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신약의 특허 등 지적재산권 보호가 대폭 강화되면서 이른바 `개량신약' 발전 전략에 `올인'하던 국내 제약업계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FTA에서 양국은 유사의약품(similar product)을 포함해 신약의 자료독점권을 인정하고, 의약품 허가와 특허를 연계해 특허만료전에 국내 제약사가 다국적 제약사 신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임상시험 자료를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또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해 특허기간 중에 국내 제약사가 제네릭 의약품이나 개량신약을 만들어 허가신청을 낼 경우에는 국내 실정에 맞는 적절한 방법으로 제재조치를 가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근래 들어 개량신약으로 승승장구하던 국내 제약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개량신약이란 기존 오리지널약과 약효는 같되, 일부 화학 구조나 제제, 제형을 약간 변형시켜 만든 약물로 신약과 복제의약품(카피약)의 중간단계에 있는 의약품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제약사로서 개량신약은 자본과 기술을 앞세운 다국적 제약사들의 공세를 뚫고 나갈 수 있는 돌파구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미FTA에서 신약의 특허자료를 엄격하게 보호하기로 함에 따라 더 이상 개량신약으로 성공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의약품 당국이 개량신약을 보다 엄격한 잣대로 심사, 오리지널약을 허가받는 것만큼이나 까다롭게 시판 허가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한미약품은 개량신약 개발에 가장 먼저 눈을 돌린 선두주자였다. 다국적 제약사들을 위협할 정도로 개량신약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한미약품이 내놓은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의 경우 2004년 9월 출시되자마자 돌풍을 일으켜 2005년 한 해 동안 무려 4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약은 다국적 제약사 한국화이자의 대표적 의약품이라 할 수 있는 고혈압치료제 `노바스크'의 개량신약이다.
이 같은 한미약품의 성공에 자극받아 국내 제약사들은 `한미약품 따라하기'에 나섰다.
연구개발 경쟁력을 갖춘 국내 대형 제약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내로라하는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인력과 자본을 신약개발보다는 상대적으로 쉬운 개량신약 개발 쪽으로 눈을 돌렸던 것.
하지만 앞으로는 개량신약 개발 전략이 더 이상 먹혀들기는 힘들게 됐다.
이에 따라 개량신약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이 분야를 이끌던 한미약품 마저 방향 선회를 모색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개발이 쉬웠던 개량신약 발매에 급제동이 걸린 만큼, 앞으로 연구개발인력을 신약개발에 집중 투입하는 쪽으로 발전전략을 바꾸는 방안을 구상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shg@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