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국민TV 김용민 PD와 미디어오늘 민동기 현 편집국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은 김 PD와 민 편집국장이 작년 6월 <국민TV 미디어토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허위 사실을 방송해 MBC와 김장겸 보도국장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며 MBC에 3백만 원, 김장겸 보도국장에게 7백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MBC는 작년 8월 21일 고소장을 통해 국민TV '미디어토크' 13화 ‘빌게이츠 사망 大오보 김장겸 작품’편 방송이 “김종국 사장이 마치 김장겸 보도국장의 인사권을 비롯한 MBC의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를 하며 청취자로 하여금 MBC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등 경제적 손해와 정신적 고통을 야기했다”고 밝혔다.
또한 방송내용 중 빌게이츠 사망 오보를 낸 당사자가 김장겸 현 보도국장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당시) 김장겸은 보도국 국제부 차장으로 데스킹 업무를 담당한 것뿐이고, 실제로 보도한 기자는 정치부 소속 김 모 기자였다”면서 국민TV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김 보도국장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오보를 낸 당시 MBC는 김장겸 차장에게는 공식징계가 아닌 ‘구두경고’에만 그쳤고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공식적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했다고 밝혔다.
이외에 미디어오늘의 조수경 기자의 ‘무단침입’ 고소 사건 대목에서도 허위사실을 방송했고, 김 보도국장이 검찰 출입 기자를 전부 시용기자로 교체시켜 김종국 사장에 대한 항명성 인사를 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보도했다고 소송의 이유를 밝혔다.
법원 “미디어오늘 조수경 기자의 보도국장실 출입, 검찰 출입 시용기자 교체 등 국민TV가 허위사실 방송”
이번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의 핵심 쟁점은 △ 김종국 사장 및 보도 공정성과 관련한 부분 △ 미디어오늘 조수경 기자의 보도국장실 출입과 관련한 부분 △ MBC 김세의 기자 인사와 관련한 부분 △ 시용 기자 관련 부분 △ 빌 게이츠 사망 오보 관련 부분 등 다섯 가지였다.
먼저 재판부는 ‘김종국 사장 및 보도 공정성과 관련한 부분’에 관해서는 김 PD와 민 편집국장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주관적 의견표명이나 평가에 해당되므로 원고인 MBC의 주장이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 민□□가 원고 문화방송의 김종국 사장에 대하여 원고 김○○한테 휘둘린다거나 MBC를 장악하지 못하였고, 대통령에게 충성하여도 MBC를 장악하지 못하는 이상 연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발언을 한 부분은, 그것이 비록 이 사건 방송을 접한 청취자들로 하여금 원고 문화방송의 김종국 사장이 사장으로서 필요한 지도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소지가 있다 할지라도, 전체적으로 보아 김종국 사장의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위 피고들의 주관적인 의견표명이거나 평가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한 방송 중 미디어오늘 조수경 기자의 보도국장실 출입과 관련한 국민TV 측의 방송 내용이 허위라고 봤다. 재판부는 “조수경 기자가 원고 문화방송의 출입기자라는 피고 조합의 주장은 진실하지 아니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피고 조합은 이에 대하여 정정보도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방송에서 민동기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조 기자가 MBC 출입기자에 등록되어 있는 기자로 김 보도국장이 ‘조수경 기자의 취재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조수경 기자의 보도국장실 출입과 관련한 부분은 원고 김○○이 정당한 취재 요청을 거부하였다는 내용으로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국민TV 측의 방송 중 MBC 김세의 기자 인사와 관련한 부분도 재판부는 “김세의 기자 인사와 관련한 부분은 진실에 반하므로 피고 조합은 이에 대하여 정정보도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또한 재판부는 김 PD와 민 편집국장이 방송에서 김장겸 보도국장이 검찰 출입 기자를 전부 시용기자로 교체시킨 것처럼 허위사실을 보도했다고 주장한 MBC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방송 당시 윤모 기자만 수습 기간 중이었고, 나머지 기자들은 시용이 아닌 정규직 기자였던 점, 피고 조합 주장과 같이 시용 기자를 2012년 MBC 파업 이후에 채용된 기자로 본다 하더라도 이에 해당되는 사회 1부 소속 기자들은 3명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 김○○이 검찰 출입기자들을 전부 시용 기자로 교체하였다는 방송 내용은 허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따라서 피고 조합은 이에 대하여 정정보도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미디어스 “재판부, 빌 게이츠 사망 오보 장본인은 김장겸 판결” 주장, 그러나 재판부는 “일부 내용이 반드시 사실에 부합하지 않더라도...보도 책임자로서 위 오보에 관여 책임”
반면 핵심 쟁점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끌었던 김장겸 보도국장의 ‘빌 게이츠 사망 오보 관련 부분’에서는 국민TV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결과 때문에 미디어스 등은 관련 기사에서 “법원은 핵심 쟁점이었던 ‘빌게이츠 사망 오보, 김장겸 관여’와 관련해서는 오보를 낸 장본인이 MBC 김장겸 보도국장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였다”며 “소송에서는 MBC가 일부 승소했지만, 핵심 쟁점에서 사실상 패소하며 오히려 이번 소송이 MBC에게 자충수가 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특히, ‘빌게이츠 사망 大오보 김장겸 작품’ 편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소송에 대해 법원은 “빌게이츠 사망 오보와 관련해서 김장겸이 보도책임자로서 오보에 관여했던 것이 사실과 합치된다”, “진실한 것으로 봤다”고 적시했다”면서 “정정보도할 필요는 없다고 판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인정한 것은 김장겸 보도국장이 빌 게이츠 오보 당시 국제부 차장으로서 책임이 있다는 것이지, 오보 기사를 쓴 당사자가 김장겸 보도국장이었다고 한 국민TV 측의 방송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
김 PD와 민 편집국장이 당시 방송에서 한 발언은 다음과 같다.
