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70여 일간의 파업을 이끌었던 정영하 전 MBC 본부노조 위원장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노조를 '힘없는 어린아이'에 비유했다.
정 전 위원장은 오마이뉴스 지난 26일<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일문일답을 통해 "지난 1월 해고자 무효 확인 소송에서 승소했으나 안광한 사장의 취임으로 복직이 어려울 것이란 견해가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상식적인 사회라면 사실 노조가 파업을 170일 했다는 건 노조의 책임도 있지만, 원인 제공을 한 회사의 책임이 크다. 왜냐면 조직이 가진 힘이나 다른 것을 봐도 회사가 먼저"라며 "노조는 어린아이인 거고 힘이 없는 조직이다. 그럼 이들이 싸웠을 때 누굴 탓 할 거냐를 법원에서 본다면 연장자를 더 질책하는 게 상식이다"라고 주장했다.
방송·언론계에서 MBC본부 노조의 영향력은 막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 전 위원장이 노조를 ‘힘없는 어린아이’로 비유한 것.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동정여론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억지’라는 주장이 나온다. 조합원으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조합비를 걷어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야권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협조와 지원을 받을 만큼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MBC 본부노조는 2012년 파업 당시 해고, 정직 등 징계를 받은 노조 간부들에게 조합비를 이용해 기존에 받던 1천만 원에 가까운 월급 대부분을 보전해줬다. 또한, 일각에서는 MBC 본부노조가 언론관련 각종 재판과 관련해서도 관할 법원으로부터 이상하리만큼 너그러운 판결을 받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있어 법원이 본부노조의 힘을 무소불위처럼 키워주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지난 1월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 13민사부(박인식 부장)이 정 전 위원장 등 해고자에게 각 2천만 원, 그 외 인원에게는 각 1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노조의 일방적 주장만 받아들여 정치 파업에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MBC본부노조를 둘러싼 이러한 모습들은 일용직을 전전하다 빚더미에 앉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우울증을 앓고 심지어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한진중공업과 쌍용차 해고자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던 것.
여기에 더해 MBC 본부노조는 파업 당시는 물론이고 그 이후로도 꾸준히 정동영, 신경민, 박영선, 노웅래 등 MBC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본부노조가 힘없는 어린아이라면 그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노조에 의해 쫓겨나듯 회사를 떠난 사장들은 어린아이만도 못한 존재라는 말"이라며 "언론권력의 핵심 주체중 하나인 MBC 본부노조를 힘없는 어린아이에 비유한 정영하 전 위원장의 수준을 보여주는 '무리수'"라고 말했다.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은 "자기들 딴에는 토끼의 탈을 쓰고 하이에나의 이빨을 드러내는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아무리 봐도 하이에나"라며 "사자 앞에서는 바로 꼬리를 내리는 비굴한 모습을 보이면서 약자 앞에서는 한없이 강해지는 것이 MBC 본부노조의 본모습"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MBC 본부노조는 국민이 그들에게서 등을 돌림으로써 시위 동력을 잃었다"며 "총선·대선·보궐선거의 연이은 패배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노조는 이빨을 숨겨야 할 것"이라며 정 전 위원장을 향해서도 "말도 안 되는 얘기하지 말고, 지난 2012년에 제의했던 토론회 제안은 아직 유효하니 이제라도 토론회에 나오라"고 제안했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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