 6월 16일자 연구보고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법 이게 맞나?’에서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루저들로 가득한 중소기업이 문제, 희망버스를 개탄하는 이유
“북유럽이나 네덜란드에서비정규직 문제가 왜 없는가? 그것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자비심이 강해서가 아니다. 이윤을 포기해서도 아니다. 사람 자체가 좋아서도 기업 경쟁력이 특별히 높아서도 아니다. 인구밀도, 에너지, 농업, 관광의 혜택도 아니다. 그것은 외부노동시장의 처우 수준과 좋은 곳(민간 대기업이건, 공공부문이건)의 처우 수준의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평균적 처우는 1인당 GDP의 1배(4만불 나라에서는 4만불, 5만불 나라에서는 5만불)수준인데 반해 우리나라 좋은 곳의 평균적 처우수준 2~3배 이기 때문이다. 임금, 연금, 복리후생비 등을 종합해 보면 분명히 그렇다. 선진국에 높다는 사회임금은 이와 별도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GDP 1배 수준의 임금에서 세금을 왕창 떼서 주어진다. 이런 조건에서는 인력 수요가 있으면 바로 채용이 일어난다. 위기 상황에서는 인력 사업 구조조정도 큰 파열음 없이 이루어진다. 물론 튼튼한 사회안전망이 이 충격을 완화한다. 하지만 핵심은 1차 분배구조(시장)에서 근로조건의 격차가 적으면서도 합리적이고, 고용률이 높기 때문이다.(대부분 부부 둘 다가 일한다) 어느 나라든지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잘 나갈 때 임금 많이 주는 것이 아니라 경영실패나 경기변동 등으로 생사를 다툴 때에도 인력사업 구조조정을 못해서 파산하는 것이다”
또한 김대호 소장은 한진중 희망버스 관련 두 번째 글 ‘진보의 희망버스는 그 버스가 아니다“라는 글에서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쌍용차,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의 정신은 이 외에도 깊고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을 일자리를 정상이나 표준으로 삼게 되면 취업자의 90%가 비정상으로 되고, 이 상당수는 루저(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사람대접을 받으려면 어떻하든 대기업, 공기업에 취직하든지 아니면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도 남겼다. 민간 중소기업에 취직한 사람은 해고 되도 악 소리도 못 내고, 사회적으로 주목도 받지 않고, 해고 수당도 거의 받지 못하는 천민이니까! 그런데 마음이 항상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에 가 있는 사람들, 루저들로 득실거리는 중소기업에서 무슨 경쟁력이 나오겠는가? 이 시대는 사람의 창의와 열정이 기업 경쟁력의 요체인데! 내가 진보의 이름으로, 정의의 이름으로 “희망버스”를 개탄하는 이유이다“
김소장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의 폐단과 복지문제를 연결시킨다.
“북유럽 노조는 종업원이 수만 명이 넘는 수출대기업의 고용임금과 종업원이 5명도 안 되는 3차, 4차 협력업체의 고용임금이 노동의 양과 질이 비슷하면 비슷하도록 만들었다. 산업별 노동자 평균임금은 1인당 GDP를 기준으로 하면 1배(5만 불 나라에서는 5만 불, 4만 불 나라에서는 4만 불) 내외이며, 높다고 해도 2배를 넘지 않는다. 보편적 복지국가의 모델처럼 된 스웨덴의 경우 1930년대 이전에는 산업별 수익성 차이와 산별노조의 교섭력 차이에 따라 임금 격차가 지금 보다 많이 컸다고 한다. 그러나 노조와 사민당 주도로 수십 년간에 걸쳐서 연대임금제 실시(수익성과 교섭력이 좋은 곳의 임금 투쟁 억제, 최저임금 상향), 노동시간 단축, 보편주의적 복지제도 등을 도입하여 이 격차를 줄였다고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상향평준화나 하향평준화를 한 것이 아니라 중향 평준화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노조운동의 관점에서 보면 연대임금제를 통해, 수익성 좋고 교섭력 있는 노조의 근로조건 개선 투쟁을 억누른 스웨덴 LO는 전형적인 어용노조이다. LO는 1933년 건설산업 쟁의에 개입하여 성과급 비율을 억제시켜, 당시 스웨덴 산업노동자 평균 임금의 170%이던 건설노동자 임금을 130%까지 눌렀다. 또한 산하 노조(지부)의 파업을 엄격히 통제하였다. 그 때문에 (한계 기업주들은 아니었겠지만) 많은 기업주들이 노조를 무서워하기는커녕 좋아했다. 잘 나가는 기업이 낸 수익을 노조가 임금인상 투쟁으로 왕창 가져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어쨌든 스웨덴 노조의 조직률이 급상승한 것은 이 시점을 전후 한 시기이다. (<복지국가 전략> p81~84, 미야모토 타로 지음, 논형) 북유럽의 높은 고용율과 노조조직률, 높은 세금과 큰 공공부문, 높은 사회적 신뢰도와 낮은 경쟁 강도, 비교적 두터운 보편주의적 복지혜택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다. 보편적 복지국가를 날로 먹으려 해서 안 된다“
무상 포퓰리즘에 편승하는 여당 지도부, 김대호 소장의 주장 경청해야
이러한 김대호 소장의 시각은 진보좌파 진영에서는 매우 독특한 위치를 잡고 있다. 그러다보니 김대호 소장의 주장이 진보좌파 진영에서 활발하게 논의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실업자, 비정규직 등 약자에 대한 섬세한 논의를 하는 그의 방식이 우파진영에서 수용되기도 어렵다. 그러다보니 김대호 소장은 진영논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하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각종 정책 토론회를 가보면, 생각이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모이는 경향이 확연해졌다. 상식이 있는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보면 치명적인 결함이 선명하게 보일 것 같은 아이디어에도 ‘전폭적으로 공감한다’ ‘대부분 공감한다’는 발언이 주종을 이룬다. 내가 볼 때는 돌이나 똥임에도 불구하고, 그들끼리는 금이나 된장으로 여기며 찬사를 보낸다. 그래서 이게 토론회 인지 결의대회인지 모호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김대호 소장은 노동운동 경험과 대우자동차에서 기업 경험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래서 그의 주장은 탁상공론이 아닌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 점에서 이른바 ‘생떼쓰기’라 불리는 낡은 거대 노조의 좌파담론과는 현실적 적합성에서 큰 차이를 두고 있다. 이러한 김대호 소장이나 사회디자인연구소의 노선이 진보좌파진영의 주류로 올라섰을 때, 보수우파진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최소한 김대호 소장은 세금을 퍼붓는 무상복지에 대해서는 “작은 복지”에 불과하다며 ‘공정’을 바탕으로 1차 분배구조부터 바꾸어야 한다 주장한다. 무차별적으로 복지 파퓰리즘 정책을 내놓으면서 중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일부 여당의 지도부들이야말로 김대호 소장의 글을 정독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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