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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심상정 포기하고 유시민 선거 돕나

민주당 지지층에 막말 퍼붓던 과거와 180도 이적 행위

“나는 당시 한겨레의 논조가 김민석의 당선을 위해 의도적으로 민주노동당을 배제하고 있다고 느꼈다. 특히 인터넷 한겨레의 구본권 기자는 서울시장 후보들을 소개하면서 이문옥 후보만 슬쩍 빠뜨렸다. 메일을 보내 그 연유를 묻자 ‘깜빡 잊고 그랬다’는 답변이 왔다. 물론 이 건망증은 사회당이나 녹색평화당 후보까지 세심히 챙겨주던 그의 각별한 자상함과는 잘 안 어울린다. 시사 블로거 진중권이 2003년 4월 한겨레신문 창간 15주년 관련 기고글 중 일부이다. 진중권은 당시 한겨레신문이 2002년 지자체 선거 때 민주노동당의 이문옥 후보를 배제하고 민주당의 김민석 후보의 당선을 위해 편파보도했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진중권은 2002년 지자체 선거 때 민주노동당 당원 신분으로서 이문옥 후보의 사이버 대변인을 맡아 인터넷을 누비고 다녔다. 진중권의 선거운동 방식은 민주당과 김민석 후보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이었다. 김민석 후보와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와의 양자 대결 구도에서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좀처럼 표를 얻을 수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진중권의 전략은 정도를 넘어서며 민주당 지지층과 정면 충돌하기에 이른다. 특히 진중권은 강준만 교수마저 논쟁에 판에 끌어들여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민주노동당의 이문옥 후보를 지지하라며 사실 상 협박하는 수준의 발언을 쏟아냈다.

“노무현과 이문옥 사이에 대체 무슨 질적 차이가 있는가? 어차피 둘 다 초기에는 당선권에서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적절한 ‘당선가능성’의 무슨 절대적인 양적 기준이 따로 있단 말인가? 있다면 제시해 보라. '노무현판 국민사기극'과 '이문옥판 국민 사기극' 사이에는 아무 논리적 차이가 없다.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면 오직 노무현은 민주당 소속이고, 이문옥은 민주노동당 소속이라는 것뿐. 하지만 당의 소속에 따라 지식인이 잣대를 바꾸는 것은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진중권, 민주당 지지층에 모욕적 언사 퍼부으며 이문옥 지지 압박, 그러나 결과는 2%로 참패

그러나 선거 결과는 강준만 교수의 예측대로 진중권이 이문옥 후보의 대변인 자격으로 민주당 지지층에 욕설을 퍼부은 대가로 2%에 머물고 말았다. 이에 민주노동당은 2%짜리 정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고, 2002년 지자체 서울시장 선거는 진중권 하나 이름 알리고 민주노동당이 몰락하면서 끝난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이문옥이냐 김민석이냐를 놓고 벌어진 이른바 ‘옥석논쟁’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의 민주당과, 당선 가능성이 없지만 선명한 좌파성향의 민주노동당이 한 선거에서 맞붙었을 때,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다가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논점이 되었다. 이런 똑같은 상황이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또 벌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2004년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의 유시민과 민주노동당의 진중권이 정면 충돌했다. 총선 막바지였던 4월 12일 유시민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득표력이 매우 높은 극소수의 후보를 제외하면 지역구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얻는 표는 모두 죽은 표가 된다"며 한나라당 부활을 저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투표를 제안했다. 이에 진중권 등 민주노동당 측은 발끈했다.

당시 민주노동당 김종철 대변인은 “자기 내용을 주장하기 보다는 다른 세력을 죽여 반사이익을 보려는 열린우리당의 정치 행태는 기존부패세력인 과거 정권과 다른 게 없다”고 반발했다. 진중권도 민노당 지지 사이트 인 ‘진보누리’에 올린 글을 통해 “총선을 맞아 사표 심리를 부추겨 앵벌이나 하는 게 바로 열린우리당의 꼬라지”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유시민은 “선거 때 다른 당으로 가는 표를 우리 쪽으로 불러 모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모든 정당에 허용된 당연한 권리”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렇게 형성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갈등은 총선 이후 김선일 피랍 사건으로 인한 이라크 파병 문제로 절정을 이룬다.

2004년 6월 진중권은 김선일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인터넷 사이트 진보누리의 '당신과 대한민국'이라는 칼럼을 통해 파병 철회에 부정적인 유시민을 몰아 붙였다.

