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30일 이라크 분할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유했다고 부시 대통령이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말리키 총리와 내전 상황에 처한 이라크 사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회담이 끝난 뒤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말리키 총리는 이라크가 여러 개의 준 자치지역으로 분할돼서는 안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말리키 총리가 이라크를 분할하는 것은 이라크 국민이 원하는 바가 아니며, 이라크 분할은 정파 간 분쟁 확산을 야기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며 그같이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그는 강력한 지도자이고, 이라크가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가 되길 바라고 있다"며 말리키 총리의 지도력을 높게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말리키 총리의 통치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미 행정부 기밀문건이 폭로되고, 29일 예정됐던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주재의 3자 회동이 취소된 후 제기된 미국과 이라크 정부 간의 갈등설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이라크 정부가 원하는 한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이라크에 병력을 계속 주둔시킬 것이라며 미군의 조기 철수 가능성을 거듭 일축했다.
이날 회담은 말리키 총리가 부시 대통령이 투숙한 호텔로 가 조찬을 함께 한 뒤 확대회담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부시 대통령과 말리키 총리는 29일 저녁 라가단 궁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이 참석하는 3자 회담을 할 예정이었으나 이 회담은 취소됐다.
이라크의 일부 의원과 각료들이 말리키-부시 회동에 항의해 의회 및 내각 참여를 중단키로 한 상황에서 3자 회동이 전격 취소되자 일각에서는 미국과 이라크 정부 간의 갈등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으나 미 행정부 관리들은 부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담이 열린 라트비아에서 전용기 편으로 암만으로 이동하던 중 잘마이 칼릴자드 주 이라크 대사를 통해 3자 회담 취소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와 관련, 암만에 머물고 있는 시아파 지도자 압둘 아지즈 알-하킴은 이라크 측이 3자 회담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알-하킴은 말리키 총리는 압둘라 2세 국왕이 3자 회담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논의하길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3자 회담을 회피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관리들은 말리키 총리는 미국과 이라크 관계에 국한된 주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제3자가 참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전해 이라크 측이 압둘라 2세 국왕의 의제 확대 계획에 반발해 3자 회담을 거부했음을 시사했다.
압둘라 국왕은 29일 밤 부시 대통령과의 양자 만찬 회담에서 중동의 긴장 완화를 위해서는 이라크 사태 해결도 중요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해소책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백악관 관리는 부시 대통령과 압둘라 국왕 간의 만찬 회담에서 논의된 두 가지 주요 의제는 레바논 상황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였다며 이라크 상황이 거론되긴 했지만 중심 의제는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AFP 통신은 보도했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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