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구순기자][번호이동 내년 시행전망… 영상전화, 문자메시지 등 서비스도 다양]
어디서나 전화는 필수인 시대다. 요즘에는 인터넷망을 이용해 일반전화보다 요금이 싸면서도 기능이 다양한 인터넷전화(VoI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쓰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정부가 지난 15일 VoIP를 활성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발표하면서 가입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VoIP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싼 요금이다. KT의 일반 시내전화가 3분당 39원이고, 시외전화는 거리에 따라 요금이 더 나온다. 반면 VoIP는 3분당 35원 정도로 시내·시외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여기다 영상전화 기능이 있어 보고 싶은 얼굴을 보면서 통화하고, 문자메시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 이 기능을 일반가정이 아닌 회사에서 이용하면 전화로 지방 지사와 회의도 할 수 있다. 이런 편리한 부가서비스들이 VoIP의 또다른 강점이다.
이와 함께 무선인터넷이 연결되는 곳에서는 집전화를 마치 휴대폰처럼 쓸 수 있다. 시내에 있는 스타벅스 같은 유명 커피숍이나 주요 대학가 주변에는 대부분 무선인터넷 망이 깔려 있다. 이렇게 되면 시내전화 요금만 내고 휴대폰 통화를 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불편한 점도 있다. 제일 먼저 느끼는 게 전화번호가 바뀐다는 점. 집에서 '(02)123-4567'이란 전화번호를 10년 이상 써왔는데 VoIP를 쓰려면 이 번호를 '070-456-7890' 같은 번호로 바꿔야 한다. 일반가정이야 덜하겠지만 음식점이나 기업은 쉽사리 전화를 바꾸기 어렵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정책은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겠다는 것. 번호이동제도를 도입해 그동안 사용하던 전화번호 '(02)123-4567'을 그대로 가지고 VoIP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도는 내년쯤 도입될 전망이다. 올 3분기에 제도를 바꾸면 사업자들이 준비를 거쳐 내년쯤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VoIP가 활성화되면 국민들은 보다 저렴하게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가능한 전화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유선전화로 매출을 올리던 KT를 비롯해 LG데이콤, 하나로텔레콤 같은 시내전화사업자들도 너나 없이 VoIP 상품 개발 채비를 갖추고 있다. 그동안 번호를 바꿔야 하는 불편함과 대형 통신업체들이 마케팅을 열심히 하지 않은 탓에 제대로 가입자가 늘지 않던 VoIP가 이제 정부정책의 지원을 받아 '날개'를 달게 되는 것이다.
KT는 지난해 VoIP의 영상과 디지털 기능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를테면 액정화면이 달린 VoIP전화기로 피자집에 전화를 걸 때 피자집에서 전화를 받기 전까지 메뉴와 사진을 보며 음식을 고를 수 있는 기능, 수십개의 전화번호를 기억시켜 놓고 휴대폰처럼 전화번호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 등이 개발돼 있다. KT는 내년 VoIP 번호이동이 본격화되면 이런 서비스를 앞세워 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와 묶음상품을 내놓을 계획도 있다. 또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결합해 서울 전 지역에서 휴대폰처럼 집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도 가능하다.
LG데이콤도 올 상반기 가정용 VoIP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자회사 LG파워콤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인터넷·VoIP 묶음상품에 가입하면 요금혜택을 대폭 늘려줄 계획이다.
◇하나로텔, 디지털전화-인터넷전화(VoIP) '양동작전'하나로텔레콤은 4월부터 시내전화를 디지털화해 문자메시지나 영상전화 같은 서비스로 가정고객을 공략한다. 미처 시내전화망을 깔지 못한 지역에서는 VoIP를 통해 가입자를 모을 생각이다. '양동작전'을 펴는 것이다. VoIP보다 매출이 좀 높게 나올 수 있는 디지털전화의 편리한 서비스로 가입자를 유지하고, 디지털전화가 안되는 지역은 VoIP로 공략해 당분간 안정적 매출을 확보한다는 계산이다.
