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연구소 김현철 부소장이 박근혜 전 대표의 35% 안팎의 지지율에는 상당한 거품이 끼었으며, 내년 대선 변수로 불안한 PK 민심을 꼽았다.
김 부소장은 6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 “현재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35% 내외고, 여론조사를 보면 어떤 상황에서도 박 전 대표를 뽑을 핵심 지지그룹이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20% 정도다. 다시 말해 호남이나 충청권에서는 거품이 좀 있다는 얘기”라며 “여러 시뮬레이션 결과를 놓고 보면 우려스러운 지점들이 나온다. 여야 전체 후보군을 놓고 보면 박 전 대표가 단연 앞서 있지만, 야당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4~5%의 지지율에서 출발해 대통령까지 당선된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소장은 그러면서 “여야를 불문하고 부동의 1위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진 않을 거라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과거 대세론의 실패 사례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92년 ‘YS 대세론’ ‘97년 이회창 대세론’ 현 ‘박근혜 대세론’ 모두 상황이 다르다는 것과, 92년 노태우, 김종필, 김대중의 경우 김종필, 노무현 당시 정몽준,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박 전 대표의 승복이 ‘화려한 조연’의 역할을 해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화려한 조연의 존재와 역할 없이는 대권을 거머쥘 수 없다는 뜻으로, 장기간 나 홀로 독주 중인 박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꼬집은 대목으로 풀이된다.
김 부소장은 내년 대선의 변수로 지역 변수를 가장 크게 내다봤다. 그는 “아직 조심스럽긴 하지만, 지역 변수가 여전히 가장 크다. 그중에서도 영남 변수가 중요하다”면서 “지금 한나라당은 수도권을 가장 큰 변수로 놓고 '수도권 대표' 만들기에 열을 올리지만, 다음 대선은 수도권에서 결판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PK가 불안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 출신 아닌가. 야당이 전략적으로 끌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PK에 대해 오랫동안 조사를 해왔는데,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며 “예컨대 PK의 박근혜 지지자들에게 상대후보로 PK 출신이 출마할 경우의 선택을 물었을 때 이반율이 굉장히 높았다. 이 의미는 간단치 않다. PK 출신이라면 한나라당이 아니어도 된다는 의미”라고 우려했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김 부소장은 야권의 숨은 잠룡으로 점쳐지는 김두관, 문재인 대망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의주시해야 한다. 표의 확장성 면에선 손학규 대표보다 경쟁력이 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를 봤을 때, '박근혜 대 김두관', '박근혜 대 문재인' 구도에서 야권의 승리 가능성을 무시못한다. 박 전 대표가 패배할 거라는 얘기는 아니다. 박빙의 선거를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소장은 PK의 민심이반 현상의 원인을 묻자 “이명박 대통령이 TK출신이면서도 TK 대표성은 별로 없다. 이명박 대통령 자체의 속성이 지역적인 색깔보다는 비교적 넓은 스펙트럼이었다. 그런데도 현재 PK는 TK에 대한 일종의 소외감과 열등감, 불만이 있다”면서 “최근 동남권신공항 무산이나 부산저축은행 사건도 PK의 잠재적 불만을 키웠다. TK와 PK의 한나라당 지지율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주의 깊게 봐야한다. PK 중에서도 부산과 경남은 또 다르다. 경남은 박 전 대표에 대해 좀 더 우호적인 편이지만, 부산은 그에 비해 냉랭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선 전략상, 한나라당 텃밭이라 부르기 힘들 정도로 극심한 민심이반 현상을 보이고 있는 PK를 공략하기 위해선 “이회창 총재의 길을 가지 말아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그게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이회창 총재는 대세론에 함몰된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우군이 될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며 “친박계 의원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전반적으로 경직돼 있다는 느낌이다. 걱정 없다는 분위기다. 때로 '다음 공천을 생각하라'는 말도 하는데, 듣기에 따라선 상당히 불쾌할 수 있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즉, 김 부소장은 현재 친박 진영이 과거 실패 사례와 똑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어 김 부소장은 과거 이회창 총재가 YS와의 우호적 관계 설정에 실패해 대권에 실패한 점을 우회적으로 상기시키면서 “(박 전 대표에)우호적이었는데…박 전 대표의 몇몇 행보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계신 것 같다”며 “예컨대 박 전 대표가 북한을 방문하고 나서도 명쾌한 이야기를 안 한 점에 대해서, 대권주자로서 행보가 투명하고 분명해야하는데 그러지 않아서 물음표를 갖고 계신다. 또 세종시 문제에 있어서도 직접 반대 토론까지 하면서 진두지휘할 필요가 있었나, 그런 행보가 아버님의 생각과 좀 달랐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 전 박 전 대표가 상도동을 찾아 손을 내밀면 관계가 달라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진정성이 문제”라며 “박 전 대표가 그렇게 나선다면 그를 계기로 범여권도 하나로 뭉칠 수 있지 않겠나. 그게 이회창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부소장은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 공천이 안 될 경우 무소속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 단계에서 이야기할 문제는 아니”라면서도 “내년 총선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갈 생각”이라고 확고한 출마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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