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신약의 최저 가격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내용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약품 협상 협정문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다국적 제약사 특허약의 보험약값을 선진 7개국(A7)의 최저가로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한 미국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정부의 설명과는 다른 대목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5일 공개된 한미FTA 협정문의 제5장 의약품 및 의료기기 항목에 따르면 규제당국은 신약 등 의약품의 보험약값을 결정할 때, 그 결정이 이른바 `경쟁적 시장도출 가격'에 기초해서 이뤄지도록 보장하기로 했다.
여기서 문제는 경쟁적 시장도출 가격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 보건복지부는 한미FTA 의약품 협상진행 상황을 설명하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내용을 공개한 적은 없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와 관련, 외국 특허약의 가격을 사실상 선진국 평균약값 수준으로 보장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측은 한미FTA 의약품 협상과정에서 신약의 최저가격을 보장할 것과 국내 물가 인상률을 반영해 약값을 올려줄 것, 보험약값 결정과정에서 경제성평가를 시행하는 것을 유보해 줄 것을 줄곧 요구해왔었다.
우리나라는 이 같은 미국 측의 주장은 가격 대비 효과가 있는 의약품을 보험약으로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며 수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협정문은 한미 양국의 요구사항을 모두 포함하는 게 원칙으로, 의약품의 `경쟁적 시장도출 가격'은 시장가격에 의해 약값이 정해지는 미국에 해당하는 것일 뿐이고, 의약품의 보험가격을 규제당국이 결정하는 우리나라에는 적용되지 않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협정문에는 규제당국이 의약품 보험약값을 결정할 때 `경쟁적 시장도출 가격'에 기초하지 않을 경우에는 특허약의 가치를 적절한 방법을 통해 적절히 인정하되, 신약의 안전성 또는 유효성 증거를 기초로 비교 제품이나 최초 보험약값보다 높은 보험약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 의약품 제조업자가 추가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한 질환의 치료 효과를 기초로 보험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번에 공개된 한미FTA 의약품 협정문과 관련, 의약품 보험등재와 가격결정에 대한 독립적 이의제기 절차를 두는 등 모든 정책과정에 다국적 제약사의 참여를 보장, 규제당국이 국민건강을 위해 관련기업의 이익을 규제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와 자료독점권 조항의 경우 추가 특허연장의 효과가 거의 없다고 정부는 주장했지만, 협정문 내용대로라면 개량신약의 개발이 늦어짐으로써 복제약의 생산이 늦춰질 뿐 아니라 이미 복제약이 출시돼 있는 의약품조차 새로 특허권 연장이 가능하게 되는 등 여러 독소조항이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한미FTA 협상이 정식 체결되고 국회비준을 거칠 경우 우리나라 국민의 의약품 및 의료기기에 대한 추가부담은 연 1조원 이상의 추가부담이 예상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약값의 폭등과 건강보험재정부담을 초래해 건강보험혜택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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