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된 콩팥을 놓고 누가 이식 수술을 받게될 지를 겨루는 네덜란드의 리얼리티 쇼가 알고보니 가짜 프로그램인 것으로 드러났다.
네덜란드 민영 BNN 방송사는 지난 1일(현지시간) 오후 6시30분부터 80분 동안 37세의 시한부 암 환자 리사(여)가 기증한 콩팥을 놓고 3명의 환자가 누가 이식수술을 받게될 지를 겨루는 `빅 도너 쇼'를 방영한다고 밝혀 국내외적 파문을 일으켰다.
리얼리티쇼 `빅브라더'로 유명한 엔드몰사가 제작을 맡은 이 프로그램은 실제 목숨을 건 잔인한 경쟁을 다룬다는 점에서 시민단체들이 프로그램 취소 압박을 가하고 , 정치권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등 네덜란드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급기야 EU 집행위원회도 "심각한 문제를 알리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고 비난 논평을 발표했다.
이 쇼는 처음 45분간 예고된대로 콩팥기증자인 리사가 소개됐다. 그녀는 6개월 시한부 암환자이며, 친구가 신장병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신장을 기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자들인 3명의 환자가 소개돼 질문을 받고, 가족, 친구들과의 대화내용을 담은 비디오 영상까지 방영됐다.
하지만 이날 쇼의 사회를 맡은 패트릭 르디어스는 쇼 막바지에 콩팥의 주인을 발표하기 직전 방송사측이 장기기증 문제에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준비한 거짓 프로그램이란 사실을 털어놓았다.
시한부 뇌종양에 결렸다던 장기기증자 리사는 배우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경쟁에 나선 3명의 환자는 방송사측의 기획의도에 동의해 출연한 실제 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리얼리티 쇼가 알고보니 방송사측이 출연자들과 짜고 진행한 진짜 쇼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라우렌스 드릴리히 BNN 이사는 "이 쇼를 1년동안 준비했지만 이처럼 성공을 거둘것으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실제 존재하는 장기기증 문제에 대해 엄청난 국제적 관심을 끌었다"고 당초 목표했던 사회적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경쟁이 이뤄지기 때문에 부적절하고 비윤리적"이라고 비난했던 로날드 플라스테르크 네덜란드 교육문화장관은 "매우 놀라운 쇼"라고 말해 입장을 바꾸었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장기기증 부족에 대한 관심을 끌기위해 재치있는 방법을 택했다고 방송사측을 칭찬했다.
EU 집행위 통계에 따르면 유럽에서 매일 10명 정도가 장기 기증을 기다리다 사망하고 있으며, 4만명이 장기 이식수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sangin@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