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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지망 PD도 IT변화 눈여겨 보라"

애국교실 언론특강, KBS 고찬수 예능 PD편

“한 번은 같이 프로그램을 하던 이영자씨가 연예인과 놀고 싶어서 PD 된 게 아니냐고 묻더라” 애국교실 언론특강 제6강 ‘방송사 예능PD의 현실’ 강의를 맡은 KBS 고찬수 PD는 이 같은 예를 들며 예능PD에 대한 항간의 일반적 오해를 설명했다. 고PD는 “입사 16년차인 지금도 그런 인식들을 마주할 때가 있지만 현실은 많이 다르다”며 “처음엔 나도 예능PD가 돈도 많이 벌고 연예인들과 만나는 화려한 세계인 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입사하고 보니 생각과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고PD는 현재 지난달 15일 첫 방송된 KBS 1 새 예능 프로그램 ‘상상오락관’(MC 서경석, 유세윤)을 연출하고 있다.

고찬수PD는 “예능PD라는 직업이 지금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주목받는 시대인 것 같다. 내 개인 홈페이지에도 PD지망생들이 문의를 많이 해오는데, 요즘은 중학생 때부터 방송사PD를 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예능PD가 과거에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것은 분명 맞지만 경기침체 후 광고시장이 더 이상 크지 못하는 등 1990년대 중반 이후로는 비즈니스적으로 쇠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한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PD가 백만장자가 되지만 한국시장은 시스템이 달라 그럴 수 없다”며 “시스템이 미국처럼 변한다 해도 우리는 언어장벽이 있어 다른 시장에 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 큰 직업군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막혀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 PD는 “한국이 아주 독특하게도 한류를 만들어 우리 시장이 커질 여지를 만들긴 했지만 향후의 전망은 불투명한 게 사실”이라고 덧붙인 뒤 “연예비즈니스가 발전하면서 분화현상이 심해지는 가운데, 그 안에서 예능PD들이 어떻게 자기 영역을 확보해 나가야 할 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전적 보상이나 화려함 없이도 PD 하려는 이유 있는지 고민해야”

고찬수PD는 “이제는 PD지망생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PD를 지원해선 안 된다”면서 “지상파 방송사의 영향력이라든가 근무여건이 과거와는 다르기 때문에 금전적 보상이나 화려함이 없더라도 자신이 왜 PD를 하려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이라고 설명, 예능PD에 대한 막연한 동경 심리를 경계했다.

고 PD는 또 지상파 방송사들과 경쟁하게 될 신규 종편채널 사업자로 4개사가 선정된 점도 향후 예능PD를 막연한 장밋빛 전망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로 꼽았다. 그는 “광고시장은 경제규모와 비례하는데, 지금은 한국경제의 성장이 둔화된 시점이다. 따라서 광고시장은 늘지 않는 반면 기존 광고시장을 종편과 나눌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전 방송사가 쉽지 않은 현실을 맞게 됐다”며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방송사 수익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에 방송국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월급도 정체됐다. 특히 기존 직원들보다 월급을 줄이기 쉬운 대상인 신입사원들은 월급이 많이 준 상황에서 입사해 일할 때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많은 제작비와 인력이 투입되는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현실도 예능PD들의 어려움에 한 몫 한다는 설명이다. 고PD는 “방송기술이 발전하면서 경쟁적으로 좋은 방송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하지만 결국 점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전에는 카메라, 오디오, 조명 이렇게 한 명씩 단출하게 찍었지만 지금 ‘1박2일’의 경우, 카메라만 무려 25대다. 테이프만 해도 200개로 인력이 많이 투입돼야 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작비는 늘어나지만 경쟁은 더 붙고 업무여건은 더 열악해지면서 영향력도 줄고 받는 월급도 줄어드는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더 어려워지고 치열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강호동, 유재석과 같은 A급 연예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에 제작비를 집중 투입하고 다른 프로그램엔 상대적으로 제작비를 덜 투입하는 경향이 생겼다”며 “잘 되는 프로그램에 제작비를 많이 투자하고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은 줄이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큰 어려움”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방송시장은 공급자 위주 아닌 소비자 위주 시장”

하지만 여러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고찬수PD는 예능PD의 직업적 전망을 긍정적으로 점쳤다. 고PD는 “현실이 녹록치 않지만 나는 방송사PD를 지원하는 사람들에게는 PD가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말한다”며 “입사해서 처음 한 프로그램이 ‘연예가중계’인데, 당시 시청률이 20%정도였다. 대략 200만 명이 봤다는 것인데 굉장한 희열을 느꼈다. 그건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이 어려운 부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그와 동시에 “그렇게 엄청난 시청자들이 보기에 그만큼 책임도 뒤따르는 직업”이라고도 강조했다.

고PD는 특히 종편이후 방송계의 변화에 대해 PD지망생들의 관심과 주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종편 이후의 미래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성공하든 망하든 방송 산업이 크게 변화하리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며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드라마나 예능PD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 주리라 본다”고 예측했다.

고PD는 미래 방송 산업에 IT산업, 인터넷의 역할도 커지리라 전망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IT분야에 관심이 많다. 나는 방송의 미래에 큰 회사 주도의 변혁이 아닌 인터넷매체와 같은 새로운 영역, 소셜 미디어와 같은 개인이 끼어들 여지가 많다고 본다”며 “자기 콘텐츠가 얼마나 충실한가에 따라 기회의 여지가 많다. 그래서 꿈이 있는 사람들, 대학생들을 만나면 인터넷에 관심을 가지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방송사들도 미래 방송 시장에 인터넷이 큰 핵이 되리라 예상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백그라운드 지식과 방송에 대한 지식을 겸한 사람들이 방송에 뛰어들 때 기존 방송사들이 하지 못하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T계에서도 어떤 것들을 만들어 내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과거는 공급자 위주 세상이었다면 지금은 소비자 위주 세상으로 변해있다. 그러니 결국 회사든 개인이든 누가 브랜드화에 성공하느냐에 미디어의 성패가 달리게 됐다”면서 “PD들의 자기 브랜드화도 그런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조언했다.

“예능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열린 자세로 의견 모아가야”

마지막으로 수강생과들의 질의응답을 이어가던 고찬수PD는 KBS 심의기준에 대한 질문에 “우리 사회는 생각이 다른 여러 사람들이 있다. 내가 어떤 사람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가이드라인이 세다든지, 느슨하다든지로 단순하게 말할 순 없다고 본다”며 “그런 가이드라인이 항상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마다 변화를 반영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이 모아져 결정된 가이드라인이 결정됐을 때는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그 부분에선 항상 열린 자세로 의견을 계속 모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애국교실-미래세대를 위한 언론 현장 특강’이 종반으로 가고 있는 가운데 제7강은 다음달 2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의 ‘기자의 윤리와 취재’ 주제 강의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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