"그 시간에 열린우리당의 유시민 의원은 만두 먹기 이벤트를 벌이고 있었다. 한 기자가 그에게 입장을 물었다. '한 사람 잡혀간다고 파병 철회하는 나라도 있나요?' 이 말을 듣고 나는 감정이입의 능력을 잃어버린 그를 대신하여 머릿속으로 역지사지의 사유실험을 하고 있었다. 저기에 잡혀 있는 저 사내가 유시민 의원이라면, 그는 과연 카메라 앞에서 무슨 말을 할까? 국정을 책임진 집권여당의 정치인답게 당당하게 외칠까? '각하, 한 시민 잡혀간다고 파병 철회하는 나라도 있습니까?'"

그러나 유시민은 “우리가 이라크 파병을 하는 것은 평화재건지원의 인도적 목적도 있습니다만 북핵문제 및 한반도 전쟁위기 해소와 관련하여 미국으로부터 강요당한 측면이 매우 크다"며 "이 단계에서 추가파병을 철회하게 되면 한미관계는 아예 처음부터 파병을 하지 않았던 것만 못하게 되고, 지금 진행중인 6자회담에도 크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맞섰다.

진중권이 선거 때마다 민주당, 열린우리당 등 야권의 주류들과 맞부딪힌 것은 소수세력인 선명한 좌파정당 당원으로서 불가피한 일이었다. 그러나 진중권은 그간의 활약상과 달리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특히 진중권은 진보신당의 심상정 후보의 청년특보로서 딴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번 들어올거에요 아마. 심상정씨가 도와달라고 했으니까. 경기도쪽 나갈 때 자기 학교 쪽 돌 때 한번 얼굴 좀 비춰달라고 했으니까”라며 선거운동을 도울 것을 공언했다.

유시민 비판도 하지 않고 심상정 선거운동도 하지 않는 진중권

그러나 진중권은 5월 28일 현재까지도 일체의 심상정 선거운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노회찬 캠프 주최로 여는 인터넷 토론에만 참여한다. 특히 여러차례의 선거에서 진중권이 화려한 독설로 민주당을 공격하면서 소수정당의 공간을 확보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진중권이 심상정 선거운동에 나서는 순간 유시민 측과 맞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유시민 캠프는 심상정 후보를 주저앉혀서 확고부동한 단일후보로 부상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심상정 후보는 이를 일축하고, 같은 진보좌파 논객이자 진보신당 당원인 우석훈 등은 유시민과 민주당을 견제하며 심상정 후보를 띄우기 위한 공개 글을 올리고 있다. 이런 일에 항상 최전방에 섰던 진중권만 빠진 셈이다.

이러한 진중권의 변신은 이미 예견되어있었다. 진중권은 중앙대학교 독문과 겸임교수직 연임에 탈락하면서 열린우리당의 실세인 김한길씨의 친동생, 김누리 독문과 교수와의 관계를 의심받았다. 즉 노무현 정권 당시 민주노동당의 편에 서있었으나, 실제로 진중권은 선거 때를 제외하곤 조중동 등 우파진영을 공격하면서 노정권의 총애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권의 힘으로 SBS 라디오 MC를 맡고, 학칙까지 어기면서 한예종에서도 교수직을 맡아 35억대의 국가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진중권은 노대통령이 자살하자 그간 “자살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자살세를 걷자”고 비아냥거리던 태도를 180도 바꾸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치인”이라며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 정도로 진중권은 노무현 정권 시절을 그리워했던 것이다.

진중권은 유시민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하자 대구에 출마하라며 “노무현의 정신을 어긴 행위”라 비판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그 이후에는 일체의 유시민과 민주당 비판을 하지 않고 심상정 선거운동도 하지 않으며, 사실 상 민주당과 유시민의 당선을 암묵적으로 돕고 있다.

좌파 지식인들, 노무현 정권 때 혜택받은 시절 그리워 해

진중권의 이번 지자체 선거 때 보여주는 이상한 침묵은 노무현 정권이나 민주당과는 노선이 더 왼쪽에 있는 지식인과 논객들 역시, 보수우파와의 대립각을 세우면서 노정권 시절에 크나 큰 혜택을 받아왔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드러내주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정당인 진보신당의 심상정 후보가 10% 이상의 득표율을 해도, 이것이 오히려 유시민의 당선에 해가 된다 판단되면 더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2002년 지자체, 2004년 총선 등에서 진중권이 민주당 지지층에게 온갖 모욕적 언사를 퍼부으며 선거운동에 나선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진중권의 태도는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진중권의 진면목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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