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당의 전남도지사 후보로 뛰고 있는 김경재 전 의원은 민주당 역사의 산 증인이다. 그는 과거 30년 이상 민주당 당원이었고, 정권교체와 정권 재창출의 주역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한화갑 대표와 함께 민주당을 뛰쳐나와 평민당을 창당했다. 민주당의 산 증인으로서 유시민과 친노세력이 민주당 분당을 추진할 때도 그는 열린우리당에 따라가지 않고 민주당에 남기도 했다. 그야말로 친노세력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서 그 만한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전남지사 선거로 한창 뛰고 있는 김경재 후보에게 친노세력과 민주당, 그리고 호남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문) 참여당의 유시민 후보가 민주당의 김진표 후보를 이기고 단일후보가 되다. 서울시장 한명숙 후보, 인천시장 송영길 후보 등 수도권 3후보 모두 열린우리당 출신으로 구성된 데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친노세력 입장으로 보자면 드디어 열린당 재건의 꿈이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들은 이번 선거를 ‘브랜드 이미지’ 선거로 몰아가 승패에 관계없이 한나라당을 상대하는 것은 ‘노무현의 후계 열린당이다’이라는 정치적 상징조작에 일단 성공한 듯이 보인다. 이렇게 정치적 기반을 만든 뒤 그들이 진짜 노리는 것은 2년 후의 총선과 그 다음 해의 대선이다. 그때까지 한나라당과 상대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널리 퍼뜨려 평민당과 같은 중도우파 노선의 정치세력이나 진보신당과 같은 정통좌파 노선의 다른 세력들의 앞길을 막는데 총력을 기울 것이다.
민주당에 독설을 퍼부었던 유시민이 민주당 후보들을 위해 뛸 수 있나
문) 현재 한명숙 후보는 민주당 소속이긴 하나 민주당 당적이 없는 이해찬 전 총리가 선대위원장을 맡아 민주당과 따로 돌아가고 있다. 또한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는 유시민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민주당 기층 조직이 친노 후보를 위해 어느 정도 뛰어줄 거라 보는가?
유시민이 단일후보 되기 전에도 이미 민주당은 일찌감치 친노파에 의해 점거된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친노파들은 차기 정권장악을 위해 여러 갈래로 조직을 분산시켜 놓고 있었다. 한명숙과 안희정 등 일부는 민주당, 유시민 등 일부는 국민참여당, 이해찬 등 일부는 시민단체 식으로 분업시켜 결정적 시기를 노리고 있다.
허나 민주당의 정통 조직이 그들을 위해 ‘풀’로 뛰어 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유시민이 단일후보가 된 경기도에서만 해도 부천, 안산 등 7개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과 참여당은 맞상대를 해야한다. 참여당은 광역의원 선거에도 20명 가량, 기초의원 선거에는 30명 가량 출마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출마자들이 돕는 이유는 광역단체장의 인지도를 자기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유시민은 민주당이 아니라 참여당 소속인데 참여당과 민주당이 맞붙는 20여개 이상의 선거구에서 누구를 도와줄 것인가. 이미 후보등록까지 한 마당에 개별 기초 선거구에서 단일화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또한 유시민은 2003년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힘으로 당선된 뒤, 곧바로 배신을 하고 민주당을 파괴한 전과가 있다. 민주당 기층 당원들은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유시민을 위해 열심히 뛴다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다. 유시민의 선전은 민주당 당원에게는 곧 재앙이라는 점을 다들 기억하고 있다. 또한 그간 유시민이 “민주당은 꿈과 이상이 없는 정당”이라는 등 독설을 퍼부어왔는데, 민주당 후보들을 유시민이 지원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문) 민주당이 급속도로 구 열린우리당 출신 친노세력에게 장악당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가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과 너무 급하게 서둘러 통합을 할 때부터다. 그는 모범생이고 유능한 검사이긴 했으나 정치적 수완은 친노파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의 호남 지역구를 위협하는 듯 과잉모션을 썼던 친노파의 앞잡이 박재승 공심위원장의 수법에 걸려 민주당을 팔아먹었다는 비난을 받게 되었다.
문) 전남지사 선거를 직접 뛰는 당사자로서 호남지역에서의 친노세력에 대한 여론은 어떤가?
그건 광주의 출마자 정찬용의 득표결과에 나타날 것이다. 2004년 총선 이후 벌어진 지자체 선거와 재보선에서 친노세력은 광주와 전남에서 민주당 세력에게 이겨본 적이 없다. 다시 강조하지만 2008년 총선에서 민주당 박상천 전 대표가 친노세력의 협박에 굴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호남인들이 투표할 만한 대안 세력이 없어서 친노세력을 지지한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역사적으로 호남인들이 친노세력을 지지할 이유도, 명분도 실리도 없다.
문) 전남지사 선거 현재 판세는 어떤가?
워낙 늦게 선거 준비에 뛰어들어 어려웠다. 그러나 차츰 20%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하면서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 하루하루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가 친노세력의 상징인 유시민 선거운동에 나서게 될 수밖에 없는 점은 객관적으로 평민당의 호남선거에 절대 호재이다. 전남 유권자가 이미 친노세력에 완전히 장악당한 채 간판 하나 남은 민주당에 대해 진절머리를 내고 그들을 혼내주기 위해서 결단을 보인다면 나의 승리는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 이후 구 민주당 세력은 평민당으로 결집할 것
문) 평민당은 이번 선거를 민주당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하며, 민주당 세력과의 후보단일화를 일체 추진하지 않고 있습니다. 선거 이후에 친노세력이 장악한 민주당과 어떤 관계가 형성될 것 같은가?
평민당을 창당했다는 것은 이미 민주당에 대해서 사형선고를 내린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당연히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에 유시민에게 민주당이 장악당한 것은 껍데기만 남은 민주당을 거져 가져갔다는 의미만 있을 뿐이다. 분명히 이야기하지만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결국 친노세력은 처절하게 심판을 받을 것이다. 민주당은 선거 책임론으로 당내 기층부터 분해될 것이다.
유시민의 당선을 위해 뛰게 될 정세균 대표부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유시민과 친노세력은 설사 패배하더라도 일정 정도의 득표만 얻는다면, 그 힘으로 참여당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민주당의 친노세력은 급격히 참여당으로 쏠리게 되고, 구 민주계는 평민당을 중심으로 다시 세력화하게 될 것이다. 그 와중에 민주당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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