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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예찬하던 친노좌파, 꿀먹은 벙어리?

오바마의 한국전 발언, 친노좌파 매체 일제히 침묵

G20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관련해 11일 친노좌파 언론들이 일제히 무거운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방한 이틀째인 이날 오전 용산 미군 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한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6.25전쟁을 ‘무승부가 아닌 승리한 전쟁’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내리는 등 미워하던 부시 전 대통령보다 더 짙은 ‘보수색’을 확연히 드러냈기 때문.

이날 친노좌파 언론들은 “한국전쟁은 결코 무승부(tie)가 아니었다. 이것은 승리였다”면서 “당시 맺어진 양국의 우정은 60년이 지난 지금 더 확고한 안보뿐만 아니라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통틀어 유례를 찾기 힘든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한 동맹으로 발전했다”고 역설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애써 외면했다. 대신 G20 및 한미FTA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 비판에 몰두하는 보도행태를 보였다.

친노좌파 매체 단 한 군데도 다루지 않은 용산 연설

때마침 미국의 ‘베테랑스 데이(Veterans Day 재향군인의 날)’이기도 한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그동안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역사왜곡 발언 등에 분노하던 우파 진영을 충분히 진정시킬만한 것이었다. 또한 최근 6자회담 관련 소식 등 오바마 정부가 과거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회귀할 것을 염려하던 일부의 우려도 불식시키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역 장병들과 참전용사들을 격려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위한 명확한 대북메시지를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우리는 북한이 계속해서 핵무기를 추구하는 것은 오로지 더 큰 고립과 불안정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면서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이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미국은 결코 대한(對韓) 방위공약에서 흔들림이 없다는 사실이며, 한미(韓美) 동맹은 과거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 미국은 한반도의 안전보장에 대한 책임을 수행하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여러분은 집과 가족을 떠나 한때 ‘잊혀진 전쟁’으로 불렸던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다”며 “여러분이 알아둬야 할 점은 우리가 여러분의 용기와 희생을 기억하고 있으며, 여러분의 봉사는 번영된 자유 대한민국의 유산으로 숨 쉬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을 친노좌파 언론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향닷컴에서 ‘오바마’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에 따르면(12일 오후 9시 기준) 오바마 대통령 관련 뉴스로는 ‘오바마 대통령이 탄 차는 어떤 차’ ‘오바마 “美가 살아야” 독·일·EU “美 해법 못믿어”’ ‘한·미 “FTA 시간 필요… 계속 협의”’ ‘국립중앙박물관서 리셉션… 이 대통령 옆자리에 오바마·캐머런’ ‘‘환율 해법’ 12일 최종 담판’ ‘한·미 FTA 쟁점 언급 피한 채 “빠른 마무리” 원칙론만’ 등의 기사뿐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용산 연설 관련 기사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한겨레 닷컴사이트에서도 동일한 키워드로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협상연장 목표는 미 의회통과”’ ‘경상수지 목표제 양보-FRB 비판 자제 ‘균형맞춘 ..’ ‘오바마 ‘시련의 계절’’ ‘막내린 G20 ‘환율합의’ 불발’ ‘MB, 오바마에 FTA ‘노!’했나 ‘쉿!’ 했나’ ‘이대통령 ‘미 양적완화’ 적극 두둔’ ‘FTA 보고·설명 절차 어기고 굴욕협상’ ‘한-미 FTA, 차라리 전면 재협상하라’ 등의 비판 기사 일색이다.

