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후 20대들의 안보관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초점은 여당 패배 주역으로 지목됐던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와는 사뭇 다르다. 지방선거에서는 트위터 등 뉴미디어를 통해 ‘선거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높은 투표열기를 보였던 세대로서 친노좌파 언론의 집중적인 환영을 받았다면, 연평도 포격 이후에는 전 세대 중 가장 보수적인 안보관을 보인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가장 나약한 세대’ ‘좌편향 세대’라는 선입관을 깨고 최근 각종 여론조사와 군 모집병 지원율 증가추세 등을 통해 확고한 안보관을 지닌 시장주의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해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송영선 의원이 15일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4일까지 유급지원병, 기술행정병, 개별모집병, 동반입대병, 직계가족병 등 육군의 모집병(8235명. 이하 모집규모) 지원율은 3.38대1로 지난달 1.88대1의 두 배에 육박한다. 13일 접수가 끝난 해군(1058명)의 12월 지원율도 2.60대1로 지난달 2.16대1보다 상승했고, 10일 마감한 공군(2700명)의 이달 지원율도 4.08대1로 지난달 3.89대1보다 올라갔다. 13일 마감한 해병대 지원율도 3.57대1로 11월의 2.95대1보다 높았다. 병무청 관계자는 “12월에 모집병 지원을 하면 내년 2월에 입대한다”며 “연말에는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해 통상 모집병 지원율이 상승하나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지원율이 상승한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따른 애국심의 발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연평도 포격이 있었던 11월23일 이후인 30일, 12월1일 양일간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김정일 체제 유지에 도움 되는 어떤 지원도 반대한다’고 답변한 20대(43.5%)가 전 연령대 (30대 35.0%, 40대 32.9%, 50대 이상 35.0%) 중 가장 높아 북한체제에 강경한 20대들의 인식을 보여줬다. 안보불안 해법을 묻는 질문에도 20대 61.2%는 ‘강력한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답했다. 20대는 한미 FTA에 대해서도 30~40대와 달리 비준찬성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대 49.3%가 한미FTA 비준을 찬성하고 있다. 이는 비준반대(21.6%)의 2배가 넘는 수치다. 30대(37.5%)와 40대(32.0%)보다 높은 찬성비율을 보였다.
매일경제 “우리 젊은이들, 몸 바쳐 애국을 실현”
이런 현상은 그동안 젊은 층의 국가관, 특히 안보관에 걱정과 우려의 시선을 보내던 이들의 인식마저 바꾸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언론의 관심은 더욱 각별하다. 세계일보는 15일 김관진 국방장관의 취임과 관련한 사설에서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젊은이들의 군복무 지원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12일 마감된 해병대 지원율은 무려 3.57대 1이다. 가장 힘들다는 수색병과엔 11명 모집에 231명이 지원했다. 이 같은 지원행렬은 20대가 30, 40대보다 보수적 세대라는 여론조사 결과와 상통한다”며 “오늘의 20대는 북한 도발에 격분하고 대북정책의 엄정성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힘든 군생활을 감수하겠다는 애국적 행위에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적었다.
문화일보는 한용섭 국방대 교수의 15일자 ‘해병 지원 급증…대한민국의 희망이다’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한 교수는 이 글에서 “그동안 젊은 세대의 국가관과 안보관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중·고교생의 절반 이상이 6.25 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면서 “북한이 김정은 후계체제를 구축하면서 무자비한 포공격을 해대던 그 순간, 해병대의 젊은 병사들은 철모가 불타는 줄도 모르고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들면서 다른 젊은이들과 국민을 지켰다. 이런 해병의 모습을 보면서 젊은이들은 ‘나 한 몸 희생해서 나라를 지킬 수 있다면’ 하면서 해병대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감격해했다.
국민일보 역시 15일자 사설 ‘軍 지원행렬 보며 기성세대 반성해야’를 통해 “병무청은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해병대 지원자들 가운데 취소자가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취소는커녕 지원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이 오히려 우리 젊은이들의 애국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라며 “기성세대는 신세대들의 국가관과 안보의식을 걱정한다. 게임이나 즐기고 어려운 일을 기피하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비판한다. 한마디로 나약한 철부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적의 도발로 연평도가 불바다가 되고 우리 병사들이 숨지는 것을 목격한 후 해병대를 비롯한 군 지원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서 그런 것들이 편견이었음을 생각하게 된다”고 기성세대의 반성을 촉구했다.
매일경제 장용성 주필은 15일자 칼럼에서 “(연평도 포격 이후) 해병대 지원 인력이 형편없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우리 기성세대들의 걱정이었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면서 “대한민국의 희망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기성세대는 말로만 애국을 외치면서 아메바처럼 분열하지만 우리의 젊은이들은 몸 바쳐 애국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복거일 소설가는 15일 동아일보에 실은 칼럼을 통해 해병대 지원율이 증가한 현상에 대해 “우리 젊은이들의 본성 속에 잠재한 희생정신이 깨어났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20대는 결코 단면적인 세대가 아냐
하지만 유독 친노좌파 언론들만은 의도적이리만큼 ‘20대 보수화’ 현상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의 연이은 무력 도발 이후 기존 통념을 깨고 전 세대 중 가장 강력한 대북관을 지닌 세대로 떠오른 20대를 객관적으로 조명한 글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6.2지방선거 후 20대를 ‘개념세대’로 한껏 치켜세우며 분석 글을 쏟아내던 때와 비교해보면 극과극의 차이를 느낄 정도다.
당시 시사IN은 20대를 향해 “6월2일이 지나자 20대는 ‘정치 천덕꾸러기’에서 ‘개념세대’로 바뀌었다”며 “‘승리’에 도취된 기성세대는 훈계와 비판을 멈추고 찬사를 늘어놓았다. 가수 신해철은 ‘20대를 깔보았던 교만을 사죄드린다’라며 공연 무대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언론은 ‘20대의 반란’이라고 썼다”고 흥분했었고, 한겨레는 ‘20~40대 야당에 표 던져 보수화·세속화 가설 ‘허구’’라는 기사에서 최재성 민주당 의원의 말을 빌어 ‘20·30대의 정치화-40대의 재무장화’라고 단정 지었다.
뷰스앤뉴스는 “한나라당에게 참패를 안겨준 지난 6.2 지방선거 돌풍의 주역은 역시 투표에 적극 참여한 20~30대 젊은층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는 앞으로 2012년 총선-대선때도 젊은층이 투표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선거결과에 결정적 작용을 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젊은층의 비호감이 높은 한나라당을 곤혹케 하고 있다”고 섣부른 논평까지 덧붙였다. 미디어오늘은 “20대 투표율 50%면 ‘노무현 시대’ 부활”이라며 20대를 아예 친노세력으로 규정짓는 대담함을 선보였다.
하지만 20대들은 결코 단면적인 세대가 아니다. 친노좌파가 열광한 6.2지방선거의 주역 20대 얼굴과 보수우파가 감동한 애국심 깊은 20대의 얼굴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입맛에 맞는 면만 고수한다면 그만큼 20대 세대파악에 실패할 확률이 커진다. 그런 측면에서 친노좌파 언론의 정략적인 20대 세대론 접근은 비판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정치웹진 다요기 박한명 대표는 “좌파나 우파나 일시적으로 환호할 뿐 20대를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으로 보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좌파들은 20대를 계급적으로, 일종의 투쟁도구로 보는 도식적 틀을 버리지 못하고 이용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우파진영은 20대보수화 현상을 간과하지 말고 20대 젊은 층을 포기하지 말고 적극 끌어안을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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