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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부동산]정치권 싱가포르 주택정책 주목..문제점은 없나]

싱가포르에서 3년째 살고 있는 대기업 주재원 김모(38)씨는 최근 한국 집값이 몇달새 수억원씩 올랐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고민에 빠졌다. 싱가포르 근무가 결정되면서 한국에서 살던 집을 처분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 계속 산다면 몰라도 한국으로 들어가면 당장 살 집부터 걱정해야 할 판이다. 한편으로는 '집 걱정' 없이 살고 있는 싱가포르 국민들이 부럽기도 하다.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아파트 건물만 분양하자', '아파트를 민간이 아닌 공공기관에 되팔게 하자'.

최근 싱가포르식 환매조건부 분양방식이 급등하는 집값을 잡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공기관이 대지 소유권을 갖고 소비자는 아파트 건물만 분양받게 해 집값을 잡고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 부담도 줄이자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22일 '부동산대책 및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분양제도 도입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지난 20일 여야 의원 48명의 서명을 받아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했다.

<b>◇검토되는 '환매조건부' 분양은=</b>우선 홍준표 의원의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안은 대지 소유권은 공공기관이 보유하면서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집값 상승의 주원인이 비싼 땅값 때문인 만큼 땅은 영구임대하고 분양받는 사람은 지상권(건물에 대한 소유권)만 갖게 하자는 것이다.

홍 의원이 내놓은 방안에 따르면 대지임대부 분양 아파트는 무주택자와 서민을 중심으로 분양하되 10년간 전매가 금지된다. 그 전에 매도하려면 일반 부동산 시장이 아닌 공급자에게 되팔아야 한다.

홍 의원은 대지임대부 분양방식이 시행되면 토지값을 빼고 아파트 가격을 산정하게 돼 평당 500만∼600만원대 이하로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도 도입 초기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 조달 방안으로 국민주택기금이나 각종 연금을 활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열린우리당 김태년 의원이 제안한 '환매조건부' 분양제도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방안은 주택이 투기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싼 값에 분양된 주택은 일반 매매를 금지, 공급·관리하는 공공기관에만 되팔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골자다. 집을 팔 때 가격은 구입비와 물가상승률, 금리 등을 감안해 정한다.

김 의원은 환매조건부 분양방식이 시행되면 토지조성원가, 건축비, 부대비용 등이 포함된 수준에서 아파트값이 결정되는 만큼 주변 시세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는 일반 민간 주택보다 30∼40% 싼 값에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자가 토지와 건물 소유권을 모두 갖고 담보대출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홍 의원이 내놓은 방안과 다른 점이다.

<b>◇싱가포르 주택정책은=</b>최근 주목받고 있는 싱가포르의 주택은 크게 우리나라의 대한주택공사에 해당하는 주택개발청(HDB:Housing and Development Board)이 공급하는 공공주택(HDB)과 민간이 건축해 비싼 값에 공급하는 민간주택으로 나뉜다.

싱가포르에서는 국민의 80% 이상이 공공주택에서 살고 소수 부유층과 외국인 등만 민간주택에 거주한다. 우리나라의 공공주택이 35% 내외임을 감안할 때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비율이 무척 높은 셈이다.

주택개발청이 공급하는 아파트는 일반 민간아파트 시세의 50% 선이다. 30평형대 아파트의 경우 우리 돈으로 1억원 안팎이면 구입할 수 있다. 공급평형도 20평형대에서 50평형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방 3개에 거실, 주방, 다용도실 등이 딸린 30평형대(싱가포르 규격 5-Room 타입) 아파트가 가장 많고 최근엔 방 4∼5개 짜리 중형 임대주택 비율이 확대되고 있다.

주택개발청과 사회보장성 저축인 중앙연금준비기금(CPF:Central Provident Fund)이 운영하는 각종 지원제도를 활용하면 집을 살 때 목돈 걱정도 필요 없다. 주택개발청에서 주택가격의 80%까지 장기저리로 융자받을 수 있고 연기금을 통해 추가로 주택 구입 대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거주하는 공공주택과 가까운 곳에 공공주택을 분양받는 자녀나 저소득층에게 집값을 추가로 할인해 주는 제도도 있다.

싱가포르에서 공공주택을 분양받으려면 월 평균 소득이 400만원 이하여야 하고 가족이 1명 이상 있어야 한다. 독신자의 경우 35세 이상돼야 자격이 생기고 집 크기도 제한을 받는다. 신청 당시 공공주택을 갖고 있지 않아야 하고 과거 공공주택을 소유한 적이 있으면 거주 후 10년이 지나야 신청할 수 있다.

공공주택에서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다. 다만 분양받은 공공주택에서 5년 이상 거주해야 하고 기존 대출을 다 갚아야 한다. 두번째 분양받은 집의 경우 의무 거주 기간은 3년이다. 정부 지원을 받아 공공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는 2번으로 제한된다. 2번 분양 기회를 다 써도 공공주택 아파트를 살 수는 있지만 정부 지원은 없고 5% 이상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은행대출을 이용해야 한다.

싱가포르 공공주택은 '환매조건부' 분양방식으로 공급되므로 5년 의무거주 기간 이전에 집을 팔려면 반드시 주택개발청에 되팔아야 한다. 정부가 공공주택 시장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도, 공공주택 가격이 경기를 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5년이 지나면 시중에 팔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얻는 시세차익의 10∼25%는 주택개발청에서 환수하고 나머지는 주택 소비자가 갖는데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공공주택을 판 자금을 밑천으로 민간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다.

싱가포르 정부는 공공주택 임대가 아닌 분양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 주택보급율은 100%가 넘는데도 자가 소유 비율은 50%대에 불과하지만 싱가포르의 자가 비율이 90%를 넘는 것도 싱가포르 정부의 강력한 자가보유 정책 결과다.

<b>◇싱가포르식 주택정책 도입 문제없나=</b>싱가포르는 환매조건부 분양방식으로 주택시장 안정 효과를 봤지만 우리 나라에 그대로 적용했다가는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싱가포르와 우리 나라는 부동산 소유제도가 우리 나라와 전혀 다르다. 싱가포르는 전 국토의 90%가 국유지인데다 국가가 토지를 소유하는 것이 토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 1966년 토지수용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공공주택 제공을 위해 개인 토지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연기금 설립 등 안정적인 주택자금 지원체제가 구축 여부도 다른 점이다. 싱가포르는 소득의 33%를 국가가 거둬 강제 저축하게 하고 이를 활용하지만 우리 나라에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치권에서는 공공 재개발 방식,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금 활용안을 내놓고 있지만 실행 여부는 미지수다.

정책 결정 구조가 다르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싱가포르는 독립이후 인민행동당(PAP)의 집권이 계속돼 정부의 의지가 곧 정책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우리 국회는 '여소야대' 국면인데다 정당별 의견이 상이해 조율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송복규기자 clio@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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