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당의 유시민 대표가 자신의 6월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당진로 토론발제문´을 올려 "참여당은 ´현실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최대한의 진보´를 지향하며 ´다수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아 직접 국가권력을 운영할 수 있는 대중적 진보정당´이 되고자 하는 정당"이라며 진보통합연석회의에의 참여 의사를 밝혔다.
유 대표는 "민노당-진보신당 등 기존의 진보정치세력이 민주당과의 차별화에 중점을 두고 정부의 정책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활동에 집중하는 이른바 ´소수파 전략´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단순히 합당을 하는 것이라면 우리당이 함께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분들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변화해 스스로 국가권력 운영을 맡으려는 집권전략으로 나아갈 의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참여당이 함께 하는 문제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시민, “참여당의 성공 처음부터 의문” 실토
그는 "참여당의 꿈은 아름답지만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는 처음부터 의문이었다"면서 "거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있고, 복수의 진보정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참여당이 세력을 모으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앞서 이정희 대표도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은 진보정치세력이 분열되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6.1합의는 모든 진보정치세력을 더 크고 단단하게 묶어나가는 첫 출발이다. 6.15공동선언마저 부정하는 반북 반통일 세력과 맞설 준비가 돼 있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고 양극화를 부추기는 신자유주의를 털어낸다면, 과거를 묻지 않겠다."며 유시민의 참여당과의 합당 논의를 공식 선언했다. 여의도에서 설로만 돌던 민주노동당과 참여당의 합당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안에 유시민이 공식적으로 참여하면서 야권연대의 틀에 큰 변화가 올 전망이다.
우선 당내 추인 문제가 남아있는 진보신당 입장에서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안 그래도 민주노동당의 종북주의와 패권주의 탓에 당내 추인이 어려운 마당에, 평소 이념과 노선이 전혀 달랐던 유시민의 참여당까지 합당론에 가세한다면, 진보신당 내의 평당원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진보신당 게시판에는 “어휴.. 국참당까지 통합되면 그땐 정말 탈당할 수 밖에 없겠네요ㅋㅋ.............”라는 부정적 글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만약 진보신당 내에서 통합안 부결된다면, 민주노동당에 유시민의 참여당, 그리고 진보신당의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노심조)가 결합하는 좌파통합정당이 신설될 수 있다. 이는 사실 상 민주노동당의 확장인 셈이다.
의석수 자체야 현역 국회의원 조승수 1석이 결합되지만, 유시민, 노회찬, 심상정 등 스타급 정치인이 결한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최소한 이들은 야권 진영 내에서 여론을 주도할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 역시 야권연대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민주당은 정동영, 천정배, 이인영 등의 야권단일정당론과, 김효석, 강봉균 등의 민주노동당과의 합당 불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백만민란 문성근 초청 강연, 민주당 야권단일정당론에 힘 실리나
5월 31일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김효석 의원은 “김효석 의원도 "통합하면 우리가 종북주의 등과 같은 민주노동당의 이념, 정책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이인영 최고위원은 ”연대하면 이길 수 있다고 하지만 누구도 스스로 양보는 안 할 것"이라며 "통합하면 총선에서 160석이 가능하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원 워크숍의 발언들로만 볼 때는 민주당 호남 의원들의 반대론이 거셌다. 그러나 애초에 야권단일정당론을 압박하는 백만민란의 문성근 대표의 초청 강연이 논쟁의 시작이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민주당 내에 야권단일정당론에 더 큰 힘이 실리지 않느냐는 관측도 가능하다.
손학규 대표 역시 “통합 논의에는 양당 구도로 보수와 진보가 경쟁해야 한다는 고민이 반영됐다"며 "연대와 통합이냐를 넘어 그것(양당 구조)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고민이고 정치"라며 이 최고위원의 발언을 지지했다.
이러한 민주당 내의 이견은 호남과 비호남지역의 이해관계가 맞물려있다. 지난 4.27재보선에서 야권연대를 위해 민주당이 순천에 공천자를 내지 않았듯이, 민주당의 호남독점은 야권연대의 가장 큰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다. 야권연대로 한나라당과 일 대 일 구도를 만들어야 승리할 수 있는 비호남권과 달리 호남지역은 애초에 한나라당 취약지역이라 야권연대의 필요성이 전혀 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단일정당이 신설되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호남지역 의원들은 물갈이론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민주당의 호남 기득권에 극단적인 반발감을 갖고 있는 유시민의 참여는 민주당 호남의원으로서는 공포의 대상이다.
여기에는 대권주자들의 이해관계도 변수이다. 손학규, 정동영 등 민주당 대권주자들은 민주당을 전국정당화하는 것이 대권 필승전략으로 인식한다. 손학규 대표가 당대표로 취임하여 순천 무공천에 과학벨트 호남유치 반대를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시민의 반 호남의식, 대권주자들의 이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참여자들의 이권 등이 맞물리면, 야권단일정당 내에서는 민주당 호남의원들을 상대로 강력한 구조조정이 시작될 수 있다. 이는 반대로 야권단일정당에 민주당의 참여의 가장 큰 난관이다.
4.27 재보선 정책합의문으로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노선 문제는 사실 상 해결
야권단일정당을 위한 노선 정립 문제도 변수이다. 현재까지는 민주당의 강령과 민주노동당의 강령은 전혀 다르다. 그러나 지난 재보선을 앞두고 야4당의 당대표들이 합의한 10대 정책과제만 놓고 보면 통합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한미FTA 폐기, 해외파병 반대, 조중동 종편 폐지 등 10대 과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고유 정책이었다. 이 때문에 손학규 대표가 사인하는 것을 주저했다고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바도 있다.
그러나 이미 정책합의문에 민주당 대표가 합의한 이상 정동영, 천정배, 이인영 등 민주당 내 통합파들은 이를 근거로 통합을 압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통합반대세력인 김효석 의원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노선의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
유시민의 민주노동당과의 합당 논의선언은 오히려 민주당 내의 유시민에 대한 반감, 호남지역 의원들의 이해관계, 노선 갈등 등으로 민주당에 후폭풍을 몰고오며, 야권연대의 틀 자체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자칫 유시민발 야권통합을 추진하다 2003년 민주당 분당 사태와 같은 대분열이 촉발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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