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자신을 ‘스테인리스 스틸 쥐’라고 부르는 북경 사변대학 심리학과의 리우 디는 개인 웹사이트 ‘예술가 클럽’을 운영하며 숱한 논란거리를 만들어냈다. 22살이 되던 해 그녀는 자신을 따르는 회원들에게 “행위 예술 실험을 같이 해봅시다. 길거리에서 공산주의 선전물을 나눠주는 거예요! ‘공산당 선언’을 복사해 제목에 ‘공산당’ 이라는 말만 뺀 다음 사회학자들처럼 길가는 사람들에게 선언문에 서명을 해달라고 부탁해봅시다”라며 마르크스의 글을 배포하자고 권유했다.
또 리우 디는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는 국가 안보 기구’라는 제목의 에세이에서 중국 안보 기구는 ‘무소불위’ 라며 그 규모와 기능을 아무 제약 없이 마음대로 확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두 개의 글은 그리 유명하지 않은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것이었지만 중국 당국의 눈에 띄었고 이에 따라 신속한 조치가 이어졌다.
2002년 11월 7일 리우 디는 학교 캠퍼스에서 중국 국가안전부에게 체포되었다. 리우 디의 사이트는 바로 폐쇄되었고 그녀는 감옥에 갇혔다. 인권 단체와 다른 중국 인터넷 사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쳤지만, 중국 정부는 오히려 리우 디의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한 네티즌 다섯 명을 잡아들였다. 리우 디는 꼬박 1년 감옥 생활을 하고 풀려났지만 외신 기자와 접촉 불가에다 평생 감시를 받아야 하고 베이징 밖으로는 나갈 수 없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SEX.COM, 미국 매사추세츠 주 파산 법원 사이트, 동성애자 인권운동 사이트 인. 중국 밖에서 운영되고 있는 이 사이트들은 중국 체제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에 의해 한때 차단당했거나 현재 차단된 상태다. 중국 정부는 자신들이 원하는 정보만 통과시키고 원치 않는 정보는 차단시키는 철저한 방화벽을 갖고 있다. 이 방화벽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도 않아서, 차단 사이트에 접속하면 ‘중국 정부에 의해 차단되었습니다’ 와 같은 화면이 뜨지 않고 기술상의 문제로 인해 접근을 못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어 있다. 일반 사용자로서는 이 문제가 검열 때문인지 기술적 문제 때문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방어벽이 궁극적으로 중국의 가장 중요한 인터넷 통제 수단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국 시민들이 검열되지 않은 정보를 접하고 싶어 안달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을 전혀 그렇지 않다. 중국인들은 외국 사이트가 중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아니고 중국어로 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에 외국 사이트에는 워낙 관심이 적다. 그러므로 중국의 정보 통제 시스템의 핵심은 결국 중국 내부에서의 통제라 할 수 있다.
2005년 봄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중국 내에서 블로그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조건으로 ‘자유’와 ‘민주주의’ 같은 단어가 포함된 글은 모두 차단하기로 약속했다. 만약 ‘민주주의’란 단어가 포함된 글을 블로그 사이트에 올린다면 “이 메시지에는 금지된 언어가 포함돼 있습니다. 금지된 표현을 삭제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오류메세지가 뜨게 된다.
이렇게 중국 정부의 자국 내 검열을 도와주는 미국 회사로는 또 야후가 있다. 중국의 야후 사이트인 야후 차이나의 토론방에서 “대만은 독립을, 중국은 다당제 선거를 치를 때가 됐다”라고 입력하면 이 메시지는 대화방에 들어가기도 전에 차단되어 버린다. 야후 차이나는 시간차를 두고 사람이나 소프트웨어를 동원해 정보를 걸러내기 때문이다. 즉 중국의 인터넷 문화는 해방의 힘이 되기는커녕 정부 감시의 주요 무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중국에서 새로운 정치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데 실패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단지 서구가 바라던 방향이 아닐 뿐, 정부의 암묵적인 지원 하에 격렬한 반미 혹은 반일 감정으로 점철된 민족주의가 등장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을 이용해 공산당 정부에 대한 분노를 중국 외부의 적에게 돌리도록 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자국 경제를 지탱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자유는 허용하되, 권력 독점에 대한 정치적 위협은 철저히 짓누를 수 있도록 폐쇄된 인터넷을 만드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인터넷은 정부의 놀랄만한 감시 및 여과 시스템으로 인해 갈수록 서구와는 다른 모습이 되는 동시에 바깥 세계와 동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최첨단 정보 네트워크를 갖추고 싶어 하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백억 달러를 쏟아 붓고, 또 인터넷 인프라에 거액을 투자하는 한국을 모델로 따르고 있다. 정보를 지속적으로 통제하면서도 지구상에서 가장 네트워크가 발전한 나라 중 하나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보통제가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중국은 머지않아 ‘대규모 내부 교통망은 갖췄으나, 외부와 소통되는 도로는 거의 없는 나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중국의 인터넷 통제 노력이 궁극적으로 중국의 정치 발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자유로운 인터넷이 익숙한 서구 사람들은 중국의 정보 통제가 무의미하다거나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할 것은 미시건 주립 대학 법학과 피터 유 교수의 말처럼 “이제 문제는 인터넷이 중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아니라 중국이 인터넷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2007. 지금 이 시간에도 중국은 인터넷의 정체성을 바꾸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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