디지털전화 '하나폰 메이트(MATE)'는 휴대폰처럼 1.5인치 컬러 액정표시장치(LCD)를 채용하고 발신번호표시·전화번호부 기능을 갖췄다. 또 무선단말기끼리 무료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해 소규모 기업에서는 내부통신 수단으로도 사용하게 할 계획이다.
VoIP는 기본료 2000원에 국내에서는 시내·시외 가리지 않고 3분당 49원의 요금을 받아 시외전화 사용이 많은 고객을 노린다. 역시 무선으로 VoIP를 이용할 수 있는 전화기도 개발할 계획이다.
기업 대상으로는 VoIP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사설교환기를 설치하지 않고도 VoIP로 '키폰' 기능을 할 수 있는 'IP센트렉스' 서비스를 지난해 12월 시작했다. 회선당 월 3000원만 내면 수백만원인 사설교환기를 달지 않아도 기업의 통신이 해결된다.
◇삼성네트웍스, 국내 최저요금-최고서비스 '자신'인터넷전화(VoIP)시장의 '최강자'는 삼성네트웍스다. 그동안은 가정에서 VoIP를 많이 쓰지 않아 기업을 대상으로 시장을 넓혀왔다. 앞으로는 번호이동성 같은 정책 지원을 등에 업고 가정고객 공략에 본격 나설 태세다.
VoIP 브랜드'삼성 Wyz070'은 국내 최저 수준의 요금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시내·시외 구분 없이 3분당 39원이다. 국제전화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10개국으로 걸 때 분당 55원, 휴대폰으로 걸면 10초당 11.9원이다.
유선통신업체와 달리 VoIP 전문기업이기 때문에 서비스도 다양하고 전문적이다. 문자메시지는 기본이고 기업용 통화연결음, 인터넷팩스, 마우스 클릭으로 전화를 거는 등 무려 200가지가 넘는 똘똘한 기능이 '삼성 Wyz070' 전화기에 들어있다. 여기다 국내 통신업체로는 처음으로 국제품질인증 'ISO20000'과 보안인증 'ISO27001'을 획득, 세계가 인정한 통화품질과 보안성을 자랑한다.
VoIP의 영상기능을 이용해 전화교육을 받을 수 있는 부가서비스도 만들어냈다. 워릭영어학원이 운영하는 어린이 전문 영어학원 서비스를 통해 집에서 전화로 영상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전문적인 VoIP만의 부가서비스로 VoIP시장 '최강자'가 된다는 게 삼성네트웍스의 포부다.
◇SK텔링크, 네이트온-씨앤앰과 손잡고 시장 확대SK텔링크는 SK커뮤니케이션즈와 공동으로 메신저를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폰 '네이트온폰' 서비스와 단말기를 기반으로 하는 하드폰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네이트온폰'은 3월 현재 가입자 수가 약 11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12월부터 가입자에게 '070' 인터넷전화(VoIP) 번호를 줘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기능도 생겼다.
하드폰 서비스는 현대홈쇼핑 제주항공 한화S&C 팬택 등 기업과 전국 23개 교육기관 및 한국방송공사 한국인삼공사 등 공공기관 VoIP 교체사업을 맡아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이런 실적을 기반으로 일반가정시장 공략을 위해 서울지역 최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씨앤엠커뮤니케이션(C&M)과 시험제작(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TV 화면을 통해 상대방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전화가 왔을 때 TV 화면에 발신번호가 뜨도록 할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방송과 전화의 결합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드폰 요금은 시내와 시외요금이 모두 3분당 39원이고, 휴대폰으로 걸 때는 10초당 13원이다. 3년 약정하면 여기서 10%를 더 할인해준다.
SK텔링크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소프트폰 가입자와 방송결합서비스를 무기 삼아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구순기자 cafe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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