『민□□: 그리고 제가 팁으로 하나 말씀드릴 게 있는데, MBC에서 예전에 빌 게이츠 사망이라는,
김××: 아~ 그렇지. 2000년이었어, 내가 기억해.
민□□: 초대형 오보를 낸 적이 있습니다.
김××: 그렇지요.
민□□: 누가 냈는지 아십니까?
김××: 누구 냈어요?
민□□: 김○○ 기자가 냈습니다. 하~하하하
김××: 하하하~ 어! 진짜요?
민□□: 그거 김○○ 기자가 냈어요.
김××: 그거 인터넷에서 떠도는 풍문 갖고 ‘빌 게이츠가 죽었네!’하고 특보를 낸 사람이 김○○이야?
민□□: 김○○ 보도국장이에요.
김××: 야~아. 이거 정말 아니 금세기 최대의 그- 민□□: 초대형 오보지요.
김××: 초대형 오보로 꼽힐 정도로 어마어마한 오보였는데, 그게 우리 장겸이 형의 작품이었단 말이야?
민□□: 하~하하하
김××: 야~아, 기억하실 겁니다. 여러분! 빌 게이츠 사망 오보 한번 검색어로 쳐보십시오. 아마 관련 기사가 있을 겁니다. 야~ 그게 김○○ 작품이었구나.
이와 같이 당시 방송은 빌 게이츠 오보 기사를 쓴 당사자가 마치 김장겸 보도국장인 것처럼 몰아갔던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치부 김모 기자가 취재한 미국 언론사인 CNN 사이트를 모방한 허위사이트에 게재된 마이크로소프트 회사의 빌 게이츠 회장 사망 기사를 다른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보도한 사실, 원고 김○○은 보도국 국제부 차장으로서 위 보도를 허가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인사위원회로부터 ‘구두경고’ 처분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 부분 중 일부 내용이 반드시 사실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빌 게이츠 사망 오보와 관련하여 원고 김○○이 보도 책임자로서 위 오보에 관여하였다는 중요한 부분은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므로, 결국 위 부분에 적시된 사실은 진실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즉 오보의 당사자가 김장겸 보도국장이라는 국민TV측의 방송 내용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보도 책임자로서 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핵심 쟁점이었던 ‘빌게이츠 사망 오보, 김장겸 관여’와 관련해서는 오보를 낸 장본인이 MBC 김장겸 보도국장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미디어스의 보도야말로 허위보도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는 “김장겸을 조롱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부분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위법성은 조각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따라서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국민TV 측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MBC 일부 승소와 관련해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은 “국민TV측은 당시 방송에서 오보에 대한 책임자로서 김 보도국장을 거론한 게 아니라 오보 기사를 쓴 당사자가 김장겸이라는 뉘앙스로 보도했다”며 “그러나 판결문을 보면 다만 김장겸 보도국장이 당시 책임질 위치에 있었고, 따라서 오보에 관여했다 볼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 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이지 ‘오보를 낸 장본인이 김장겸’이라고 판결한 게 아니다. 미디어스는 ‘일부 내용이 반드시 사실에 부합하지 않더라도’라는 판결문을 보지 못한 모양이다. 기사를 쓰기 전 판결문부터 꼼꼼히 읽어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꼬집었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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