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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빠지고 민간인 포함시킨 ‘김영란 법’…관행 버렸다?

법안 현실성 강조하는 KBS MBC…추상론 펼치는 SBS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 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법안의 현실성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법 적용대상의 범위가 ‘청렴의 의무’를 지닌 공직자에 한하지 않고 민간인까지 확대된 데다, ‘뇌물’로 본다는 기준의 상한액이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어서 현실 적용 시 내수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영란법’은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안한 법안으로,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그러나 국회는 차일피일 논의를 미루다가 국회의원이 공익 목적으로 타인의 민원을 전달하면 부정청탁이 아니라는 예외 조항을 신설했다. 고위급 공무원에 해당되는 국회의원들이 법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져 이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다.

국회가 이 같은 조항을 만든 이유는 국회의원이 지역구 주민의 민원을 처리하는 행위가 정당한 의정활동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지만, 지역구 주민의 민원과 청탁에 대한 명확한 구분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공익’ 목적이라는 사안의 성격도 분명히 하기가 쉽지 않아, 결국 관행과 이전 사례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상민 국회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 소속)은 일부 매체를 통해 “국회의원과 장·차관, 대통령과 청와대 수석, 대법관 등 고위 공직자들만 대상으로 하려다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까지 무원칙하게 대상을 넓히다 보니 실효성과 부작용을 걱정하게 됐다”면서, “당초대로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로 적용 대상을 한정하면 부정부패를 없애겠다는 취지도 살리고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기 어려울 뿐더러, 현행대로 시행할 경우 표적수사 등에 남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민간인들이 흔히 대접을 위해 지불하는 식사와 선물 및 경조사비 금액도 제한액 기준이 비현실적인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어느 것이 향응 제공에 해당되는지도 분명치 않은데다, 공무원과 달리 ‘청렴의 의무’가 없음에도 3만원이 넘는 식사, 5만원이 넘는 선물, 그리고 경조사비를 10만원 이상 받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직무 관련성이 있는 대상으로부터 제공받은 것을 전제로 하지만, 직무관련성과 사적인 친분의 경계도 애매모호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상파 3사의 김영란법 보도 내용을 살펴본 결과, KBS와 MBC는 법안의 실효성 측면에 포커스를 뒀다.

KBS는 2TV ‘아침뉴스타임’ 10일자 방송을 통해 이 같은 상황을 자세히 소개했다. 5분 16초 분량으로 구성된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 예고…전망은?’ 꼭지에서 기자는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 시행령안을 전하며, “학연과 지연, 온정주의로 대표되는 한국 특유의 문화 속에서 접대나 청탁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됐고, 때때로 부패의 사슬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법안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15개 항목을 부정 청탁행위로 규정했지만, 포괄적이고 선언적인 내용이어서 어떤 행위가 처벌 대상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논란이 있다…무엇보다 허용 가능한 식사와 선물, 경조사비의 액수와 범위가 현실과 맞지 않아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습니다”며 법안의 문제점을 짚었다.

11일자 ‘뉴스광장’에서는 황윤원 객원해설위원이 법안에 대해 “국회를 통과하면서 누더기로 변했다는 비판도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2012년 원안에서 부정청탁과 이해충돌은 뺐다고 지적하며, “너무 이상을 추구하다 보면 아무리 좋은 법도 현실에서는 탈법과 편법으로 오히려 부정부패를 부추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MBC는 9일자 ‘뉴스데스크’를 통해 구체적인 식사와 선물가격을 살폈다. ‘김영란법 고깃집·횟집 영향권, 선물도 제한될 듯’ 기사에서 기자는 “선물 금액 기준인 5만 원을 적용하면 백화점에서 살만한 선물은 햄이나 참치캔 세트 정도…한우나 굴비세트의 경우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에서도 5만 원 이하는 찾기 어렵다”고 전하며, “농어민들과 축산·화훼업계는 값이 싼 수입산만 이득을 볼 것이라며 국산 농수축산물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헌재 판단 남은 김영란법, 시행 전 위헌 여부 결론’ 꼭지에서는 지난해 3월 대한변협 등이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김영란법 위헌확인 헌법소원 심판 소식을 전했다.

기자는 “김영란법이 선출직인 국회의원을 제외하고, 언론인과 사립교원 등을 적용 대상으로 한 조항과 배우자 신고 의무 조항이 우리 헌법이 규정한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는 주장이다”라며, 법안의 위헌여부 가능성도 함께 짚었다.



반면, SBS는 14일자 ‘8뉴스’를 통해 “김영란 법의 취지와 논란을 집중 점검해 보려 한다”며, ‘관행 과감히 버린 '김영란법'…4년의 우여곡절’ 꼭지를 보도했다. 앵커는 김영란법을 ‘헌정 사상 첫 포괄적 반부패법’이라 논했고, 기자는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를 설명하며 법안 취지를 “핵심은 직무연관성만 있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청탁과 금품수수에 대해서 처벌할 수 있게 한 것”이라 전했다.

이어,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연고주의, 접대문화, 청탁문화를 근절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입법이다”라는 변호사의 코멘트를 덧붙였다.

기자는 “우리 사회의 관행과 김영란 법이 정한 기준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과거 금융 실명제처럼 그 괴리를 극복하고 실천해나가면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SBS의 이 같은 보도는 ‘뇌물’과 ‘법안’ 자체만을 다룬 편협한 시각으로, 특히, ‘김영란법’을 ‘금융실명제’에 비유한 것은 3만원 이상의 ‘식사’와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모두 ‘뇌물’화 한 것이나 다름없다. 직무관계가 형성된 경우라면 받는 이가 과태료를 내야 한다. 따라서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 없이, 단지, 뇌물 수수를 금해야 한다는 이상향만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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