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코트의 황태자 라파엘 나달(세계랭킹 2위.스페인)이 '황제' 로저 페더러(1위.스위스)를 또 다시 격침시키고 총상금 192억원이 걸린 프랑스오픈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3연패를 달성했다.
나달은 11일 새벽 파리 외곽 롤랑가로 코트에서 끝난 결승전에서 페더러를 3-1(6-3 4-6 6-3 6-4)로 꺾고 3년 연속 대회 정상에 올랐다. 그는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프랑스오픈만 세 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클레이코트 강자의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프랑스오픈 3연패는 지난 1978~1981년 4연패를 달성한 비욘 보리(스웨덴) 이후 26년 만이다. 2005년 이 대회 첫 출전과 함께 우승을 일궈냈던 나달은 롤랑 가로 코트에서만 21연승 행진을 내달렸다.
나달은 또 페더러와 상대 전적에서도 8승4패로 우위를 지켰고 특히 클레이코트에서는 6승1패로 압도적인 승률을 이어갔다.
반면 개인 통산 11번째 우승 및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던 페더러는 나달의 벽을 넘지 못하고 다시 한 번 분루를 삼켰다. 지난해 윔블던 1회전부터 이어오던 메이저대회 연승 행진도 '27'에서 막을 내렸고 윔블던-US오픈-호주오픈에 이어 4회 연속 메이저대회 정상을 차지하려던 꿈도 물거품이 됐다.
페더러는 지난해까지 윔블던 4연패, US오픈 3연패를 이룩했지만 2년 연속 이 대회 결승에서 나달에게 무릎을 꿇으면서 롤랑가로 징크스를 끊지 못했다.
페더러는 대회 직전에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독일 함부르크 마스터스시리즈 결승에서 나달의 클레이코트 연승 행진을 '81'에서 묶고 우승을 차지하며 이번 대회 전망을 밝혔지만 이날 실책을 무더기로 쏟아내며 역대 6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다음으로 미뤄야했다.
이날 페더러는 60개의 실책을 범하며 자멸의 길을 걸은 반면 나달은 절반에 못 미치는 28개로 선방했다. 나달은 랠리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고 페더러는 유리한 찬스에서 때린 회심의 스트로크가 번번이 라인을 벗어나면서 고전했다.
페더러는 이날 1세트에서 10번이나 나달의 서브 게임을 따올 수 있는 찬스를 맞았으나 단 한번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반면 나달은 2번의 브레이크 찬스를 모두 성공시키며 1세트를 가져왔다.
2세트에서는 결정적인 순간 백핸드 슬라이스와 백핸드 대각 공격이 살아난 페더러가 승리했다. 그러나 3세트 들어 나달의 포핸드 공격과 구석구석을 찌르는 스트로크가 빛을 발하면서 페더러는 다시 위기에 몰렸고 승기를 잡은 나달은 4세트에서도 여세를 몰아 초반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승리를 결정지었다.
(서울=연합뉴스)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