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경환기자][GDP 4년래 최저 수준…경제학자 주택發 경기침체 우려 경고]
미국의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근 4년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짐에 따라 경기 후퇴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27일(현지시간) 1분기 GDP 성장률(추정치)이 연율 1.3%를 기록, 전분기의 2.5%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2003년 1분기(1.2%) 이후 가장 낮은 것은 물론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8%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경제학자들은 올해 미국 경기에 대해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특히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소비 지출 둔화, 기업 투자 침체 등으로 경제 성장이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 주택 및 무역적자, 경제성장 둔화 요인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주택 경기 부진과 무역 적자 지속으로 풀이된다. 주택 투자 부진은 GDP 성장률을 0.97%p, 무역은 0.52%p 가량 감소시킨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경제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1분기 경제성장률을 지지하는 요인이 됐지만, 주택 경기 부진과 에너지 가격 상승 속에서 지속적으로 경제의 버팀목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분기 개인 소비는 3.8% 증가해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3.5%를 상회했다. 그나마 개인소비가 견조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고용 시장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아거스 리서치의 이코노미스트인 리처드 야먀론은 "주택 경기 부진이 포진하고 있는 이상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경제를 떠받치는 아틀라스(Atlas)와 같은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린 리저는 "미국 경제가 기운없는 국면(soggy period)으로 접어들었다. 경제의 가장 큰 위험은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이 위험이 소비자들과 기업들의 지출을 급격히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위험 요인들은 지금은 아직 완전히 발현되지 않고 제약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 경기 논쟁 다시 부활하나?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GDP 지표 발표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안겨줌에 따라 경기 논쟁이 다시 부활할 조짐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앞서 올해 안으로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3분의 1 가량 된다고 경고하며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에 대해 벤 버냉키 현 FRB 의장은 6년째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갑자기 둔화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메릴린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최근 60년 동안 성장률이 4분기 연속 3%를 밑돈 경우 반드시 경기침체가 왔었다"며 "주택경기를 비롯한 경기흐름을 예의주시해야야 할 필요가 있다"고 경기침체 가능성을 지적했다.
메릴랜드 대학교의 경제학과 교수인 피터 모리치는 "주택경기 부진과 무역적자가 부진 요인"이라며 "주택건설이 성장률을 0.97%p, 무역적자가 0.52%p 낮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역적자는 올해 성장 균형을 무너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로프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조엘 나로프는 "4분기 연속 잠재성장률을 하회했다. 그리고 소비가 앞으로 강력히 늘어날지는 의문"이라며 "게다가 기업 설비 투자도 올해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인플레이션 위협 지속, 정치권 우려
인플레이션 위험도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를 지지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 FRB는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FRB의 인플레이션 척도인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분기 2.2%를 기록, 전분기 1.8%에 비해 가속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우리는 주택시장이 1분기 GDP에 반영될 것이란 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은 이러한 부진에도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준 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경제 부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기 시작했다. 미국 뉴욕주 상원의원인 찰스 슈머는 부진한 주택 시장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무역적자가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연율 기준으로 17%나 감소한 주택건설을 예로 들었다. 주택건설 투자는 1980년대 초 이후 처음으로 6분기 연속 줄어들었다.
PNC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튜어트 호프먼은 "주택 시장은 앞으로 더욱 길고 깊은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경환기자 kenn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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