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및 장관 인사청문회가 끝났지만, 총리 임명 동의안 등 사후 처리가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장관의 경우 국회에서 적격, 부적격 판단만을 내릴 수 있는 반면, 총리는 임명 동의안이 처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여당 입장에서 다수결의 힘으로만 밀어붙일 수는 없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간의 물밑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총리 임명 동의안을 표결 처리하는 대가로 수 명의 장관이 낙마한다는 내용이다. 이 중 초점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에 쏠려있었다. 민주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노조, 언론연대 등 친노좌파 언론세력에게 신재민 장관 내정자는 일찌감치 표적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신재민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는 시작부터 불꽃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의외로 논란의 여지없이 종결되었다. 신 내정자가 야당과 언론이 제기한 자녀들의 위장전입, 부인의 위장취업 문제를 청문회 시작부터 인정하고 사과했기 때문이다. 이외의 부동산 투기 등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야당 측은 정확한 증거를 대지 못했고, 신재민 장관 내정자의 해명에 더 설득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재민 장관 내정자는 주로 친노좌파 언론세력으로부터 청문회 이후에도 집요한 공세를 받았다.
위장전입 건은 이명박 정권 들어 내각 인사를 할 때마다 뜨거움 감자가 된 사안이다. 이명박 대통령 본인은 물론, 임태희 대통령 실장 역시 과거 위장전입을 사과한 바 있다. 특히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 등등은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 건으로 낙마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명박 정부에서의 위장전입 건은 교육목적인 경우는 양해해주고, 부동산 투기의 목적인 경우는 경질한다는 기준에 세워지기도 했다.
교육 목적 위장전입의 핵심은 강남 8학군, 신 장관 내정자의 경우는 달라
그러나 이러한 위장전입 기준은 야당 및 국민의 동의를 얻기에는 처음부터 무리가 있었다. 어떠한 목적이든 간에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상, 징역 3년 이하 벌금 1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위법 행위이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가 보다 좋은 학군으로 자녀들을 보내고 싶어하는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교육 목적’이라는 맹자 어머니식의 발상도 곱게 봐주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특히 모든 부모의 선망의 대상인 강남 8학군의 경우 부동산 투기 지역인 버블세븐과 일치하기 때문에 계층 간의 위화감 문제와도 겹쳐있다. 실제로 특권층의 위장전입의 경우 대부분 강남 8학군, 즉 버블세븐 지역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신재민 장관 내정자의 위장전입 역시 야당과 국민의 동의를 얻기는 힘든 측면이 있으나, 특권층의 강남 8학군 위장전입과는 또 다른 성격의 것이었다. 신재민 장관 내정자의 경우 강남 8학군도 아니고 특별히 좋은 학군이 아닌 실제 거주지 일산 고양시의 인근으로 자녀들의 학교를 옮겼기 때문이다.
신재민 장관 내정자는 ‘딸들의 초등학교 적응문제’라고 해명하며 국민 앞에 사과를 했다. 신재민 장관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큰 딸의 경우 목동에서 일산으로 이사한 이후 학교에서 소위 '왕따'를 당했다"며 "정말 고민하다가 아버지의 정에 의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천정배 의원은 "일산에서 외고 입학률이 높은 학교가 큰딸과 둘째딸이 다닌 정발중, 신일중"이라며 "일산 시민이라면 다 아는 거다. 차라리 상급학교에 잘 가려고 했다는 게 떳떳하지 자식이 왕따라 그랬다는 것은 비겁하다"고 질타했다. 특히 집요할 정도로 신재민 장관 내정자를 공격한 뷰스앤뉴스는 ‘신재민, 비겁하다’는 제목으로 “큰 아이는 외국에서 있어 왔기에 중학교와 외고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둘째 문제는 의원님이 그렇게 말을 하니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한 학교였는지 기억이 없다"는 해명을 인용하였지만 말미에 신 장관 내정자가 ”얼버무렸다“고 첨언하여 고의로 의혹을 부풀렸다.
장관직 위해 딸을 파는 비정한 아버지로 몰아붙이는 인격 살인 자행
그러나 실제로 신 장관 내정자의 딸들이 다닌 정발중과 신일중은 일산지역에서 외고진학률이 특별히 높은 학교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2006년도부터 일산 지역의 중학교 외고진학률 순위가 집계되고 있다. 2006년도부터 2009년도까지 외고 등 특목고 진학자의 순위는 발산중, 백신중, 오마중, 신일중 등이 상위권을 형성하는 것은 맞으나, 정발중의 경우 이들과 한참 뒤떨어진 순위를 보이고 있었다. 오히려 2010년도에 정발중의 특목고 진학자수가 급증하며 상위권 중학교와 근접해있었다. 즉 천정배 의원이 지적한 내용은 2010년도의 기준으로는 의미가 있으나, 신 장관 내정자의 딸들이 입학한 2000년도 이전의 상황은 달랐다는 것이다. 그러니 신 장관 내정자 측이 “대단한 학교였는지 기억에 없다”고 해명한 부분도 납득할 만한 내용이었다. 실제로 정발중과 신일중은 위장전입을 해서라도 반드시 입학시켜야할 만큼 초일류 중학교들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야당과 친노좌파 매체들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신 장과 내정자는 마치 장관을 하기 위해 딸을 파는 인물로 묘사되기까지 했다. 해럴드경제의 경우 “자녀 사랑이 끔찍한 아비의 정을 얘기했지만 나는 자꾸 장관 자리를 위해 자녀를 파는 비정한 아비로 보인다”라는 네티즌의 인격 살해성 글을 그대로 보도하기도 했다.
