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가 지난 26일 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를 열어 지상파 방송과 종편채널, 보도전문채널 사업자에 대해 사용자와 종사자 측이 동수로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언론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방송 프로그램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편성권을 노조에 사실상 내주게 된다면 제작자율성이 침해될뿐더러 노조의 의지대로 방송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은 그 예로 강성노조로 인해 ‘노영방송’으로까지 지적받는 MBC 2012년 파업을 들며 국회를 맹비판했다.
조선일보는 28일 사설 <민간방송까지 모두 '勞營 방송' 만들겠다는 건가>를 통해 “편성(編成)은 어떤 프로그램을 어떤 내용과 분량으로 어떻게 배열할 것인지 결정하는 방송사 운영의 핵심”이라며 “신문의 편집권처럼 방송 사업자의 편성권이 보장돼야 방송의 자율성도 이룰 수 있다. 방송법 4조가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 보장'을 명시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대중 정부가 노조 주장을 받아들여 개정한 4조 4항조차 편성권이 사업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사업자가 취재·제작 종사자 의견을 들어 편성 규약을 제정'하게 하면서도 방법과 절차는 사업자에게 맡겼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그러면서 “그러나 국회 방송법 개정안은 편성위원회라는 기구의 설치부터 구성 방식, 규약 내용까지 일일이 강제하고 있다”며 “공영방송도 아닌 민간방송 편성권까지 법으로 간섭하고 규제하는 것은 세계에 유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가 편성위 절반을 차지하면 제작 방향부터 특정 프로그램 방영 여부까지 쥐고 흔들 길이 열린다. 경영권과 인사권에 끼어들면서 조직이 마비될 수도 있다”면서 “방송이 이념을 앞세운 노조에 휘둘리면 어떻게 되는지 국민은 공영방송들에서 질리도록 봤다. 오죽하면 '노영(勞營) 방송'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라고 반문했다. 2012년 사상 최장기 파업을 일으키는 등 노조에 휘둘리는 MBC를 겨냥, 국회가 통과시킨 방송법 개정안이 개악임을 분명히 했다.
조선일보는 아울러 이번 방송법 개정안에 담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 여당을 향해서도 “방송의 생명인 편성권을 정치적 거래 대상쯤으로 여긴 여당이 아니었으면 나오지 못했을 악법(惡法)”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사설 <민간방송 자율성 멋대로 훼손하는 오만한 국회>를 통해 “말만 자율성 보장이지 민간방송의 자율성을 규제하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미 자체 편성위원회와 방송편성 규약을 두고 있는 민간 방송에 대해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치를 법제화하는 것은 ‘과잉 입법’”이라며 “노조가 편성권을 쥐게 될 경우 공정성을 빌미로 오히려 노조 편향성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2012년 MBC 장기 파업에서 보듯 지상파 방송들은 강성노조 때문에 공영(公營) 아닌 노영(勞營) 방송이라는 비판을 듣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KBS에서 일부 프로그램이 불방된 것도 노조의 반대 때문이라고 한다”며 “근로조건과 무관한 정치적 문제로 노조가 민노총 등과 연대해 파업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영방송도 아니고 민간방송에까지 편성위원회 구성을 강제하는 것은 세계 방송 역사에서도 드문 언론자유 침해”라고 힐난했다.
아울러 이번 방송법 개악으로 인해 어떤 악영향이 있을지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야당에 동조한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미방위원장인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은 “민간 방송사의 편성권을 침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헌법재판소로 보내면 된다”고 말했다”면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6년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난 신문법을 통과시킬 때도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들러리를 섰다. 과거 잘못에서 교훈을 얻기는커녕, 또 한 번 위헌적 법률을 만든 다음 위헌 판단을 헌재에 떠넘기겠다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맹비판했다.
중앙일보도 이날 사설로 “법에 따르면 편성위는 방송사의 편성규약을 제정해 공표하는 권한을 갖게 된다. 편성규약은 방송 편성권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회사에 비유하면 경영지침과 비슷하다”면서 “이처럼 이는 핵심적인 부분이어서 당연히 현재는 경영진이 편성규약을 만드는 권한을 지닌다. 이런 권한을 편성위로 넘기고 편성위를 노사 동수로 구성하도록 하는 건 민간기업에 노사 동수로 경영위원회를 만들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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