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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경환기자][1428년간 존속한 기업…후계자 선정·전통가치고수 등 배워야]

578년에 설립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로 손꼽히던 일본의 곤고구미(金剛組)가 결국 지난해 7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곤고구미는 578년 일본 쇼토쿠(聖德) 태자의 초청으로 백제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곤고 시게쓰미(金剛重光, 한국명 유중광)를 비롯한 3명의 장인에 의해 설립됐다.


곤고구미는 일본 왕실의 명을 받아 593년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시텐노지(四天王寺)를 지었다. 곤고구미는 이후 장인들의 자손들에게 대대로 이어지면서 일본의 대표적인 사찰 건축 업체로 자리잡았고, 1428년동안 존속됐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 나라의 호류지(法隆寺) 오층탑과 일본 3대 성중 하나인 오사카성도 이들의 작품이다. 곤고구미는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인정받는 등 전세계적인 장수기업으로 그동안 유명세를 떨쳤다.

◇ 세계 最古 기업 곤고구미, 결국 파산

하지만 이러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던 곤고구미는 지난해 7월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비즈니스위크 최근호는 최고 장수기업 곤고구미의 파산은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많은 함의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곤고구미가 파산한 이유는 거품 경제 시기에 많은 자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했고, 일반 건설 부문으로 무리하게 확장했기 때문이다.

곤고구미는 1980년대 거품 경제 기간 동안 많은 자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했다. 1992~1993년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거품이 터지자, 곤고구미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늘어난 반면 자산가치는 급락했다.

또 급격한 사회 변화로 인해 사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었고, 곤고구미의 사찰 건설 부문 수입도 1998년 이후 급격히 줄어들었다.

물론 곤고구미는 이전에도 더 큰 위기를 장인 정신 유지로 극복해 낸 적이 있었다. 1800년대 메이지 유신으로 정부 보조금도 끊기고 새로운 건축 양식이 도입됐지만, 곤고구미는 끝까지 사찰 및 전통 목조 가옥 보존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는 전문성을 배가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2차 세계대전때도 일감이 없어 한때 관을 만드는 일을 하기도 했지만, 전통기술 보전에 대한 열정을 아끼지 않았다.



◇ 무리수 둔 급격한 변화 추구, 파산 이유

하지만 급격한 변화 추구를 위해 선택한 부동산 투자 등 무리수로 결국 1438년된 기업의 문을 닫게 됐다.

곤고 시게쓰미의 40대손인 곤고 마사카즈 곤고구미 전 사장은 사업 영역을 아파트, 빌딩 건축 등 일반 건설 분야로 무리하게 확장하려 했다. 이를 위해 많은 자금을 끌어썼지만, 매출 악화와 부채 급증의 악순환에 빠져버렸다.

곤고구미의 2004년 매출은 경기 위축으로 6760만달러로 급감했다. 반면 부채는 3억4300만달러로 눈덩이처럼 늘었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 것.

마사카즈 전사장은 직원들을 줄이고 부채 축소에 나서는 등 회생 노력에 나섰지만 파산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곤고구미는 지난해 1월 브랜드와 사찰·문화재의 수리·복원 기술을 중견일본 건설사인 다카마쓰건설에게 넘겼다. 그리고 사명을 케이지 건설로 바꿨지만, 7월 파산하고 말았다.

곤고구미의 유구한 역사와 궁극적인 실패 경험을 돌이켜 보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곤고구미가 1428년간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가족경영 기업의 장점을 잘 지켜왔기 때문이었다.

◇ 전통계승과 후계자선정 기준은 배울점

곤고구미는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후계자 선정의 기준을 유연하게 지켜왔다. 곤고구미는 장자 세습 관행에서 벗어나 자식 중에서 가장 건강하고, 책임성있고, 능력이 뛰어난 이를 후계자로 선택했다. 아들이 아니라 딸이라도 잘할 경우 가업을 물려줬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장인이 돼야지만 사장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전통 목조 건축이라는 고유의 가치관을 끝까지 지켜왔고,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기 보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오랜 역사를 지켜올 수 있었다. 변화의 물결을 타되 전통건축양식 보존을 가업으로 고수해온 것.

하지만 경영난을 회피하기 위해 전통가업 이외에 금융 안정성을 해치면서까지 무리하게 사업 확장 및 변화를 추진하다 결국 파산에 처하게 됐다.

기업 전문가들은 "가족 경영이란 사실 만으로 기업이 급변하는 상황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모든 가족 경영 기업들이 1428년간 지속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곤고구미 사례에서 안정적인 운영 및 후계자 선정의 장점, 그리고 변화에 끊임없이 대처하면서 진화하려는 노력 등은 현대 기업들도 본받을 만 하다"고 강조했다.
김경환기자 kennyb@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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