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절반 이상이 박근혜 전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을 ‘정권 재창출’이 아닌 ‘정권교체’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리서치가 8~9일 전국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 결과다.
13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만약 박 전 대표가 내년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이명박 정권이 재창출된 것으로 생각하는가 아니면 정권이 교체된 것으로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응답자의 50.1%가 '정권 교체'로 답했다. 반면 '정권 재창출'이라고 답한 사람은 34.6% 였고, '모름·무응답'은 15.3%였다. 박 전 대표의 대선 승리를 정권 교체로 보는 견해는 한나라당 지지층(53.9%)과 민주당 지지층(52.9%)이 비슷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최근 조사에서 정권 교체 여론이 높으면서도 박 전 대표가 후보 지지도에서 독주하는 원인 중 하나가 이처럼 박 전 대표를 '여당 내의 야당'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일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도 '한나라당 정권이 재창출돼야 한다'(38%)에 비해 '야권으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48.8%)가 더 높았다. 각 조사에서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 중 누구를 찍겠는가'란 질문에도 항상 야권이 10%포인트 가량 높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박근혜' 후보를 거론하여 야권 후보와 가상 대결을 펼치면 박 전 대표는 누구와 맞대결을 해도 30%포인트가량 우세를 보이고 있다. 미디어리서치 이양훈 부장은 "세종시 수정안 등 굵직한 이슈에서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박 전 대표를 정권의 '후임자'보다는 '견제자'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도 '좋다'가 48.6%로 나타나 '좋지 않다'(31.8%), '모름·무응답'(19.6%)보다 많았다.
이 같은 결과는 국민 다수가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한나라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를 분명히 ‘야당 주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그동안 박 전 대표의 높은 지지도를 이용, 세종시, 미디어법 등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빌어 정부 여당을 공격해 왔던 민주당 등 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 됐다. 좌파진영이 정국 분수령을 가르는 굵직한 이슈마다 자신들의 ‘주자’를 내세우지 못하고 박 전 대표를 앞세웠던 것이 결국 박 전 대표를 ‘야권 주자’로 키워준 격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박근혜 현상’을 달리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박 전 대표를 '야당'으로 보는 생각이 줄어들고 정부·여당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박 전 대표에게 옮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본격적인 선거 정국에 접어들면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로서의 정체성이 강해질 수밖에 없고 정권의 후임자로 보는 시각도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조사에서 선거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40대·서울·화이트칼라 등에서 60%가량이 박 전 대표의 대선 승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 않은 것도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박근혜 전 대표 입장에서도 이번 조사결과가 혼란스러울 수 있다. 지난 3일 이 대통령과 오찬 회동한 후 박 전 대표는 “정치논리 보다는 민생에 초점을 둬야 하고 분열보다는 통합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당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즉, 그동안 ‘여당 내 야당’으로 역할 해왔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여당 내 여당’의 역할에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로 분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한나라당 후보로의 정체성 강화를 의미하고 ‘정권 교체’를 원하는 국민 다수의 뜻과도 달라 박 전 대표의 선거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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