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분당 출마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미 민주당 분당을 김병욱 위원장이 손대표의 출마를 공개적으로 요청했고, 민주당 내 최고위원은 물론 손학규 대표 특보단 조차도 출마 쪽으로 의견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손대표의 최측근인 신학용 의원이 “분당은 100전 100패”라며 손대표 불출마론을 제기한 뒤 오히려 출마여론이 들끓고 있다. 백전 백패인 곳에 본인이 나가지 않고, 다른 인물의 출마를 설득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만약 손대표가 전격적으로 분당을 출마를 선언하면, 오히려 분당보다도 경남 김해와 강원, 순천 재보선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남김해의 참여당 후보와의 단일화 대결 시 유리한 고지 점령

경남 김해는 한나라당의 유력 후보인 김태호 전 총리와의 일전보다도 민주당으로서는 유시민의 참여당 이봉수 후보를 꺾는 것이 더 급한 과제이다. 민주당의 곽진업 후보가 개인 인물론으로 이봉수 후보를 크게 압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는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손대표가 분당을 출마를 선언하게 되면, 흩어진 민주당의 세가 순간적으로 결집하게 된다. 또한 같은 야권의 유력 주자인 유시민 참여당 대표와도 묘한 비교가 가능하다. 유시민 대표가 참여당의 1석을 위해 김해에 상주하는 동안 손대표는 적지나 다름없는 분당에 뛰어들게 된다. 이런 구도 속에서는 경남김해 후보단일화에 손대표 측이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 특히 참여당은 손대표가 출마할 경우 조건없이 후보단일화하여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참여당이 손대표와 민주당 후보 측에 날카로운 각을 세울 수 없게 된다. 경남김해 후보단일화에서 민주당에 유리한 고지가 형성되는 것이다.

순천의 민주당 후보들 탈당에 제동걸릴 듯

전남순천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전남 순천은 이미 민주당이 무공천 방침을 밝혔으나 민주당 소속 예비후보들은 여전히 입장을 보류하고 있다. 아직 민주당이 개별 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이다. 손대표가 야권연대의 승리를 위해 분당을에 출마할 경우, 민주당 소속 후보들의 탈당 명분은 그 만큼 작아진다. 당대표가 적지에 뛰어들었는데, 민주당 후보들이 당론을 어기고 무소속 출마를 감행하여 야권연대를 방해한다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손대표는 적지 출마를 명분으로 당당하게 민주당의 안방인 순천 후보들에게 불출마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지난해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김경재 전 의원만 경우가 다르다. 김경재 전 의원의 경우 김정일 일가 3대세습에 말 한 마디 못하는 민주노동당과는 순천 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연대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손대표의 분당을 출마에 논리적으로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강원도는 오히려 민주당에 불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손대표는 원래 강원도에 집중적으로 지원 유세를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손대표가 분당을에 출마하면 이런 지원이 불가능해진다. 현재 한나라당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강원도지사 3선을 지낸 김진선 전 지사가 사실 상 지원을 할 전망이다. 또한 박근혜 전 대표 역시 평창 올림픽 유치에 적극적이다. 손대표의 공백으로 민주당은 물량과 세몰이에서 열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강재섭 출마 시, 손대표의 철새경력 집중 부각될 듯

정작 분당은 손대표에게 마냥 유리하지만은 않다. 정운찬 전 총리의 불출마가 확실히 되는 상황에서라면 한나라당은 강재섭 전 대표가 후보가 될 공산이 크다. 강 전 대표는 손대표를 향해 연일 출마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손대표는 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 시절 대선후보로 활동하다 탈당했다. 강재섭 전 대표는 당시에 여러 차례 손대표의 탈당 사유에 대해 공개적으로 질문한 바 있다. 강 전 대표는 손대표가 출마하면 이 부분을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해본다면, 손대표의 출마는 단기적으로는 민주당의 세결집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전 선거구에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손대표 본인이 원했다기 보다는 당에서 출마를 밀어붙였기 때문에 결과가 안 좋더라도 손대표 개인의 책임이 더 가중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무차별적으로 야권연대를 추진한 민주당의 노선 전체가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분당을 선거가 과열되면서 강재섭 전 대표 측의 공격이 거세진다면, 손대표의 철새경력이 확연히 각인될 수 있는 위험성은 있다.

반면, 손대표가 분당을에서 승리하고, 강원이나 경남 김해 한 곳 정도 더 이긴다면, 손대표는 유시민 대표를 제치고 야권의 유력 주자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손대표로서는 해볼 만한 도박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