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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광우병 이어 또 다시 대혼란 초래

강원도 MBC 정치판으로 오염, 당선 가능성 크게 떨어질 것

엄기영 사장의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출마설이 돌 때만 해도 우파진영에서는 반신반의했었다. 엄기영 사장은 2008년 정권은 물론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어버린 광우병 허위사실 유포의 책임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엄기영 사장이 한나라당에 입당하여 강원도지사에 출마하게 되면, 지지 논리를 세우기 어렵다. 광우병 파동에 대해 MBC 책임을 질문하게 되면 엄기영 사장이 대체 무슨 말을 하겠냐는 것이다.

검찰의 PD수첩 수사결과 발표 다음날 엄기영 사장은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하고 있고 미디어법을 통과시키려는 수순이다”라고 일갈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해도, 정권에서 검찰을 움직여 정치적 수사를 벌여, 악법 미디어법을 통과시키라는 음모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재 한나라당 강원도지사로 출마한 엄기영의 현 정부의 미디어정책에 대한 공식입장이다. 엄기영 사장은 이 입장을 바꾼 바 없다. 특히 엄기영 사장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MBC 후배들에게 “정권은 끊임없이 언론을 길들이려고 할 것이다, 그 때마다 후배 언론인들이 비판정신을 계속 가져가 달라”며 MBC 사장 시절의 입장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한나라당 엄기영 옹호 논리 엽기적, 민주당은 자가당착

이러한 엄기영 사장의 변신은 강원도지사 선거 내내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엄기영 사장을 영입한 한나라당의 입장은 옹색하다 못해 엽기적이다. 권택기·김영우·장제원 의원 등 친이계 초선 의원 40여 명은 당시 보도를 정치적 선동으로 규정하면서 "자체 정화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제작 책임자와 최고경영자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하지만 당시 집단성명에 이름을 올렸던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3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한나라당만이 강원도의 발전과 강원도민들의 행복을 위해서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엄 전 사장이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이라며 옹호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은 맹공을 퍼붓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엄 전 사장을 `줏대없는 사람', `100m 미인'으로 칭하면서 "이분이 강원도를 살리겠다고 하는데, 먼저 엄기영 자신을 살리라고 충고한다"며 "가까이에서 보면 볼수록 허상을 발견하기 때문에 우리는 강원지사로 적임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엄 전 사장이 이명박 정권의 기쁨조가 되기를 자청했다"고 주장했다.

조배숙 최고위원은 최근 MBC PD수첩 제작진 11명 중 6명이 교체된 것과 관련, "엄 전 사장은 이 사태에 대해 한마디쯤 해야 하는데 꿀 먹은 벙어리"라며 "소신을 팽개치고 한나라당 후보가 되겠다고 한다. 권력을 좇는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하겠다"고 몰아세웠다.

김영춘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의 강압적인 힘에 의해 MBC에서 쫓겨난 엄씨가 한나라당에 입당해 강원지사에 출마한다고 한다"면서 "일제가 조선을 강제합병하려고 했던 것에 결사반대하다가 합병 이후에는 일제에 빌붙어 벼슬을 하고자 했던 숱한 친일 변절인사들의 추태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 지난 지자체 선거 때부터 꾸준히 엄기영 전 사장을 영입하려 했다는 점에서 이는 자가당착에 가깝다. 형식적으로 MBC 사장은 민주당과 독립적이어야 하는데, 자당에 들어와서 출마하면 정도이고, 남의 당에 들어가면 변절이라는 논리이다. 이는 민주당이 MBC를 당 기관지 정도로 보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조갑제, “표가 된다면 한상렬도 영입할 한나라당”

민주당 뿐 아니라 우파진영도 엄기영 전 사장에 비판적이다. 우파논객의 대부격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1일, 지난해 8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을 재차 올려 “창녀의 윤리도 없는 한나라당”이라며 2008년 광우병 선동 책임자로 우파진영의 ‘공적’인 엄 전 사장을 영입한 여권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조 전 대표는 “엄기영 씨가 MBC 사장으로 있을 때 이 방송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는 세계가 알고 국민이 안다”면서 “또 이런 난동의 책임자를 정권 핵심관계자가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로 영입하려 하는 것은 북한에 가서 이명박을 비방하고 있는 한상렬도 표가 된다면 영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당은 자신들의 사익과 정권연장에 필요하다면 국가도 팔아넘기는 이것이 중도실용 노선의 정체”라며 “이명박 정권은 정치를 ‘허무개그’로 만들고 있다”고 비꼬았다.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거짓선동 MBC의 우두머리였던 엄기영의 입당을 받아 준 한나라당도 참 우습다”면서 “개념자체가 없는 짓”이라고 일축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과정이다. 엄기영 사장은 선거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MBC와 관련된 무수한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엄사장은 강원도 발전론을 내세우며 최대한 이 질문을 피해가고자 하지만, 최문순 의원의 공세를 마냥 피해다닐 수만은 없다. 엄기영 사장은 MBC PD수첩의 광우병 선동에 대해 잘못을 시인하거나 정당성을 주장하는 길 중에서 하나를 택일해야 한다. 현재까지 엄사장은 MBC의 정당성울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을 고집하면 아무리 자당 후보라지만 한나라당에서 선거운동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김재철 현 MBC 사장의 행보도 엄기영 사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PD수첩’ 인사를 단행한 것에 대해 엄기영 사장에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김재철 사장은 강릉MBC와 춘천MBC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MBC 지역노조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이 건은 강원도지사 선거에 또 다른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엄기영 사장이 김재철 사장을 공개 비판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엄기영 사장은 현재 단순 지지율로 최문순 의원에 비해 불과 7% 앞서있다.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이계진 전 의원이 이광재 후보에 시종일관 10% 이상 앞서있다, 역전패한 점을 감안하면, 7%의 격차는 우세라고 보기 어렵다. 선거운동 자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는 차이이다.

김재철 현 사장의 MBC에도 역풍 초래할 것

이 때문에 오히려 강원도지사 선거는 엄기영 전 사장의 당선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MBC를 놓고 치열한 좌우대결이 벌어질 공산도 크다. 최문순 의원이 MBC 문제로 엄기영 사장을 공격하면 할수록, MBC와 민주당의 유착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또한 강원도 지역이슈는 묻히고, MBC 쟁점만 부각되면서, 강원도 유권자들의 선거 관심도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반대로 김재철 사장의 행보에 역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엄기영 사장이 최문순 의원의 공세에 못 이겨, 김재철 사장을 비판하기 시작하면, 시작부터 개혁동력을 크게 상실한 김재철 사장이 두 손을 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오직 강원도지사 당선 가능성만 보고 엄기영 사장을 영입했지만, MBC에 심각한 역풍이 불게 되는 것이고, 이것이 엄기영 사장의 당선 가능성도 떨어뜨린다.

광우병 선동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위기에 몰아넣은 엄기영 사장이 3년만에 또 다시 강원도에서 정치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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