인터넷 언론 역시 이 같은 ‘침묵 기류’와 다르지 않았다. 프레시안은 동일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G20 회의 ‘소문난 잔칫집’…갈등 봉합 실패, 공은 프랑스로’ ‘한미FTA 협상 결렬…MB·오바마 “시간이 더 필요하다”’ ‘“환율전쟁, 서울에서 끝낸다?…‘국격’만 망칠 뿐”’ 등의 기사만, 오마이뉴스는 ‘한·미 FTA ‘일단’ 결렬... <조선><동아> “너무 아쉬워”’ ‘‘안주는 척’ 다 주는 MB, ‘그래도 좋다’는 <조선>’ ‘또 들통난 ‘거짓협상’...“차라리 전면재협상”’ ‘말로는 ‘윈윈’이라지만 한미FTA 추가협상 ‘결렬’’ 등의 기사만 검색됐다. 미디어오늘과 미디어스, 민중의소리 등 친노좌파 언론들 역시 이와 비슷한 검색결과를 보였다.

2년 전 쏟아진 무조건적 오바마 예찬

이 같은 친노좌파 언론매체의 공통된 태도에는 이유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용산 발언은 2년 전 오바마 대통령 당선과 맞물려 광적으로 치닫던 친노좌파 진영의 ‘오바마 띄우기’와 미북(美北) 수교까지 점칠 정도로 어마어마했던 친북적 방향선회 예측을 송두리째 뒤엎어버리는 발언이었기 때문.

당시 한겨레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연설 직후 사설을 통해 “그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오랜 우방들 및 과거 적들과 함께 핵 위협을 감소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했다”며 “북-미 직접협상 원칙을 다시 확인하는 발언”이라고 반색했고, 당선 직후에는 ‘역사의 새 장을 연 오바마의 승리’란 제목의 당시 사설에서 “세계를 선과 악으로 양분하는 네오콘식 대외정책은 세계와 미국의 갈등을 유발하고 미국의 대외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졌다. 미국은 사랑받지 못하는 제국이 됐다”면서 “오바마는 깊은 실망의 나락에 떨어진 국민에게 변화의 이미지로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켰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케냐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의 혼혈로,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대통령에 도전한 자신을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 내세우며, 미국인들이 잊었던 꿈을 자극했다”며 “부패한 정치와 미친 듯이 한쪽으로만 치우친 나라 안의 분위기를 변화시키자면 풀뿌리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는 믿음에 따라 풀뿌리 공동체 조직가로 공적 경력을 시작한 그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운동, 새로운 정치조직을 가동해 냄으로써 지난 30년 동안 미국 정치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을 창조해 내는 데 성공했다”고 극찬을 거듭했다.

경향신문 역시 2008년 11월7일자 사설 ‘오바마 당선, 대북정책 전환 기회로 삼아야’를 통해 “오바마 당선자는 동맹 개념에 있어서도 가치지향적인 부시 정권과 달리 미 민주당의 전통인 현실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정부가 되뇌고 있는 ‘굳건한’ 한·미동맹과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 직후 ‘오바마 승리, 진보적인 정치 기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오바마 후보를 미 유권자들이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은 변화를 갈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부시 대통령이 지난 8년 간 보여준 리더십에 대한 전면적인 부인”이라며 한반도 문제에서도 “오바마의 등장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한반도 비핵화문제, 6자회담 등에 적지 않은 변화가 전망된다. 오바마는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을 공언하는 등 부시 대통령에 비해 문제 해결에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반색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오바마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8년 11월 5일 대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부시 정권의 일방적 패권주의에 따라 한반도에 끊임없이 긴장과 위기가 조성됐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해 승리한 오바마의 당선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유리할 것”이라며 “오바마의 승리는 미국 진보주의 및 민주주의 승리이자 세계 민주주의 승리” “(오바마는) 저절로 품격 느껴지는 사람”이라고 환호했다. 그러나 이 같은 친노좌파 진영의 기대감과 달리 2년 뒤인 현 시점 오바마 대통령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부시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 이상의 확고한 한미동맹 신념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친노좌파 언론매체들이 11일 오바마 대통령의 용산 미군기지 연설을 외면한 것은, 2년 전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며 예찬했던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할 수도, 그렇다고 그의 강경한 대북정책을 지지할 수도 없는 친노좌파의 딜레마를 드러내는 사건이었던 셈이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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