반면 "자녀들의 학교 적응 문제로 위장전입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상황을 설명해 달라"는 한나라당 허원제 의원의 질문에는 "학교측, 선생님과 갈등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 장관 내정자 측의 한 인사는 “담당 교사의 이념지향적 주입식 교육 탓에 갈등이 커져 학교를 옮길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청문회 자리에서 적나라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 않냐”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신 장관 내정자는 청문회 내내 위장전입에 대해 “변명할 여지가 없다. 사죄드린다”며 과오를 시인했다. 그러나 야당과 언론 측으로부터 이른바 강남 8학군 등 가장 좋은 학교로 자녀들을 진학시키기 위한 위장전입과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는 점에 대해 아무런 양해도 구할 수 없었다. 특히 친노좌파 매체들은 신 장관 내정자의 솔직한 태도를 오히려 이용하며 ‘딸 왕따’ 발언만 집중 부각시키며 인격살인까지 자행했다. 신 장관 내정자는 청문회 막판에 “막내딸이 채 성인이 되지 않았는데 학교이름까지 거론되고, 너무 부담스럽다. 모든 것은 제가 책임지겠다. 더 이상 상세하게 답변드리지 못하겠다”며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신 장관 내정자가 인정한 또 한 가지 의혹인 부인의 위장취업 문제도 항변의 여지가 있다. 신 장관 내정자의 부인은 2007년 1월부터 12월까지 설계 및 감리회사에 비상근 자문으로 일하며 5700만원 정도의 자문료를 수령했다. 이에 대해 야당과 언론은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서 전문성도 없이 일도 하지 않고 자문료를 수령한 것 아니냐”며 다그쳤다. 이에 신 장관 내정자는 “위장취업이라고까지 생각하지 않지만 친구 도움으로 취업했고, 그 절차가 합법적이었어도 일한 만큼 보수받았느냐는 점에서 떳떳하지 못한 행위였다"며 "작은 욕심을 부린 것 아니냐는 점에서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당시 신 장관 내정자는 민간인 신분이었고, 해당 기업 역시 민간기업이었기 때문에 법적으로나 상식적으로 큰 문제가 있냐는 반론도 제기되었다.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연봉 5700만원이 많다는 분들이 있는데 연봉은 사장이 결정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불법은 아니고 합법적인 것으로 호의적 거래를 한 것”이라며 “‘위장취업’이 아니라 ‘호의적 취업’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버블세븐 지역에 들어가지도 못한 인물이 부동산 투기꾼?
이외에도 신 전 내정자의 부동산 투기 및 재산증식에 대해 수많은 의혹들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의 탈법이나 위법의 근거는 없었다. 신 장관 내정자는 본인 명의 자양동 아파트(10억5600만원)와 예금(1억2048만원), 배우자 소유 충북 옥천 토지 2곳(9693만원) 등 17억7973만원을 신고했다. 친노좌파 매체에서 대대적으로 선동해온 대로 부동산 투기의 달인치고는 너무 약소한 재산(?)이다. 인터넷문화협회의 신혜식 사무총장은 “본인은 한국일보, 조선일보 등 메이저 신문사 간부까지 지냈고, 언론계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귀족 노조 회사 MBC의 아나운서를 지낸 부인 둘이 평생 모은 재산이, 본인 거주 주택을 빼면 단 7억원밖에 안 된다.”, “강남 버블세븐 지역에는 들어가지도 못했고, 대규모 개발 지역에 투자한 적도 없는 인물을 근거없이 부동산 투기꾼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정상적인 공직자 검증의 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신 장관 내정자 본인 스스로 사죄를 한 부분과 국민정서법도 있지만, 결국 언론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는 MBC 등 친노좌파 매체들이 보복 심리로 신 장관 내정자를 집중적으로 공격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신 장관 내정자를 차관 시절부터 5적의 하나로 규정한 대표적인 친노좌파 언론단체 민언련은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등 '비리종합세트'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당장 물러나라"며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를 촉구했다. ‘비리종합세트’ 치고는 재산형성이나 위법 수준이 너무 낮은 게 아닐까? / 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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