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7.4전당대회에 출마한 홍준표 의원이 친이계 지원설이 돌고 있는 원희룡 의원을 겨냥, 계파 정치를 비난하고 나섰다. 특정 계파의 ‘공작 정치설’을 제기한 홍 의원은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특정 계파로 ‘이재오계’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홍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친이계 전체도 아닌 일부 친이계에서 일부 기관들과 함께 의원들에게 특정후보 지지를 강요하고 또 ‘우리 뭉치자’라며 다시 계파투표를 시도하는 것은 한나라당을 좋아하는 분들과 국민들의 여망에 반하는 그런 정치행태”라며 “그 위협을 당한 분들이 저한테 전화가 온다. 사람을 지방에까지 보내서 ‘어떤 특정후보를 지지하라’, ‘그 사람이 친이계 대표다’라고 말한다”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공작 정치를 하고 있는 특정계파가 이재오계냐는 질문에 “지금 계파가 많이 희석되었는데, 당내계파 중에서 가장 확실한 계파가 이재오계 하고 친박계다. 그런데 지금 친박계는 조용하고, 활발한 활동이 없다”며 “이재오 장관은 조용하고 또 개입하지 않는데 그 계보원 핵심들 몇몇 사람이 활발히 움직인다. 그리고 (원희룡) 출마과정도 ‘계파의 지원을 받지 않았나’ 하는 의혹이 계속 되니까 걱정스럽다”고 이재오계를 지목했다.

그는 이재오계의 원희룡 지원설에 대해 “나는 내년 공천이라고 본다”며 “내가 당대표가 되면 공천의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같은 홍 의원 주장에 대해 이재오계 지원설 당사자인 원희룡 의원은 “독설과 협박의 리더십은 당분열의 도화선이 되고 불상사의 불씨가 된다”며 홍준표 의원의 비난 공세를 맞받아쳤다. 전당대회 경쟁자인 자신에 대한 홍 의원의 공세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원 의원은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친이-친박간) 해빙 무드가 조성되고 화해를 하는 마당에 계파를 나누려는 행태는 이러한 당내 흐름은 모른 채 정치에서 자기이익만 챙기려는 구태정치”라며 연일 자신을 겨냥해 공세 수위를 높이는 홍 의원을 향해 각을 세웠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7명의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홍준표 의원의 이 같은 ‘원희룡 때리기’는 친이계의 막판 후보 몰표 지원을 경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동시에 친이계의 정치 공작설을 제기함으로써 역으로 친박계를 자극, 자신에 대한 친박계 지원을 최대한 노리겠다는 계산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홍 의원은 결국 친이계의 ‘계파 정치’를 비난하면서 사실상 친박계를 활용, 친박 마케팅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2010년엔 “반박근혜 후보가 승리할 것” 2011년엔 ‘박근혜 보호할 사람은 오직 나’ 돌변

실제로 홍 의원은 일각으로부터 박근혜 마케팅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일찍부터 전당대회를 겨냥한 듯 4.27 재보선 참패 후 “나는 박근혜 보완재이지 대체제가 아니다”며 선언했고, “박 전 대표에 대한 야당공격에서 보호할 사람은 나 뿐”이라며 친박계를 향한 적극 구애에 나서기도 했다. 24일 있었던 대구경북권 비전 발표회 연설에서는 “유승민 의원과 저만 대구 사람이다. 고향 사람도 꼭 좀 이번에 뽑아달라. 당대표는 아무래도 홍준표가 하고 유승민 의원은 고향에서 최고위원으로 꼭 뽑아주면 두 사람이 손 잡고 고향 발전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며 “제가 대표가 되면 영남권 신공항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해, 박근혜 마케팅의 진수를 보여주는 발언까지 한 바 있다.

그러나 ‘박심’을 겨냥한 홍준표 의원의 이 같은 발언들은 당 안팎 일각으로부터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기도 하다. 과거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날리던 모습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기 때문.

홍 의원은 2009년 6월 13일 S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는 이미 2년 전 경선으로 승부가 났고 박 전 대표는 패자의 길로 가야 했는데 패자의 길로 가지 않았고 승자에게 진정성을 요구하는 잘못된 처신을 한다”며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정권에 아부하는 홍준표 같은 사람은 다시는 당직, 공직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한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 지지모임인 박사모 정광용 대표 역시 홍 의원 ‘패자 발언’에 대해 “홍준표는 충성 경쟁 그만하라. 수술해서 내시나 되는 게 적당하다”며 맹비난 했다.

또 차기 대선 경선과 관련해선, 2010년 8월 28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대 반박근혜 연합으로 1대1 구도가 된다면 반박근혜 단일후보가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박근혜 대망론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세종시 갈등 땐 ‘범친이계’로 “박근혜 탈당해야” 주장

2010년 세종시 문제로 당내 계파 갈등이 격화된 상황이었던 1월 18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당 전체 의견이 있는데 내 소신만 중요하고 남의 대다수 의견을 접으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독불장군”이라며 “그런 식으로 정치하려면 탈당할 생각하고 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돼도 반대하겠다”는 박 전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탈당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경향신문 등은 홍 의원을 ‘범친이계’로 분류하며 친박계와의 갈등을 부각시킨 바 있다.

앞선 2007년 6월 13일에는 대선 경선 출마 기자 회견을 통해 “대한민국 언론이 박근혜·이명박 광고하는 '찌라시'들이냐”며 불만을 드러내면서 "광주서 열린 1차 정책토론회 이튿날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의미있는 말을 한 사람은 하단에 한 줄로 깔고 참모가 써준 글만 읽는 사람이나 기본적 통계 수치도 대답 못한 사람 위주로만 기사가 나오더라"고 박전대표를 비난했다.

정수장학회에 대한 박근혜 당시 후보측의 대응에 대해서도 "정수장학회 시드머니(종잣돈)를 처음 만들 때 그것이 강탈한 재산이었다면 권리의 원천이 없으므로 이후의 모든 행위는 무효가 된다"며 "그런데 그것을 공익법인이니 하는 식으로 피해가는 건 옳지 않다"고 부정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7.4전당대회를 약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경합 중인 나경원 의원, 친이계 지원설이 도는 원희룡 의원 등, 홍준표 대세론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친박계의 지지가 절실한 홍준표 의원의 이 같은 과거 발언에도 불구하고 친박계의 표심이 어디로 흐를지 또 하나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폴리뷰 박한명 편집장은 “당의 위기와 개혁을 거론하면서 쇄신보다는 표를 의식한 몇 몇 후보들의 과도한 박근혜 마케팅이야말로 구태정치의 극치”라며 “특히 그 선두에 섰다 할 수 있는 홍준표 의원의 오락가락 행보는 친이계 친박계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